내 이야기 엮어 내는 책 …'포장욕구'부터 버려라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3. 6. 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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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메리 카 지음, 권예리 옮김 지와인 펴냄, 1만8500원

오늘 하루 새로 나온 서적만 해도 수십수백 권이다. 우리는 오늘날 말 그대로 쏟아지는 글들 속에서 살고 있다. 하다못해 인기를 끄는 웹소설 등을 보면 매일매일 업데이트되는 경우도 흔하고, 독립 출판 등을 통해 소규모로 책을 만들어내는 이들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글이 넘쳐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자 하는 이들도 점차 늘어났다. 출판 업계에서 '자전적 글쓰기'가 현대사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가 되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물론 누구나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나 호숫가 숲으로 들어가 통나무집 한 채를 짓고 산 2년의 자기 체험을 써내 수많은 이들의 인생을 바꾼 데이비드 소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연 없는 인생이 없는 만큼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저자인 메리 카는 이를 증명한 주역이다.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 겪은 텍사스 남동부 작은 산업 도시의 풍경을 담은 책 '거짓말쟁이들의 클럽'으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에 올랐고, 펜/마르타 알브랜드상 수상자가 되기도 했다. 이후 시인으로, 시러큐스대 교수로 활동해온 저자는 "인생을 특별하게 만드는 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며 평범한 경험에서도 가치를 발견하고, 숨기고 싶은 자기 내면을 끝까지 대면하며, 타인과 깊이 공감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나만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의도는 글쓰기의 기술과 방법론에 놓여 있지 않다. 글의 초반에 중요한 감정적 문제를 드러내거나,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라는 조언도 있지만 일부분이다. 그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다 보면 남의 시선이 두려워지고, 스스로를 포장하고 싶어지는 욕구에 휩싸이기 마련인데 이를 이겨내기 위한 조언이 핵심이다. 화려한 거짓보다 소박한 진실을 추구하고, 자신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남도 존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독자는 쓰는 기술이 아닌 삶의 기술이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걸음을 내딛게 된다. 꼭 작가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똑바로 응시하고 거기에 익숙해지는 일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평생 계속해야 하는 정신적 투쟁에 가깝다는 작가의 주장에 반기를 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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