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보다 당당한 '슈퍼乙' 소부장의 비결

김금이 기자(gold2@mk.co.kr) 2023. 6. 2. 16: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中 제조업 패권경쟁 격화 속
글로벌시장 입지 줄어드는 韓
매일경제·보스턴컨설팅그룹
양적·질적부문 심층분석으로
5대 제조강국 위한 전략 제시
게티이미지뱅크

'한강의 기적' '반도체 강국'….

제조업을 기반으로 빠르게 발전해온 대한민국을 수식하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부터 제조업을 낡은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이란 단어가 젊은 세대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가면서 제조업 생산 현장은 만년 인력 부족으로 울상 짓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제조업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면서 세계는 지금 다시 제조업에 집중한다. 제조강국인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자국 산업을 강화하기 위해 니어쇼어링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 또한 10대 전략 산업 부품의 국산화 70%를 달성하겠다는 '중국 제조 2025'로 국가가 나서 제조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제조업은 짧은 시간 안에 갑자기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며 제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불멸의 제조업 문재용·김금이·오수현·진영태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2만원

한국 역시 제조업의 힘으로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등 강대국들이 무서운 기세로 자국 산업 보호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한국 제조업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책은 미·중 제조업 패권경쟁 속에서 위기에 내몰린 한국 제조업과 미래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매일경제신문 취재팀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손잡고 한국 제조업의 현주소를 점검했다. 세계 5대 제조강국인 줄 알았던 한국은 제조혁신지수(BCG MII)에선 7위에 머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중국은 물론 우리보다 인구가 훨씬 적은 대만에도 뒤처져 있다는 경고를 날린다. 양적 지표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산업 비중, 디지털화 수준 등 질적 영역까지 심층 분석한 결과물이 책에 담겨 있다.

취재팀은 한국 제조업이 다시 한번 도약해 '주요 5개국(G5)'으로 향하기 위한 액션플랜 5가지를 제안했다. △4000개 공장의 AI 팩토리 전환 △마더팩토리 역량 강화 △5대 첨단 파운드리 △슈퍼을 기업 육성 △팀코리아로 위기 돌파가 그 내용이다. 국내 기업인, 교수, 정부 관계자 등의 의견뿐만 아니라 일본과 독일 등 주요 제조업 강국 현지에서 직접 취재한 내용까지 아우른 정책 제언이다.

첫 번째 액션플랜으로 제시한 첨단 AI 공장을 만들기 위해선 기업 간 데이터 연결이 필수적이다. 데이터 동맹의 성공 사례로 독일의 '카테나-X'를 소개했다. 카테나-X는 자동차 업계가 나서서 소프트웨어 업체까지 아우르는 데이터 동맹 협의체로, 한국도 기업과 정부가 주도해 데이터 협력에 나설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첨단 파운드리 산업을 미래의 제조업 먹거리로 제시했다. 전기차를 비롯해 소형모듈원전(SMR), 소형인공위성, 탄소포집 플랜트, 바이오신약까지 5대 분야의 파운드리 시장은 2040년 4000조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인 위탁생산을 넘어 대만의 TSMC와 같이 자체 제조기술과 지식재산권(IP)을 넣어 최적의 제품을 만드는 생산방식이다.

미국 에너지부 차관을 지낸 클레이 셀 엑스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매일경제 취재팀에 한국의 원전 건설 능력이 매우 높다고 평가하며, 한국의 신파운드리 잠재력에 주목했다.

일본에서 취재한, 갑보다 더 갑의 지위를 가진 '슈퍼을' 소부장 기업의 이야기도 담았다. 전 세계 탄소섬유 1위 기업 도레이의 닛카쿠 아키히로 CEO는 10~20년에 걸친 오랜 연구개발(R&D)을 성장 비결로 꼽았고, 가와이 도시키 도쿄일렉트론 CEO는 반도체 장비 R&D에 앞으로 5년간 1조엔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의 제조업은 개별 기업의 '나 홀로 경쟁'이 아닌 정치권과 정부, 국민까지 합세한 '국가 대항전'이 될 것이다. 미·중 갈등 격화로 전 세계 산업이 블록화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지금 한국은 '팀코리아'로 뭉쳐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진다. 대한민국 제조업이 새로운 혁신과 담대한 도전을 이어가며 세계 5대 강국 G5로 도약할 것이란 기대를 담았다.

[김금이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