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연대 강화·질서 재균형 촉구···‘푸틴 체포’ 문제는 미정

김서영 기자 입력 2023. 6. 2. 15:58 수정 2023. 6. 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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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왼쪽부터), 마우루 비에이라 브라질 외교장관, 날레디 판도르 남아공 국제관계협력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그리고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이 1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브릭스(BRICS) 외교장관 회의를 진행했다. EPA연합뉴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가 1일(현지시간) 개발도상국을 향한 억압에 맞서 연대를 강화하겠다며 세계 질서의 ‘재균형’을 촉구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브릭스는 올해 의장국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의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해 “이들 장관은 일방적인 억압적 조치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 조치는 유엔 헌장에 위배되며 개발도상국에 특히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특정 국가들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포함한 글로벌 의사 결정 과정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회 연설에서 “우리의 모임(브릭스)은 세계가 다극화되고 균형이 재조정되고 있으며, 이전 방식으로는 새로운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경제 패권에 관한 견제의 목소리도 나왔다. 날레디 판도르 남아공 국제관계협력장관 역시 “현재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통화에 대한 대체 통화의 잠재적 사용을 논의했다”며 “일방적인 제재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 국가들이 2차적 제재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경제적으로 “극히 소수 국가의 자비에 너무 많은 국가가 달려 있다”며 “우리는 변화의 상징이며 이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대 비서방 구도가 강화되는 가운데, 이전까지는 느슨한 연합이었던 브릭스의 결속력 역시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가 공식적으로 가입요청을 해, 향후 브릭스가 미국이 이끄는 주요 7개국(G7)의 대항마로 성장할지 주목된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교장관은 브릭스 회의를 위해 케이프타운을 방문했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알제리 등도 브릭스 가입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승인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더 많은 국가가 브릭스에 가입하면 브릭스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개발도상국의 이익에 더 많은 힘이 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왼쪽)과 날레디 판도르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제관계협력 장관이 1일(현지시간)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외교장관회의에 앞서 회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이날 회의 안팎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체포 문제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우크라이나 아동 납치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 때문에 8월22일~24일 브릭스 정상회의를 앞두고 남아공이 골머리를 앓게 됐다. 남아공은 ICC 회원국으로서 푸틴 대통령이 남아공에 올 경우 원칙적으로는 그를 체포해야 한다. 남아공으로선 회원국 정상을 초대하고선 체포해야 하는 모양새를 피하려 하고 있다.

이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들에게 초대장은 전부 발송된 상황이다. 판도르 장관은 1일 기자들의 질문에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의에 올 경우에 대비해 여러 법적 선택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체포를 둘러싼 논의 자체를 피하려는 ‘묘수’도 논의되고 있다. 8월 정상회의 주최를 중국에 넘기는 방안도 나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타보 음베키 전 남아공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인터뷰에서 “정상회의가 남아공에서 열릴 가능성은 낮다. 법적 의무 때문에 푸틴을 체포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언급했다. 오베드 바팔라 남아공 공기업부 차관은 “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국가 정상을 체포할지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BBC에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코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브릭스 정상회의가 중국으로 옮겨가리라는 추측을 부인했으며, 크렘린궁은 러시아가 “적절한 수준”에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담에 대량학살 혐의로 ICC에 수배 중이었던 오마르 알바시르 당시 수단 대통령이 왔지만, 남아공은 그를 체포하지 못했다. 이에 저항이 일자 남아공은 ICC 탈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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