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암스트롱·제임스 브라운·메탈리카, 1인극으로 만난다?[알쓸공소]

장병호 2023. 6. 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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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공연으로 돌아온 연극 '온 더 비트'
드럼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소년의 이야기
재즈·소울·메탈 등으로 인물 감정 효과적 표현
밴드 경험 있는 음악 마니아에게 추천할 작품

‘알쓸공소’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공연 소식’의 줄임말입니다. 공연과 관련해 여러분들이 그동안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는, 혹은 재밌는 소식과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오늘은 음악 마니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공연을 소개합니다. 특히 밴드 음악을 좋아하거나, 밴드를 해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공연입니다.

그 주인공은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 중인 1인극 ‘온 더 비트’입니다. 프랑스 배우 겸 연출가 쎄드릭 샤퓌가 직접 쓰고 연기한 작품으로 지난해 11월 국내에 처음 선보였는데요. 당시 공연을 본 관계자들의 호평이 자자했습니다. 아쉽게 초연을 보지 못했는데, 최근 앙코르 공연으로 돌아왔습니다. 초연 멤버인 배우 윤나무, 강기둥이 그대로 출연하고요. 듣던대로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작품이 담고 있는 에너지가 대단하더라고요.

연극 ‘온 더 비트’의 한 장면. (사진=프로젝트그룹 일다)
‘온 더 비트’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소년 아드리앙의 이야기입니다. 일반인의 입장에선 아드리앙을 ‘자폐 스펙트럼’을 겪고 있는 인물이라고 쉽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여기에선 그렇게 아드리앙을 표현하고 싶지 않네요. 왜냐면 이 작품은 아드리앙도, 아드리앙이 만나는 인물들도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범주로 굳이 구분하지 않거든요.

아드리앙에겐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가 있습니다. 바로 드럼입니다. 어느 날 일상 속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리듬’을 발견한 아드리앙은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드럼과 만나게 되죠. 아드리앙은 이렇게 이야기해요. “드럼이 진짜 엄청난 건요. 악기가 없어도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거예요.”

1인극답게 무대엔 특별한 장치나 소품이 없습니다. 배우 한 명, 그리고 드럼이 전부입니다. 아드리앙에게도 아마 세상은 이렇지 않았을까 싶어요. 아드리앙이 드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 속에서 다양한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공연을 보다 보면 음악이 곧 이 작품의 ‘제2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연극 ‘온 더 비트’의 한 장면. (사진=프로젝트그룹 일다)
특히 아드리앙이 접하는 음악 장르의 변화가 인상적입니다. 아드리앙이 처음 듣는 음악은 할머니가 남긴 레코드를 통해서입니다. 루이 암스트롱, 찰리 파커 등 잔잔하고 서정적인 재즈 음악이 아드리앙의 마음을 사로잡죠.

아드리앙이 드럼을 통해 세상을 점점 더 알아가면서 음악 또한 더 다채로워집니다. 아드리앙은 음악 페스티벌에 가면 드럼의 비트를 느끼기 위해 무대 뒤에서 음악을 듣는다고 이야기를 해요. 그 순간 흘러나오는 곡은 ‘소울의 제왕’ 제임스 브라운의 ‘아이 갓 유(아이 필 굿)’. 신나는 음악에 맞춰 아드리앙이 드럼을 연주하는 모습은 관객에게도 해방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아드리앙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친구들은 아드리앙이 자신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며 괴롭히죠. 그런 아드리앙에게 호감을 보이는 친구도 있습니다. 세실입니다. 세실은 재즈, 소울 등이 익숙하던 아드리앙에게 ‘록’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줍니다. 둘이 함께 듣는 음악은 바로 메탈리카의 ‘낫띵 엘스 매터스’입니다. 소극장을 가득 채우는 메탈리카의 음악이 서정적이기까지 한데요. ‘아무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노래 제목을 떠올리면 더 없이 훌륭한 선곡입니다.

이밖에도 ‘온 더 비트’에는 다양한 음악이 등장합니다. 마침내 밴드를 결성한 아드리앙이 처음으로 합주하는 곡은 너바나의 ‘스멜즈 라이크 틴 스피릿’인데요. 밴드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연주해봤을 곡입니다. 아쉽게도 합주는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커트 코베인의 거친 목소리, 강렬한 록 사운드는 레게 리듬을 섞은 몽롱한 음악으로 바뀌죠. 장면 특성을 살리기 위해 음향적인 효과를 가미한 것이라고 하네요.

연극 ‘온 더 비트’의 한 장면. (사진=프로젝트그룹 일다)
공연을 제작한 프로젝트그룹 일다 관계자에 따르면 ‘온 더 비트’에 등장하는 음악은 원작의 대본에 명시된 곡들이라고 해요. 몇몇 음악은 한국 관객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새롭게 대체한 곡도 있다고 하고요. 극의 전개에 따라 재즈에서 소울, 록과 메탈로 음악의 장르가 변화하는 것은 이야기 전개에 따른 자연스러운 설정이라고 합니다. 관계자는 “음악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 음악을 통해 아드리앙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모든 파트에서 노력한 결과”라고 하네요.

사실 ‘온 더 비트’는 극 속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음악처럼 마냥 즐겁게 볼 수 있는 공연은 아닙니다. 드럼으로 세상과 소통하던 아드리앙은 뜻밖의 결말과 마주하기 때문인데요. 다소 충격적인 결말이지만, 이로 인해 관객은 다시 한 번 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무엇인지 말이죠. 더 나아가 음악만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것을 떠올려봅니다. ‘온 더 비트’를 음악 마니아들에게도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공연은 오는 25일까지 이어집니다.

연극 ‘온 더 비트’의 한 장면. (사진=프로젝트그룹 일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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