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정치인은 바이든에, 기업인은 시진핑에 줄선다

박형기 기자 입력 2023. 6. 2. 14:23 수정 2023. 6. 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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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최근 세계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관찰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정치인들은 미국에, 기업인들은 중국에 줄을 서고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등 민주 진영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며 반러는 물론 반중 전선에 일제히 동참하고 있다.

최근 오사카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서방의 리더들은 공동성명에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제거)이라는 단어를 쓰며 약간 ‘톤다운’했지만 일제히 중국에 대립각을 세웠다.

이에 비해 세계의 기업인들은 중국에 줄을 서고 있다. 세계 최고 부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 등이 최근 중국을 방문, “미중 디커플링을 반대한다”며 중국의 편에 섰다.

특히 머스크는 친강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는 서로 뗄 수 없는 샴쌍둥이처럼 얽혀 있다"며 "테슬라는 미중 디커플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30일 베이징을 방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악수하고 있다. 2023.5.31 ⓒ AFP=뉴스1 ⓒ News1

그뿐 아니라 다이먼 회장도 미국 정부의 미중 디커플링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다이먼 회장은 일각에서 차기 대선에 출마하라는 권유를 받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지난달 31일 상하이를 찾은 그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디커플링은 매우 위험하다”며 “디리스킹은 찬성하지만 디커플링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그는 “미중 긴장이 세계 질서를 뿌리째 뒤흔들어 기업환경을 냉전 시대보다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관계 회복을 위해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앞서 팀 쿡 애플 CEO, 앨버트 보울라 화이자 CEO 등도 “미중 디커플링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밝혔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신제품 아이폰 14를 들고 있다. 2022.09.07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이들뿐 아니라 한때 세계 1위 부호였던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도 6월 중 중국을 방문한다.

아르노 회장의 전격 방중 계획은 최근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LVMH를 비롯한 글로벌 명품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는 가운데 나왔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명품기업들의 주가 하락으로 그는 지난달 31일 머스크에게 다시 세계 최고 부호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지난해 중국이 '제로 코로나'를 폐기하자 연초 보복 소비가 나타나며 중국의 명품 매출도 호조를 보였으나 경기 회복이 둔화하면서 명품 매출도 함께 둔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르노 회장은 판촉을 위해 급거 중국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해석했다.

현재 중국의 세계 명품시장 점유율은 약 20%다. 그러나 2025년까지 미국과 유럽을 제치고 세계 최대 명품 시장이 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 세계적 기업가들이 잇달아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서방의 정치인들은 중국에 대립각을 더욱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서방은 민주주의라는 가치에 바탕을 둔 ‘가치 외교’로 똘똘 뭉쳐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만과 관련, 중국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 “미중이 패권전쟁을 벌이면서 줄서기를 강요하면 안 된다” 등의 반미적 발언을 일삼고 있지만 비주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유진 기자

서방과 민주 진영은 정치적으로는 반중으로 대동단결하고 있다. 명색이 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가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인 중국에 줄을 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과적으로 민주 진영의 정치인들은 반중, 기업인들은 친중 행태를 보이고 있다. 원래 정치인들은 의(義)를, 상인들은 이(利)를 추구한다. 이 때문에 서방의 정치인들과 경제인들의 ‘디커플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 게다.

민주 진영의 정·재계가 중국이라는 거대한 고깃덩어리를 어떻게 요리할지를 두고 분열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최후에 누가 웃을까? 물론 미중 패권전쟁의 승부가 이를 결정할 터이다.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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