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범죄의 종합판' 김성태 재판…'자본시장법 위반'부터 다툰다

2일 수원지법서 두 번째 공판 진행

태국 골프장에서 검거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오른쪽)과 양선길 현 쌍방울그룹 회장.(CBS노컷뉴스 제공) 2023.1.12/뉴스1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횡령과 자본시장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재판은 자본시장법 위반등 쌍방울그룹 자체 비리 혐의부터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쌍방울그룹 비리 혐의에 대해 '기업 범죄의 종합판'이라고 표현했다.

수원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신진우)는 2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회장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는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과 김태헌 재경총괄본부장도 김 전 회장과 함께 출석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첫 재판때와 마찬가지로 진행 상황마다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중간중간 변호인과 자료를 꼼꼼히 살폈고, 검찰이 입증계획을 말할 땐 경청했다. 쌍방울그룹 직원의 증인신문 순서가 오자 검찰측 질문과 증인의 답변 하나 하나에 집중했다.

검찰측은 이날 증인신문에 앞서 PPT로 정리한 입증계획을 20분 정도 설명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크게 '기업범죄'와 '뇌물 및 대북송금'으로 나눴다.

검찰은 애초 이화영 경기도 전 평화부지사와 관련한 뇌물 및 대북송금 혐의부터 진행하고자 했지만, 아직 김 전 회장측의 입장정리가 안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기업범죄' 혐의부터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업범죄' 혐의의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 △전환사채 발행 관련 계열사 광림 11억원 부당지원 △쌍방울 횡령 △쌍방울 허위급여 횡령 △비상장사 횡령 순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등을 '쌍방울그룹 집단의 기업범죄 종합판' 이라고 정의내렸다. 김 전 회장 등이 횡령, 배임, 뇌물, 외국환거래법위반, 자본시장교란 행위, 증거인멸까지 기업비리에 있어 모든 유형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 등이 광림, 비비안, 아이오케이컴퍼니 등 여러 상장사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사채업자나 제2금융권의 자금을 불법적으로 끌어들여 부실 계열사 자금 회전에 사용하거나 계열사의 자금을 횡령하고 주가를 부양해 시세차익을 얻었다고 보고 있다. 또 김 전 회장이 끊임없이 사업확장을 모색하면서 정치권의 분위기에 편승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법인카드와 차량을 제공하고 허위직원을 등재해 수억원의 뇌물과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쌍방울 직원을 동원해 800만달러를 북측에 전달한 정치권과 유착된 불법 로비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8개월의 장기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수원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2023.1.17/뉴스1 ⓒ News1 공항사진기자단

앞선 공판에서 김 전 회장 변호인측은 △허위급여 횡령 부분에 대해서만 '일부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 전 회장 측은 전체적으로 자금의 출처 자체가 김 전 회장 '본인의 자금'이기 때문에 이를 횡령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관련된 △뇌물 △횡령 △대북송금 혐의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대체로 사실관계를 인정하나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부분이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으나 아직 명확한 입장정리가 되지는 않았다.

김 전 회장과 관련한 공판은 매주 금요일 열린다. 다음 공판은 오는 9일 열릴 예정이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2023.1.16/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김 전 회장은 2014∼2022년 쌍방울그룹 계열사 자금, 2019∼2021년 그룹 임직원 명의로 만든 비상장회사 자금 약 592억원을 횡령 및 배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도 약 3억3000만원 상당의 정치자금 및 뇌물을 공여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중 2억6000만원 상당을 뇌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2019년 1월부터 12월까지 스마트팜 비용등으로 800만달러를 해외에 밀반출해 북한에 전달한 혐의도 받는다.

양 회장은 김 전 회장과 공모해 358억원 상당의 회사자금을 횡령 및 배임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쌍방울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는 김 전 회장의 배임 및 횡령 등 혐의의 공범으로 기소됐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