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참수 영상도 공유…추가 범행 우려 높아”…고어전문방 항소심 첫 재판
윤성모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증인으로 나서
재범 위험성 등 판단 위해 정신감정 진행
길고양이 등 야생동물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공유한 ‘고어전문방’ 사건 항소심 첫 재판이 2일 열렸다. 이날 증인으로 나선 윤성모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고어전문방에서는 사람을 참수하는 영상도 공유했다”고 증언했다.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나경선 부장판사)는 2일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A씨(29)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을 열었다.
법정에 나타난 A씨는 현재 한 박물관에서 시설 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A씨를 고발한 윤 활동가가 증인으로 나서 사건에 대해 설명을 하기도 했다. 법정에는 동물권행동 카라를 비롯한 동물자유연대, 동물권단체 케어 등의 시민단체 관계자 10여명이 모여 재판을 함께 지켜봤다.
윤 활동가는 “이 사건의 특징은 동물이 피해자라는 점이며, 동물들은 이미 죽었고, 사람과 달리 유가족도 없다”라며 “피고인은 집으로 돌아갔고 언제든지 토끼 또는 고양이 등 야생동물에 접근할 수 있고, 추가 범행에 대한 우려가 높다”라고 말했다.
윤 활동가는 A씨의 재범을 우려하며 재판부에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윤 활동가는 “고어전문방에서는 사람을 향한 폭력과 사람을 참수하는 영상 등을 공유했다”라며 “A씨가 동물 보호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아동학대를 저지른 자가 다시 아동관련 시설에서 봉사를 하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 측에 피고인의 정신감정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검사 측에 “피고인이 초범인 이유 등으로 1심에서 집행유예형을 받았는데, 여타 특정범죄의 재범 위험성을 판단할 때에는 정신감정을 이용하는 만큼 A씨에 대해서도 이를 진행할 수는 없나”라고 물은 뒤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받아볼 수 있다면, 받아봤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의 정신적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한 양형 조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A씨 측은 정신감정을 받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고 했다.
A씨는 2020년 1월 충북 영동군에서 길고양이에게 화살을 쏘고, 쓰러진 채 자신을 쳐다보는 고양이의 모습을 촬영한 뒤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2020년 충남 태안군 자신의 집 인근 마당에서 죽은 참새를 이용해 고양이를 포획틀로 유인한 뒤 감금하는 등 학대하고, 같은해 9월쯤 토끼의 신체를 훼손하기도 했다.
그는 범행 장면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2020년 9월 중순부터 같은해 12월 말까지 수차례에 걸쳐 ‘고어전문방’이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2018년과 2020년 초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도검을 구매한 뒤 범행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가 잘못을 시인하면서 범행 이후 동물 보호를 위한 활동을 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며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검사는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고어전문방은 야생동물을 포획하고 신체를 자르는 방법과 학대 영상·사진 등을 공유해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었다. ‘동물판 n번방’이라고 불리기도 한 이 방에는 80여명이 참여했으며, 미성년자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채팅 내용 일부가 SNS 등에서 퍼져나가며 이들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7만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제보를 받은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행동 카라 등 시민단체는 2021년 1월 이 채팅방 이용자 등을 경찰에 고발했고, A씨와 함께 기소된 채팅방 방장은 잔인하게 죽이는 내용의 영상을 업로드 한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벌금형(300만원)이 확정됐다.
다음 재판은 오는 8월25일 오전 11시30분 열린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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