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과거, 나의 몸과 화해하는 과정 ‘타투’[이미지로 여는 책]
가장 밝은 검정으로
류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48쪽 | 2만2000원
영원한 건 절대 없다고들 하지만 ‘나의 영원’이라면 말이 다르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존재하는 것들은 무수하다. 그중에서도 타투는 나와 영원히 함께할 것을, 가장 가까운 내 몸에 새겨넣는 일이다. 누군가는 이 점 때문에 타투를 망설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타투는 ‘후회’라는 단어와 함께 언급되는 일이 다반사다. 타투를 받았다가 다시 지우는 시술을 받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타투 새김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선택이다. 어떤 모양으로 할지, 어떤 색으로 할지, 어떤 위치에 어떤 방향으로 할지 모두 내가 정할 수 있다. 몸에 박힌 타투를 보는 것은 과거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인스타그램 사진처럼 쉽게 지울 수 없기 때문에 이전에 자신이 내린 선택과 경험을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화해할 수 없다. 타투를 한 이는 자신의 과거, 자신의 몸과 화해하는 첫 번째 문턱에 선다.
이슬아 작가의 <심신 단련> <깨끗한 존경>,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등 타인의 저서에 수록될 사진을 작업해 온 사진가 류한경이 첫 사진집을 출간했다. 1년6개월간 각양각색의 타투를 가진 10명과 인터뷰하고 사진을 찍은 결과물이다. 젠더·몸과 불화하다가 타투를 통해 일치감을 느낀 이도, 타투를 보며 마음을 다잡거나 영감을 얻는 이도, 그저 ‘예뻐서’ 타투를 하는 이도 있다.
인터뷰이 10명은 논바이너리, 여성 등 모두 ‘비남성’이다. 과거 조폭 등 특정 집단과 성별의 전유물이었던 타투는 이제 받는 이의 직업과 나이 등을 특정할 수 없을 만큼 대중적인 시술이 됐다. 사진집에 담긴 이들도 시인, 배우, 식당 주인, 상담심리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이들이 몸에 새긴 타투와 타투에 담긴 이야기는 더 다채롭다. 류한경은 타투를 멀리서 또 가까이서 찍었다. 타투가 보이지 않는 사진들도 있다. 각 인터뷰이의 특성에 맞게 글과 사진을 리드미컬하게 배치했다.
류한경은 “타투와 몸의 관계는 여러모로 사진과 사진집의 관계와 비슷했다”며 “하나씩 볼 수도 있지만 여러 개를 연결 지어 이해할 수 있기도 하다. 떨어져 있는 것들을 투명한 선으로 잇다 보면 더 커다란 무언가가 나타난다. 사진뿐 아니라 사진집이 드러나고, 타투뿐 아니라 타투를 새긴 사람이 드러난다”고 썼다. 한 사람이 가진 타투들뿐 아니라 여러 사람의 타투가 겹쳐지며 새로운 의미가 드러난다. 타투가 없거나, 타투를 할 계획이 없는 이들에게도 영감을 주는 책이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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