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패했지만 가능성 보인 이승찬 “왼손잡이 골퍼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 보여주고파”

[충주(충북)=뉴스엔 이태권 기자]
"왼손으로 치는 선수는 처음 보는데 누구야?"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매치플레이 첫날 낯선 얼굴이 중계화면에 계속 잡혔다. 주인공은 이승찬(23)이다.
이승찬은 6월 1일 충북 충주 킹스데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총상금 8억원) 첫째날 코리안 투어 통산 2승을 기록한 '영건' 이재경(24)과 코리안투어 5승의 '톱 시드' 서요섭(27)과 연거푸 맞대결을 펼쳤다.
코리안투어 유일 매치플레이 대회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조별 리그에서 단 1명만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 추천 선수로 나서 32번 시드를 받은 이재경이 '톱시드' 서요섭과 한 조에 묶이면서 개막 전부터 화제가 됐다.
지난해 KPGA에 입회 후 올 시즌 코리안투어 143번째 시드 순위를 기록해 코리안투어와 스릭슨 투어를 병행하고 있는 이승찬은 이번 대회 출전권을 스스로 따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난달 29일 치러진 64강전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며 33번째 선수로 참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톱시드' 서요섭과 32번 시드 이재경과 한 조에 묶인 이승찬은 대회 첫날 둘을 차례로 상대하며 중계 화면에 많이 잡혔다.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이재경을 맞아 5홀차 패배를 당한 그는 같은날 오후에 열린 2번째 경기에서 '톱시드' 서요섭을 상대로 리드는 잡지는 못했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마지막 2개 홀을 남겨두고는 동점을 이룰 뻔 하는 등 팽팽한 승부를 펼쳐 골프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그가 국내에 보기 드문 왼손잡이 골퍼라는 점에도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16번 홀(파4)에서 서요섭에 홀을 내준 이승찬은 17번 홀(파4)에서 서요섭보다 홀컵 가까이 공을 보내지 못하며 결국 모자를 벗어 던지고 패배를 인정했다.
경기를 마친 후 그에게서 아쉬운 모습이 역력했다. 이에 매치플레이 첫째날 일정 중 가장 늦게 경기를 마친 이승찬이지만 연습 그린에서 30분 넘게 퍼트 연습을 계속했다.
이승찬은 "이 코스가 전장이 짧고 좁다보니까 64강전에서는 의도한대로 경기가 잘 됐다. 그린 스피드도 2.7정도라 적응을 잘 했는데 본선에 와보니 그린 스피드가 너무 빨라 적응을 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대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그린 스피드는 4m가 넘어 급하게 현장에서 물을 뿌려 3.8m로 속도를 낮췄다.
이어 이승찬은 "확실히 트러블 샷 같은 상황에서 형들과 확실히 차이가 났고 퍼트 연습의 필요성도 느꼈다"고 보완할 점을 집으며 "그래도 두 선수들을 상대로 충분히 가능성을 본 것 같아 동기부여가 된다. 경험만 쌓으면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래서 앞으로 지켜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수줍게 말했다.
골프에서 불리하다는 왼손 잡이 골퍼로 성장한 배경도 전했다. 중학교 1학년때 골프를 처음 시작했다는 그는 "초창기에는 코치로부터 골프는 오른손으로 쳐야 한다"는 강요 아닌 강요를 받았으나 그의 아버지가 "그래도 왼손 잡이는 왼손으로 골프를 치는게 맞지 않겠냐고 하셔서 왼손잡이 골퍼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연습장에 왼손잡이를 위한 타석도 몇 개 없고 용품도 국내에는 취급하는 데가 없어서 용품 하나를 구하려면 몇 달 걸려 해외에서 배송을 시켜야 했다"고 왼손 잡이 골퍼로서의 열악한 골프 환경을 털어놓으며 "덕분에 골프에 대한 간절함이 더 커졌다. 지금은 핑에서 왼손잡이용 클럽을 지원해줘서 더욱 열심히 골프에 임하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그는 "왼손잡이다보니 손 감각이 예민한 편이라 벙커 샷이나 쇼트 게임에 자신이 있다"고 자신의 장기를 꼽으며 "왼손잡이로서의 메리트를 살리게끔 도와준 아버지에 대한 감사를 전하며 "멘탈도 강한 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의 은인이 또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의 스윙을 봐준 박유찬(레니) 코치다. 이번 대회에서는 이승찬의 캐디백을 메고 있다. 이승찬은 "왼손잡이라 레슨을 받기 어려웠는데 프로님이 세밀하게 잘 봐주시고 일어날 수 있게 항상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신다"며 "왼손잡이라 흔히들 필 미컬슨이 롤 모델일 것이라 생각하는데 지금 코치님이 롤 모델이다"며 믿음을 드러냈다.
이승찬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강민석과 경기를 치른다. 그는 "16강 진출은 어렵게 됐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밝히며 "기회가 되면 내년 매치플레이 대회에서 이재경, 서요섭과 다시 한번 맞붙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리안투어에 안정적으로 출전할 수 있는 시드를 확보해야 한다. 이승찬은 "출전 기회가 많지 않겠지만 하반기 코리안투어 시합에 나가게 된다면 톱10 입상부터 하나하나씩 이뤄 우승까지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지며 "왼손잡이 골퍼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전했다.
(사진=이승찬/KPGA제공)
뉴스엔 이태권 ag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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