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굶어서" 분유·기저귀 훔친 미혼모…5개월 딸 가진 경찰, 분유부터 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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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생후 5개월이 된 딸이 있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오죽하면 이런 절도 사건이 벌어졌을까. 당시 신고내용을 처리하면서 서둘러 피의자의 갓난아이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에 분유부터 사드렸어요."
어려운 가정상황 때문에 강원 원주의 한 마트에서 분유 등을 훔친 혐의를 받는 40대 여성에게 사법처리에 앞서 도움의 손길부터 내민 경찰관의 사연이 알려진 가운데, 그 사연의 주인공인 강원 원주경찰서 치악지구대 소속 고탁민 경사(34)가 2일 <뉴스1> 에 이 같이 밝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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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평 남짓 원룸서 생계 유지한 母의 사연에 벌금 분할 납부도 도와
(원주=뉴스1) 신관호 이종재 기자 = “저도 생후 5개월이 된 딸이 있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오죽하면 이런 절도 사건이 벌어졌을까. 당시 신고내용을 처리하면서 서둘러 피의자의 갓난아이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에 분유부터 사드렸어요.”
어려운 가정상황 때문에 강원 원주의 한 마트에서 분유 등을 훔친 혐의를 받는 40대 여성에게 사법처리에 앞서 도움의 손길부터 내민 경찰관의 사연이 알려진 가운데, 그 사연의 주인공인 강원 원주경찰서 치악지구대 소속 고탁민 경사(34)가 2일 <뉴스1>에 이 같이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3월 23일 원주시 관설동의 한 마트에서 A씨(40대)가 물건을 훔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A씨는 분유와 기저귀 등 17만원 상당의 물품을 계산하지 않고 마트 밖으로 나서려다 마트 보안요원에게 들키는 등 절도 혐의를 받았다.
더구나 당시 A씨는 과거 절도범행으로 인해 두 차례의 벌금형을 받고도 납부하지 않아 수배선상에 오른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에게 범행 이유를 물었고, A씨는 가정형편상 돈이 없고, 아기가 굶고 있다는 사정을 털어놨다. 고 경사는 처음에 A씨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고 한다. 경찰에 붙잡힌 절도 피의자들이 대체로 동정심을 유발하는 변명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기’라는 A씨의 말에 고 경사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고 경사는 A씨에게 동의를 얻고, A씨와 함께 그 집을 찾았다. 고 경사의 눈에 들어온 집 내부 환경은 안타까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고 경사는 “당시 10평 남짓한 원룸에 빈 분유통이 널려 있었고, 태어난 지 2개월 정도가 된 남자 아이라는 A씨의 말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이 벌어진 만큼, A씨의 조사절차는 피할 수 없었다. 이에 고 경사는 A씨와 아이를 데리고 지구대로 돌아왔으며, 다시 홀로 곧 바로 마트로 향했다. A씨의 아기 분유를 사기 위해서였다.
고 경사는 “제 딸과 비슷한 시기에 출산한 아이를 보니, 더 마음이 쓰였다”면서 “일단 A씨가 조사는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아이와 함께 데리고 지구대로 왔고, 굶은 아이의 분유부터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평소 그 아이가 먹었던 분유를 확인해 마트에 가서 사왔다”고 전했다.
고 경사는 당시 5만원 상당의 분유 한통을 구매한 뒤 지구대로 돌아와 A씨에게 전해줬고, A씨는 그간의 슬픈 사연을 털어놓게 됐다. 아기 아버지가 도망을 갔고, 생계유지가 어렵게 돼 아기 때문에 사건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의 사연이다.
고 경사는 당시 사건처리에 이어 A씨가 내야하는 벌금문제도 함께 고민했다. 벌금을 분할해 납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A씨를 도운 것이다.
고 경사는 “당시 사건 후 일주일 정도가 흘러 A씨의 감사인사를 건네받았다. 경황이 없어서 인사를 못 드렸다고 하셨는데, 벌금도 분할 납부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셨다”면서 “사건처리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굶주린 문제 해결도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한편 원주경찰서는 A씨를 지난 3월 말 절도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skh8812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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