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개똥’과 ‘갯값’(사이시옷의 쓰임)

2023. 6. 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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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요즘은 계속해서 SNS로 우리말 사이시옷의 쓰임에 관해 쓰고 있다.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바로 ‘사이시옷’이다. 많은 사람이 틀리기도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다. 개중에는 화를 내는 사람도 가끔 있다. 쓸데없이 왜 그런 이상한 규정을 만들어서 헷갈리게 하느냐고 말이다. 필자도 물론 사이시옷 규정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치과’나 ‘이과’ 등은 사이시옷을 전혀 쓰지도 않으면서 뒤에 나오는 자음을 된소리로 발음하며, ‘헌법’과 같은 것은 ‘헌(새) 법’과 구분하기 위하여 [헌뻡]이라고 발음하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간격은 [간격]이라고 발음하면서 똑같은 조건인데 인격은 [인격]이라고 발음한다. 참으로 우리말 발음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경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사이시옷의 문제이다. 그래서 질문이 가장 많았던 부분을 정리하여 보고자 한다. 그래도 규정은 지켜야 하므로 규정대로 사용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표준어 규정’ 제29항·제30항의 1~3[3]과 ‘한글 맞춤법’ 제30항[1]을 두루 고려하면, 소리는 ‘표준어 규정’·표기는 ‘한글 맞춤법’에 규정되어 있으며, 소리와 표기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사이시옷이 있다고 하여 반드시 특정 소리가 첨가되어야만 하지도 않고(예: 냇가[내ː까(원칙)/낻ː까(허용)]), 사이시옷이 없다고 하여 반드시 특정 소리가 첨가되지 않아야만 하지도 않는다(예: 이죽-이죽[이중니죽(원칙)/이주기죽(허용)]).

‘개-구멍 · 배-다리 · 새-집[鳥巢] · 머리-말[序言]’의 경우는, 앞 단어의 끝이 폐쇄되는 구조가 아니므로,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는다. 즉 뒤에 있는 단어가 된소리로 발음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는다.

또한 다음의 경우를 보면 뒤에 나오는 자음이 처음부터 된소리나 거센소리로 정해져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사이시옷을 적용하지 않는다. ‘개-똥 · 보리-쌀 · 허리-띠 · 개-펄 · 배-탈 · 허리-춤’의 경우는, 뒤 단어의 첫소리가 된소리나 거센소리이므로, 역시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는다.

그러나 아래의 경우를 보면 뒤에 나오는 단어가 앞의 단어와 어울리면서 된소리로 발음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사이시옷의 문제는 발음과 깊은 관련이 있는 만큼 발음에 유념해야 한다.
‘개-값[개깝 / 갣깝] · 내-가[川邊][낻까] · 배-가죽[腹皮][밷까죽] ·새(←사이)-길[間路][샏낄] · 귀-병(病)[귇뼝] · 기(旗)-대[긷때] · 세(貰)-돈[섿똔] · 화(火)-김[홛낌]’의 경우는, 앞 단어의 끝이 폐쇄되면서 뒤 단어의 첫소리가 경음화(된소리되기)하여 [갣ː깝] ·[낻ː까] 등으로 발음되므로, 사이시옷을 붙이어 ‘갯값 · 냇가 · 뱃가죽 · 샛길 · 귓병 · 깃대 · 셋돈 · 홧김’으로 적어야 한다.

가끔은 사이시옷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동시에 다 표준어인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뱃속’과 ‘배 속’이 여기에 해당한다. 물론 이럴 경우에는 서로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띄어쓰기도 해야 하고, 사이시옷을 붙여서 다른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태호는 원래 뱃속 편한 사람이라 그런 일에 놀라지도 않아.

와 같이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는‘속마음’이나 ‘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규정되어 있다. ‘사람이나 짐승의 배의 속’을 말할 때 쓴다. 한편 ‘배 속’은 ‘신체 부위인 배 안’을 가리킬 때 쓴다. 태아를 검색하면 ‘어머니 배(태) 속에 있는 아이(<우리말샘>사전)’라고 나온다.

배 속이 더부룩한 게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봐.

와 같이 쓴다. 띄어쓰기와 사이시옷의 쓰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요즘은 “임신 기간에는 무슨 일이든 뱃속의 아기와 함께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해.”라는 표현도 용납하고 있으니 점차로 ‘배의 속’을 ‘뱃속’으로 쓰고 있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모든 것이 ‘뱃속’으로 통할 가능성이 높은 단어이다.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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