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술 마시는 BTS와 블랙핑크…대세가 된 '술방'

2023. 6. 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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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즐레] '취중진담'의 매력과 '음주 미화'의 악영향 사이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어 해치우거나, 다양한 음식을 복스럽게 먹는 유튜버들의 '먹방'이 한국만의 특색 있는 온라인 콘텐츠로 세계적 인기를 끌더니, 최근에는 술을 먹으면서 방송하는 일명 '술방'이 주목받고 있다.

'술방'은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 것보다는,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상대방과 소통하거나, 술과 그에 걸맞은 안주를 소개하는 성격의 콘텐츠들이 주를 이룬다. 시청자들은 '먹방'에서 느꼈던 대리만족을 '술방'에서도 느끼고, 특히 자유로운 음주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소통하는 출연자들을 보며 재미를 느낀다.
 

'술방'의 인기, 아이돌도 뛰어들었다


유튜브에서 '술방'을 검색하면 수많은 콘텐츠들이 나온다. 그 가운데 스타들이 출연하는 술방은 수십, 수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술을 마시다 실수하거나 괜한 구설을 만들까 봐 음주 생활 공개를 꺼려하던 아이돌마저 술방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술방계의 대표 콘텐츠는 'MZ세대의 아이콘' 래퍼 이영지가 진행하는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이다. 줄여서 '차쥐뿔'이라 부르는 이 술방은 구독자가 무려 298만 명(이하 5월 31일 기준)이다. 이영지가 집에 게스트를 초대해 함께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차쥐뿔'은 호스트 이영지의 시원시원하고 솔직한 성격이 바탕이 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영지가 자신을 깎아내리면서까지 게스트를 띄워주고 장난스럽지만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주거니 받거니 술을 나누다 보면, 게스트는 편하게 현장에 적응해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낸다.

블랙핑크 멤버 지수가 '차쥐뿔'에 나온 데 대해 다른 멤버들이 "언니가 솔로활동하는 것보다 '차쥐뿔'에 나가는 게 더 부럽다"라고 밝혔을 정도로, '차쥐뿔'은 요즘 아이돌이 가장 출연을 선호하는 유튜브 콘텐츠다. 방탄소년단 진, 아이브 유진, 에스파 카리나, 세븐틴 조슈아·도겸 등이 '차쥐뿔'에 출연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10월 방탄소년단 진이 출연한 '차쥐뿔' 영상은 현재 조회수 1900만 회를 넘었고, 지난달 올라온 블랙핑크 지수 편은 1700만 회 조회수에 육박한다.

'글로벌 아이돌' 방탄소년단도 술방을 한다. 멤버 슈가가 방탄소년단 유튜브 채널 'BANGTAN TV'를 통해 선보이고 있는 자체 콘텐츠 '슈취타(슈가와 취하는 타임)'는 게스트가 각자 즐기는 술을 가져와 슈가와 나눠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콘셉트의 술방이다. '슈취타'에는 RM, 지민 등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비롯해, 슈가가 만나고 싶어 했던 에픽하이 타블로, 빅뱅 태양, 방송인 신동엽, 배우 이성민, 이나영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들이 게스트로 출연한다. 유려한 말솜씨로 편안하게 대화를 이끄는 슈가의 매력과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게스트의 조화가 '슈취타'만의 매력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밖에도 조현아의 '조목밤(조현아의 목요일 밤)', 지상렬의 '술먹지상렬', 풍자의 '풍자愛술', 다나카의 '다나카세' 등 많은 스타들이 술방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시즌이 종료된 상태지만,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이 진행한 '술트리트 파이터', 딩고뮤직의 '이슬 라이브', 이은지의 '해장님' 등의 술방도 큰 인기를 끌었다.

시청자들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스타의 음주 모습에서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다. 짜놓은 대본과 연출이 아니라 술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행동들, 취기가 올라 보여주는 귀여운 주사까지, 스타의 사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어 내적 친밀감을 느낀다며 호응하는 팬들이 많다. 그리고 취중진담, 술과 함께 털어놓는 진솔한 이야기들도 '술방'만의 매력으로 꼽힌다.
 

술과 자유, 지나침이 가져온 논란


솔직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매력인 술방,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논란이 생기기도 한다. 최근 일어난 '술먹지상렬'의 무례 논란이 대표적이다. '술먹지상렬'은 유튜브라 어느 정도 허용되는 과한 설정과 선을 넘는 행동들이, '날 것' 그대로의 술방과 만나 결국 논란으로 번졌다.

최근 '술먹지상렬' 유튜브 채널에 래퍼 스윙스가 출연한 술방 영상이 올라왔다. 그런데 지상렬이 스윙스의 고가 명품 브랜드 시계를 술잔에 담그는가 하면, 술에 취해 게스트인 스윙스를 두고 먼저 퇴근하는 등 무례한 행동을 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제작진이 해당 영상을 소개하며 남긴 글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소개글에는 "힙합인 줄 알았는데 X선비 오셨네. 그러니까 ㅇㅂㄹ한테 차이지", "롤X스 삥 뜯었다"라며, 스윙스를 조롱하고 전 여자친구인 모델 임보라까지 언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충격을 줬다.

결국 당사자 스윙스가 폭발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이렇게 내가 싫으면 부르지 말아 줘요. 왜 불러놓고 영상 올릴 때 돼서야 속마음을 드러내요. 난 제작진들이 미워요. 차라리 면전에 대고 뭐라 하든가. 앞에선 '수고했다' '좋았다' 말해놓고 왜 저래. 난 잘만 해줬잖아"라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논란이 커지자 '술먹지상렬' 제작진은 두 번의 사과문을 올려 스윙스와 시청자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스윙스는 제작진의 사과를 받지 않았다.

스윙스는"시계 괜찮다. 안 고장 났다"라며 시계의 상태를 전하고는, 시계를 술잔에 넣은 상황이 자신에게 문제 될 게 없다고 밝혔다. 또 지상렬에 대해서는 "그 형님 코미디 스타일이 그렇지 않나. 원래 선 넘는 위험한 예술하는 분이다"라고 쿨하게 넘기며 옹호했다.

다만 스윙스는 제작진에 대해 "(제작진이) 여러 차례 내 매니저를 통해 문자 보내 사과했는데, 전혀 설득이 안 됐다. 인터넷에 사과한 것 중에 하나는, 맥주 광고주 분들한테 사과하려고 날 이용한 거다. 사과 안 받을 테니, 절대 하지 말아 달라. 이런 식이면 내가 사과받기 위해 빌어야 하는 수준이다"라며 "내가 X선비인가? 또 언급될 필요도 없는 분까지 언급하더라. 난 그걸 보고 돌았다. 기분 나빴다."라고 거듭 불쾌해했다.

스타가 출연하는 대다수의 술방들은 편집 과정을 거쳐 대중에 공개되기 때문에, 혹여 촬영 중 일어난 돌발상황이나 실수는 얼마든지 편집할 수 있다. 그러나 '술먹지상렬' 제작진은 문제가 될 수 있는 장면의 삭제는커녕, 오히려 선을 넘는 설명 글을 덧붙여 논란을 부추겼다. 유튜브라서, 술방이라서, 허용될 수 있을 거라 여긴 안일한 판단이 채널의 이미지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술방, 부작용도 생각해 봐야

TV에서 술을 다루는 예능프로그램이 정도에 따라 '15세'나 '19세' 시청 등급을 받는 반면, 유튜브에 공개되는 술방들은 연령 제한이 없어 누구나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이 해외 사업자인 유튜브에는 적용되지 않아, 술방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자율 규제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술방에 인기 아이돌의 출연이 잦은 만큼 이를 접하는 어린 청소년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 봐야 하는데, 딱히 규제라는 게 없는 술방들은 술을 지나치게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술이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서로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놔 '취중진담'을 할 수 있는 매개체로만 여겨지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절대 가볍지 않은데, 술의 긍정적인 모습만 묘사되는 술방은 무분별한 음주 문화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피해 가지 못한다.

복지부 산하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TV·유튜브·OTT 등 미디어에서 다루는 음주 장면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에서 '술방' '술먹방' '음주방송'으로 검색되는 영상 중 조회수 상위 100개 영상을 모니터링한 결과, 평균 조회 수는 80만 회로 나타났다. 이 중 90%에서 음주를 긍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음주 중 부정적 행동(과음, 폭음, 폭탄주, 욕설, 성적인 묘사 등)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청소년 계정 접근 차단 영상은 0건으로 모든 영상이 청소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모니터링 결과가 나와도, 유튜브는 법적 제재 규정이 없어 따로 조치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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