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닭갈비와 계륵

2023. 6. 2. 11:4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춘천에 가면 먹을 만한 것은 없으나 버리기엔 아까운 것을 먹어야 한다.

굳이 춘천까지 가서 이런 음식을 찾아 먹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이 음식이 춘천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이니 안 먹을 수도 없다.

이런 부위로 요리하면 먹을 만한 것이 없을 텐데 춘천의 '닭갈비'는 그렇지 않다.

닭의 갈비 부위가 아니라 닭다리와 가슴살을 쓰니 이런 이름을 붙이는 것 자체가 이상할 수도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춘천에 가면 먹을 만한 것은 없으나 버리기엔 아까운 것을 먹어야 한다. 굳이 춘천까지 가서 이런 음식을 찾아 먹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이 음식이 춘천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이니 안 먹을 수도 없다. 이 음식의 이름은 닭갈비인데 이를 한자로 쓰면 ‘鷄肋(닭 계, 갈비 륵)’이 된다. 고유어와 한자어가 지시하는 대상은 같은데 중국의 고사에서 유래한 ‘계륵’은 쓸모는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대상을 가리키니 좀 다르다.

닭의 갈비 부위를 보면 살이 거의 없으니 중국의 고사가 이해된다. 이런 부위로 요리하면 먹을 만한 것이 없을 텐데 춘천의 ‘닭갈비’는 그렇지 않다. 닭의 갈비 부위가 아니라 닭다리와 가슴살을 쓰니 이런 이름을 붙이는 것 자체가 이상할 수도 있다. 이는 이 음식이 돼지갈비를 대신하기 위해 탄생한 것과 관련이 있다. 비싼 재료인 돼지갈비 대신 닭을 갈비를 요리하듯이 넓게 저며 편 뒤 돼지갈비 양념을 해서 구워내다 보니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갈비란 단어를 들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소나 돼지의 갈비이다. 이 동물의 가슴 부위를 보호하기 위한 12개의 굽은 뼈가 있는데, 이 부위에 붙은 살이 지방과 살이 적당히 조화를 이뤄 특별한 풍미를 낸다.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부위이나 한 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은 제한돼 있으니 비쌀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렴한 닭으로 갈비 맛을 내니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이 될 수 있었다.

고유어와 한자어가 같은 대상을 가리킬 때 한자어가 선호되거나, 그 결과 고유어가 사라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山’의 훈과 음이 ‘뫼 산’인 것을 보면 ‘뫼’가 고유어로 쓰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江’은 훈과 음이 ‘강 강’이어서 고유어의 흔적조차도 찾을 수 없다. 다행히 ‘닭갈비’와 ‘계륵’의 관계에서는 고유어 닭갈비가 더 우위에 있다. 닭갈비는 우리말에서의 계륵이 아니라 진짜 갈비인 셈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