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中서 1720만명 관람 흥행 돌풍…이유는?

김민수 기자 2023. 6. 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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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바링허우 세대, 개혁개방으로 슬램덩크의 '청춘' 이미지 접해
일본 만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중국판 포스터(마오옌 갈무리)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일본의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중국에서 관객 1720만명을 동원, 흥행 수입은 128억엔(약 1200억원)을 넘겨 흥행 동풀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관에서 중국팬들은 주인공들이 착용한 쇼호쿠 고등학교 농구부 유니폼을 착용하고 관람하는 등 슬램덩크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슬램덩크가 이처럼 중국에서 하나의 '사회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국에서 출생했으며 일본에서 자란 중국 현대 문화연구자인 양준샤오(楊駿驍)는 2일 '주간문춘' 잡지를 통해 중국 내 슬램덩크의 인기 원인을 이해하는 열쇠로 '세대'를 꼽았다.

◇"여러분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나요?"…중국 30~40대들의 '청춘 교과서' 슬램덩크

슬램덩크를 관람한 중국인 1720만명 중 60%는 30세 이상으로 나타났다. 양씨는 중국의 30~40대 남성 중 슬램덩크를 모르는 이가 없다고 확언했다.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출생)으로 분류되는 중국 30~40대는 기성세대와는 너무 큰 세대 차이를 가진 세대라고 양씨는 주장했다.

양씨는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이 제기되고, 그 전까지 폐쇄적이었던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점차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다. 이후 중국의 경제 성장은 급속도로 가속화됐고, 사회도 이에 따라 변화했다"며 이같은 시대를 겪어온 세대가 바링허우이며 기성 세대가 전혀 알지 못했던 세계와 가치관을 접하며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혁개방 이전의 중국은 문화대혁명을 겪어 당시 문학, 연극 등 예술은 혁명사상을 표현하는 극히 일부로 제한됐다며 "이후 중국에는 일종의 문화적 공백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반면 1990년대 급속한 시장경제화로 홍콩과 대만을 거쳐 해외의 게임과 영화, 음악, 만화가 중국으로 유입됐으며, 이 가운데 1995~1996년 중국에서 방영된 '슬램덩크'는 바링허우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양씨는 특히 슬램덩크가 거의 처음으로 현재 일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청춘'의 이미지를 제시한 작품이라며 "그때까지만 해도 중국에는 스포츠에 열중하고 동료들과 경쟁하는 '청춘'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기존에 중국 만화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유치한 작품'이거나 국가나 부모의 입맛에 부합하는 교육용 작품이 대다수였기에 슬램덩크가 매력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슬램덩크는 청소년의 연애와 친국 간의 뜨거운 우정,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 등 중국 젊은이들의 삶에 전혀 없었던 이미지를 제공했다. 요컨대 슬램덩크는 중국 청년 층의 삶에 존재하지 않았던 매력적인 '청춘'의 상을 보여준 것이다.

양씨는 "벚꽃이 흩날리는 교문과 방과 후 동아리 활동, 바다가 보이는 귀갓길과 그 너머로 보이는 이성의 모습 등은 일본에서는 매우 익숙한 '청춘'의 상징"이라며 "그러나 중국 젊은이들에게는 이는 결코 친숙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본 만화가 제시하는 '청춘'이 하나의 판타지로 자리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월6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슬램덩크 프리미엄 박스판이 진열대에 놓여 있다. 2023.1.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국가·이념 보다는 자아실현 중시하는 바링허우…슬램덩크 '열혈' 이미지에 빠져

양씨는 "중국 근대사에 있어서 '청년'이란 국가와 이데올로기에 봉사하는 역할을 맡은 자를 지칭했다"며 "그러나 개혁개방 시대 이후 바링허우 세대는 국가나 혁명 등과 같은 거대한 개념이 아닌 개인의 내면과 자유를 중시했다"고 지적한다.

양씨는 "일본에서 청춘이란 학생 등이 사회적 책임이나 의무를 지지 않고 여러가지를 고민하고 가능성을 접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시기"라며 이같은 청춘의 이미지가 바링허우 세대에게 각인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슬램덩크 만화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열혈'을 꼽았다.

그는 "중국 근대사에서 청년은 당연히 '열혈'이었다"며 "열혈이 없으면 혁명을 일으커 나라를 바꿀 생각도 하지 하지 않을 것이고, 할 수도 없을 것"고 말한다. 그러면서 문화대혁명 당시 젊은 홍위병들을 근거로 들었다.

양씨는 그러나 바링허우 세대와 그 이후 세대에게 일에 있어서의 성공이나 학업에서의 성취 등 개인의 자아실현이 중요해졌으며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회자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열혈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대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자유를 위한 것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슬램덩크 만화가 바링허우 세대를 변화시켰다고 설명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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