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떨어지는 기름 값에 속타는 사우디, 엇박자 내는 러시아

황경주 2023. 6. 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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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여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거 기억나시나요?

다행히 최근엔 국제 원유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이게 산유국들 사이에서는 균열을 일으키는 분위기입니다.

어떤 속사정이 있는 건지, 올 여름 기름값은 어떻게 될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최근 국제 유가 흐름부터 짚어보죠.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잖아요?

[기자]

국제유가가 5월에만 11% 넘게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인데요.

어제 기준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0.1 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달 30일 70달러 선이 무너진 뒤 이틀 연속 크게 떨어지자, 반발 매수세에 겨우 70달러 선을 회복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국제 유가가 떨어진다는 소식이 반갑긴 한데요.

이유를 파고들어 보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라면서요?

[기자]

우선, 기름값이 떨어지는 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경기가 안 좋을 테고 그러면 원유 수요가 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있다 보니까, 기름값이 맥을 못 쓰는 거죠.

특히 코로나19 빗장을 푼 중국이 원유를 많이 사들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경기 회복세가 기대만 못 합니다.

여기에 곧 금리 인상을 멈출 것 같던 연준도 "아직 때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요.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5~5.25%로, 이미 16년 만에 최고치인데, 이번 달 FOMC에서 더 올릴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그러면 세계 경기는 더 큰 타격을 받게 되고, 역시 원유 수요를 줄이게 될 겁니다.

수요는 시원찮은 상황에서 반대로 공급이 더 늘 가능성도 있긴 한데요.

이란 핵 문제를 두고 미국과 이란 사이 합의가 교착 상태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이란이 원유를 국제 시장에 팔기 힘들었잖아요.

최근 국제원자력기구가 이란 핵 관련 조사를 마쳤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면 이란이 다시 원유를 수출하게 될 거란 기대도 나옵니다.

[앵커]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 거 같으니까 원유 가격이 내려가는 거군요.

그래서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추가 감산 얘기를 하면서 으름장을 놨다고요?

[기자]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주요 산유국들의 회의체, OPEC+가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2번이나 원유 생산을 줄였죠.

하지만 발표 직후에만 국제 유가 가격이 잠깐 올랐을 뿐 별다른 효과가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여름 배럴당 125달러까지 치솟았던 브렌트유는 최근 석 달 동안 70달러를 간신히 웃돌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석유 팔아 먹고사는 사우디의 경제 성장도 덩달아 꺾이고 있는데요.

고유가가 유지됐던 지난해는 9% 가까운 높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올해는 3%를 겨우 넘길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국 사우디는 오는 4일 열리는 OPEC+ 회의에서 추가로 감산 결정을 내려서 가격을 떠받칠 수도 있다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습니다.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최근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세력은 조심하라"는 경고를 날렸습니다.

[앵커]

그런데 같은 OPEC+ 라고 해서 모두 생각이 똑같은 건 아니잖아요.

사우디와는 달리 싸게라도 원유를 더 팔고 싶어 하는 나라도 있다고요?

[기자]

러시아입니다.

사우디가 추가 감산 으름장을 놓은 직후 러시아는 이번 OPEC+ 회의에서 추가 감산은 없을 거라고 엇갈린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가 값싼 원유를 시장에 계속 쏟아부어서, 공급을 줄여 유가를 올리고 싶은 사우디와 마찰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서방제제를 받는 러시아가 자금 사정이 급해지자, 감산 계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다만 러시아는 대외적으로는, 자신들이 OPEC+ 계획대로 감산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 "국제 유가가 변하고 있지만, 우리의 모든 행동은 국제 유가를 특정 가격에 유지하려는 것과 정확히 연결돼 있습니다. 우리가 자발적으로 생산을 줄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대놓고 미국과 갈등하는 러시아, 대표적인 친미 국가였지만, 중국, 러시아와 밀착하며 운신의 폭을 넓혀가는 사우디, 이해관계가 맞았던 두 나라가 유가 탓에 삐걱거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앵커]

감산 계획이 삐걱거린다면, 올여름 기름값은 안심해도 되는 거 아닐까요?

[기자]

변수가 워낙 많아 단언하긴 어렵습니다.

올 여름은 특히 더울 거라는 얘기도 나오죠.

지난달 23일 '카타르 경제 포럼'이 열렸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산유국 에너지 장관들은 "지난겨울 인류를 구한 건 따듯한 겨울과 경기 둔화"라며, 날씨에 따라 심각한 에너지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카타르 에너지 장관 : "앞으로 10년 동안 가스든 석유든 부족해질 겁니다.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미국도 가격이 많이 떨어진 지금 올 여름 폭염에 대비해 원유를 쟁여두고 있는데요.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달 전략비축유 3백만 배럴을 사 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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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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