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장 수용소' 영상에 베네치아 비엔날레 철수

윤고은 2023. 6. 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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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노동 수용소 조명 30분짜리 영상에 반발…만찬도 취소
[홍콩 명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베네치아비엔날레에 전시된 영국 건축가 엘리스 킬링의 '신장의 수용소 네트워크 조사'.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강제 노동 수용소를 조명한 30분짜리 영상 설치작품에 반발해 베네치아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철수했다.

2일 홍콩 명보와 미국의소리(VOA)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주재 중국 대사관은 지난 22일 공식 개막한 제18회 베네치아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철수하고 예정됐던 대사 주최 만찬도 취소했다.

베네치아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이하 비엔날레)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 행사로, 1980년부터 격년으로 진행되고 있다.

앞서 중국 관영 통신 신화사는 지난 22일 해당 행사에서 중국관 전시가 개막했다고 알렸다.

그러나 그 직후 이탈리아 주재 중국 대사관은 올해 비엔날레에 신장 강제노동 캠프에 대한 영상이 전시되는 것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사관이 문제를 삼은 작품은 영국 건축가 엘리스 킬링의 30분짜리 다큐 영상 '신장의 수용소 네트워크 조사'이다.

킬링은 한쪽 면에 수용소의 구조를 그려놓고 다른 면에는 구금돼있다고 알려진 사람들의 사진을 전시한 구조물을 설치한 후 수용소의 상황을 조명한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이탈리아 주재 중국 대사관은 이에 반발해 비엔날레에서 철수한다고 공식 발표했고, 40여명이 초청된 만찬도 취소해버렸다.

만찬 취소 몇시간 후 중국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해당 전시물이 엄청난 양의 허위 정보에 근거한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면서, 일부 이탈리아 언론들이 이를 신장과 관련한 의혹을 다시 제기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엔날레 대변인은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관이 5월 18∼10일 프리뷰 기간에 정상적으로 오픈했고 22일에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개막식이 열렸다"고 밝혔으나, 현지 중국 대사관이 행사에서 철수한 것에 대한 질의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VOA는 "중국 대사관의 철수에 대한 비엔날레 측의 반응이나 그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킬링은 VOA에 "우리는 우리의 전시를 확고히 지지한다. 이 전시는 오랜 기간 수집한 자료에 기반했다"며 "우리는 이 작품으로 2021년 퓰리처상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시된 모든 정보는 인공위성 사진 분석, 수용소 전 수감자들과의 인터뷰, 중국 당국의 관련 실행 계획을 담은 문서, 언론 보도, 인권 전문가의 분석에 근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작품을 끝까지 전시할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와서 이를 보고 신장의 실상에 대해 알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비엔날레 전시 기간은 오는 11월 26일까지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작년 8월 말 신장에서 위구르족을 상대로 한 차별적인 구금이 이뤄졌으며, 이는 반인도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신장 위구르족 인권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대테러 작전과 '극단주의'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신장자치구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가 자행됐다"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구금·고문·학대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고, 성폭력 사건이 있다는 의혹도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신장자치구는 1천100만 명의 이슬람 소수민족 위구르족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국제 인권단체 등은 약 100만 명에 달하는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 이슬람교도들이 재교육 수용소에 구금돼 있으며 여기에서 가혹한 인권 탄압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중국은 처음에는 수용소의 존재를 부인하다가 나중에는 테러와 싸우는 데 필요한 '직업교육 훈련센터'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탈리아에서 열린 예술 행사와 관련해 중국이 격분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21년 12월에는 홍콩과 신장 지역에서 벌어지는 시위를 조명한 중국 반체제 예술가 바디우카오의 전시회가 이탈리아에서 열리자 현지 중국 대사관이 전시회 취소를 요구했다.

또 중국이 금지한 파룬궁과 관련된 전통 중국 춤 공연이 이탈리아에서 예정되자 중국 외교부가 항의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2013년 베네치아비엔날레 때는 중국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가 중국관에 참여하지 못하고 독일관에 작품을 전시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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