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택시기사' 잔혹살해 이기영은 바람둥이?[사건의재구성]

이상휼 기자 입력 2023. 6. 2. 10:15 수정 2023. 6. 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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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 후 피해자 행세, 피해자 명의 대출·신용카드 펑펑
옷장에 숨긴 택시기사 시신, 여자친구가 발견해 신고
택시기사와 집주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기영. 2023.1.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경기=뉴스1) 이상휼 기자 = 이기영(32)은 2018년 결혼했지만 과거 알고 지내던 노래방종업원 A씨(50)와 불륜을 지속했다. 2021년 12월 아내에게 발각되자 이기영은 집을 나와 A씨의 집에서 지냈다.

별다른 재산이나 벌이가 없음에도 이기영은 주변에 자신이 건물주의 손자라고 말하고 다녔으며 토목 관련 사무실과 자전거 매장을 다수 운영하는 것처럼 행세했다.

이기영은 지난해 3월 A씨에게 3억5600만원을 주겠다는 각서를 작성해주면서 A씨에게 노래방종업원 일을 그만두게 했다.

그 무렵부터 이기영은 A씨를 수시로 폭행했고, 집에 방문한 A씨의 지인도 폭행했다.

지난해 6월 이기영은 A씨의 명의로 3400만원 카드론 대출을 받게 하고 800만원을 이체 받아 썼다. 그러면서 이기영은 주변인들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현금을 빌리는가 하면 수백만원대 신용카드 연체대금으로 경제적 압박을 받았다.

이기영은 8월3일 인터넷으로 '먹으면 죽는 농약' 등을 검색한 뒤 독극물로 살해하기 어렵다고 판단, 둔기로 A씨를 십수회 폭행해 살해했다. 다음날 저녁 A씨의 시신을 차에 실어 파주시 공릉천에 유기했다.

그는 A씨를 살해한 직후부터 A씨 명의의 휴대전화, 신용카드, 신분증을 이용해 피해자 소유 3700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 받았다. 또 A씨의 신용카드로 같은해 9월22일까지 93회에 걸쳐 4200만원을 썼다.

같은해 11월 그는 A씨의 계좌에 있던 돈을 모두 탕진했다. 그러자 A씨 소유 아파트를 처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이기영은 새로 사귄 여자친구 B씨 명의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카드대금을 연체시켰고, 휴대전화 요금과 인터넷 요금도 납부하지 못했다.

같은해 12월20일 오후 10시5분께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이기영은 술을 마신 채로 SUV차량을 운전하다가 택시기사 C씨(60)가 몰던 택시와 충돌했다. 사고에 앞서 이기영은 함께 술은 마신 여자친구가 음주운전을 말렸음에도 아랑곳 않고 운전했다.

이날 사고 당시 이기영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9%로 만취 상태였다. 운전면허는 2019년 1월22일 취소됐다.

이기영은 2020년 6월11일 음주운전 혐의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2021년 6월10일 출소한 전력이 있는 상태였다.

경찰에 신고하면 음주운전 사실이 들통나기 때문에 이기영은 C씨에게 "집에 가서 현금으로 합의금을 주겠다"고 거짓으로 유인해 파주의 거주지로 끌어들여 둔기로 무참히 살해했다. C씨의 시신은 방 옷장에 넣었다.

살해 직후 이기영은 C씨의 신용카드, 신분증, 휴대전화를 이용해 은행앱을 설치한 뒤 C씨의 돈 4788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해 마구 썼다.

12월22일 저녁에는 C씨의 신용카드로 명품 귀금속 매장에서 636만원짜리 커플링 구입하는 등 5회에 걸쳐 770만원을 결제했다.

같은날 C씨의 아내와 딸이 휴대전화로 연락해오자 이기영은 C씨인 것처럼 행세했다. 그는 "사고처리 중이야"라면서 전화를 받지 않고 132회에 걸쳐 C씨의 아내와 딸에게 메시지를 전송했다.

크리스마스인 12월25일 오전 11시20분께 파주시 거주지에서 이기영의 여자친구 B씨는 옷장에 은닉된 C씨의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고, 즉각 출동한 경찰은 집에 있던 이기영을 체포했다.

경찰은 A씨의 시신을 발견하기 위해 공릉천과 한강을 수개월 수색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강도살인과 사체유기 등 9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기영은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범행 일체를 시인했고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두번째 공판에서 검찰은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다.

지난 5월19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최종원)는 이기영에게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하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면수심의 잔혹한 범죄에 대해 상응하는 중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사형 제도는 인간의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 사법 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 형벌"이라며 "사형 이외에 법이 허용하는 가장 무거운 형벌인 무기징역형을 선택했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이기영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피해자들과 그 유족들이 입은 고통과 슬픔, 이 사건 범행으로 일반 국민이 입은 불안과 충격, 유사한 범죄를 예방하여 사회를 방위할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기영에게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면서 항소했다. 항소기록은 지난 1일 서울고법으로 송부됐다.

이기영은 항소장을 내지 않았다. 검찰의 항소만으로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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