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본 마감재랑 너무 다른데 ‘속수무책’…견본주택 내부 촬영 허용될까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6. 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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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준 의원 주택법 개정안 발의
영업비밀 이유로 견본주택 촬영 금지
증거 없어 피해 발행해도 대응 사실상 불가능
한 대형 건설사 모델하우스에 많은 사람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그동안 눈으로만 봐야 했던 견본주택의 내부 촬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영업 비밀을 이유로 내부 촬영이 허용되지 않아 준공 후 무습과 달라 피해를 입은 입주 예정자가 적잖이 나타나고 있는 데다 주택 소비자 의 알 권리도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위원회 유경준 의원(국민의힘) 등 여당 의원 14명은 최근 ‘주택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법률안의 골자는 건설사의 견본주택 내부의 촬영을 허용하는 조항(제60조제4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견본주택 건축 기준에 대한 규정 아래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는 사업주체는 일정한 배치, 구조나 마감자재 설치 기준에 맞게 견본주택을 건설해야 한다. 하지만, 견본주택과 달리 주택이 시공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상황이다.

품질이 낮고 가격이 싼 마감재가 사용됐거나, 색상이 다르게 시공, 콘센트 설치 유무, 문턱·식탁 위치가 상이한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시공된 결과물과 비교할 견본주택 촬영물이 없어 입주예정자들이 이같은 피해를 입고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의심이 가더라도 정확한 증거를 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돼 왔다는 점이다.

입주예정자가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견본주택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할 필요성이 대두된 까닭이다. 지금까지 견본주택을 선보이는 건설사들은 견본주택의 설치·전시·운영이 기업 고유의 경영 및 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며 촬영을 금지해왔다.

이에 국회는 주택법을 일부 개정해 사업주체가 견본주택에 사용되는 마감자재의 규격·성능 및 재질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견본주택 각 실의 내부 촬영을 허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번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유경준 의원은 “견본주택을 보고 입주를 꿈꾼 이들이 다르게 시공된 주택에 놀라 피해 보상을 요구해도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증거불충분이 나기도 한다”면서 “이같은 맥락에서 견본주택 촬영 금지는 심하면 분양 사기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어 “민원 사례를 들여다보면 아예 살 수 없는 환경으로 시공되기도 하는데,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앞으로 구제절차 과정에서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견본주택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영업 비결 등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안하는 것은 근거가 약하다”며 “어차피 견본주택이 홍보를 위해서 만들어지는 공간인데, 보기만 하고 기록은 남기지 말라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또 “견본주택하고 실측하고 다르다는 지적이 워낙 오랫동안 있었고, 소비자들도 향후 구제를 받으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사진 촬영 등을 허용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공공주택이 견본주택과 다르게 시공됐다는 민원은 단연 민영 건설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경준 의원은 지난 3월 2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주택 견본주택과 실제 시공의 차이와 관련해 발생한 민원 현황 및 사후처리 결과’ 자료를 공개하면서 2019년부터 11개 단지에서 1만6000여건의 민원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당시 민원 내용은 견본주택과 다른 발코니 마감, 기단부 석재마감 색상 상이, 세탁실 위치, 마감재 하향, 콘센트 설치 유무, 가구 모양 상이, 외벽 도색 등이 있었다. 하지만 LH가 받아들여 반영된 민원은 2건에 불과했다.

LH는 디자인 등 영업 비결이 담겨 있다는 이유로 견본주택의 기록을 남기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민간도 마찬가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3월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소비자들이 구매할지 여부 또는 가격이 과연 어느 게 적정한지에 대해서 의사 선택을 하기 위한 것은 기업의 영업기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투명하게 지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업기밀이라는 것으로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는 점이 있는지에 대해서 LH부터 시작해서 한번 들여다보고 시정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LH는 시공하는 공공주택의 견본주택 촬영을 허가토록 내부 규정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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