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현재’ 이강인의 매력탐구
불과 지난 시즌만 해도 보완할 약점이 많은 유망주로 평가받던 이강인. 그랬던 그의 위상이 180도 달라졌다. 이젠 유럽 각지 팀이 러브 콜을 보낸다. 이강인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이강인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유망주 티를 벗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지만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전성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의 나이는 고작 22세, 올라갈 곳이 많아 더욱 기대가 쏠린다.
약점을 죄다 보완해낸 슛돌이
이강인의 공격적인 재능은 일찍이 인정받았지만 수비 가담,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오프 더 볼), 신체 능력은 늘 그의 약점으로 따라다녔다. 현대 축구는 공격과 수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으며, 이전과 다르게 필드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수도 수비에 가담하지 않곤 살아남기 어렵다. 후일, 파울루 벤투 전 국가대표팀 감독 밑에서 활약한 최태욱 코치도 "벤투 감독이 강인이를 선발하지 않은 이유는 부족한 수비 가담 때문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랬던 이강인은 지난해 여름부터 절치부심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수비를 강조하는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의 지도 아래 수비 실력이 급격히 늘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한 유튜브 채널에서 "이강인 선수의 수비는 이전에는 요령이 없어 보였다. 자리도 잡지 못하고 늦게 발이 들어가 거친 플레이를 보이며 카드 수집도 잦았다. 지금은 영리하게 위치를 선점한다. 수비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다"고 평가했다.
달라진 신체 능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강인은 유소년 시절에는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어 과도한 웨이트트레이닝을 자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인 무대에 입성해 신체 능력이 약점으로 지목되자 코로나19로 유럽 축구가 휴식기에 접어들었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몸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 결실은 이번 시즌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강인의 키는 173cm로 축구선수로는 작은 편. 그런데도 좁은 공간에서 한 뼘 이상 큰 선수들이 신체적 압박을 가해도 버텨낸 뒤 특유의 영리함으로 공을 빼내는 장면이 늘었다. 4월 29일 헤타페를 상대할 당시 60m를 드리블해 득점을 만들어낸 장면에서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폭발력을 보여줬다. 얼마 전 이강인이 팀 훈련장에서 바지를 걷어 올린 모습이 소속 팀 홈페이지에 공개됐는데, 유난히 두꺼운 허벅지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기레 감독은 약점을 보완한 이강인을 팀 전술의 핵심으로 삼았다. 처진 공격수, 측면·중앙 미드필더, 왼쪽 윙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포지션에 이강인을 활용했다. 이강인은 성실하게 수비에 가담하고 번뜩이는 창의성으로 공격에 기여하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의 출전 시간 역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직후 여러 클럽이 이강인 영입을 문의했지만 마요르카와 아기레 감독은 필사적으로 이강인의 이적을 막았다. 이강인이 떠나면 생길 전력 공백을 감당할 수 없어서였다. 이는 반대로 이강인의 팀 내 입지를 보여주는 일화이기도 했다.
더 큰 무대를 노린다
약점을 보완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낸 이강인. 한준희 해설위원은 이번 시즌 이강인의 활약상을 총평하면서 "이강인은 더 이상 한국 축구의 미래가 아닌 현재"라고 말하며 "유럽 어느 팀에 가도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 예측했다. 이강인은 한국에서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세 번째로 많은 축구선수. 그가 팬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현란한 발 기술, 왼발에서 휘어져 나오는 송곳 같은 킥, 앳된 얼굴 뒤 숨기고 있는 반칙 카드를 불사하는 전투력 등이다. 짧은 기간 여러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인 이강인이 다음 시즌에는 어떤 무대에서 자신의 장기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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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RCD마요르카 공식 홈페이지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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