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봉 가격이 최소한의 물리력? 경찰 매뉴얼엔 '권총' 수준"

CBS 오뜨밀 2023. 6. 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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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봉으로 머리 가격' 과잉 진압 논란
권총과 같은 수준의 '고위험 물리력 행사'
노사 중재해야 할 정치권, 갈등만 부추겨
강대강 치닫는 노정 관계, 대화도 단절돼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신혜림 PD, 조석영 PD

◇ 채선아>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저희가 5월 31일 방송에서 민주노총 대규모 집회, 야간 행진 없이 자진해산 했다는 속보까지 전해드렸는데요. 오늘 관련된 소식 전해주시는 거죠?

◆ 신혜림> 이날 새벽 전남 광양에서 경찰들이 고공 농성 중인 노동자 머리를 곤봉으로 내리쳐서 병원으로 이송됐잖아요. 당시 상황을 찍은 영상들이 하나둘 공개되면서 과잉진압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단 현장 상황 어땠는지 조금 더 전해드리고, 제가 생각하는 이 모든 사태의 시작점을 말씀드려볼게요.

농성 당사자는 포스코의 사내 하청 노동자입니다. 지난해 4월부터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임금교섭과 부당 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면서 천막 농성을 1년 넘게 가진 상황이었대요. 그러다 최근 고공 농성을 시작한 건데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철탑을 만들어 세워서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러다 어제 새벽 경찰이 사다리차를 타고 철탑에 접근을 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 채선아> 영상이 많이 공개됐어요.  


◆ 신혜림> 관련 뉴스를 보면서 사건을 한번 클로즈업 해볼 때 눈에 확 들어오는 거는 아무래도 정글도랑 곤봉이었어요.

◇ 채선아> 사진 보여드리고 있는데 약간 끝이 휘었고, 길이도 엄청난 것 같아요

◆ 신혜림> 정글에서 쓰는 칼이라고 해서 정글도인 거 같은데, 김 씨가 정글도를 쥐고 있었다는 게 집중 보도됐죠.

◇ 채선아> 이걸 휘둘렀다는 보도가 있었죠.

◆ 신혜림> 언론사마다 편집 포인트가 좀 달라서 제가 여러 개를 찾아봤거든요. 유튜브 찾아보시면 영상이 여러 개 나오는데 김 씨가 정글도로 경찰을 위협하는 장면은 보이지 않았고요. 다만 밑에서 진압 준비하는 경찰들을 향해서 쇠파이프나 의자를 던지는 모습은 포착됐어요.

◇ 채선아> 올라오지 마라

◆ 신혜림> 이 과정에서 경찰도 손등 같은 데 부상을 입었다고 하고요. 경찰 6명이 사다리차 두 대에 나눠서 망루에 접근한 거죠. 그러자 김 씨는 오지 마라며 사다리차 테두리 같은 곳을 쇠파이프로 때리면서 저항하고, 김 씨를 향해서 경찰은 다가오고, 곤봉을 계속 휘두르고, 김 씨가 쓰러지고, 쓰러진 이후에도 경찰 6명이 1분 내내 내려치는 모습이 포착됐어요.


◆ 조석영> 이게 영상으로 공개가 되면서 기사로 보신 분들보다 약간 좀 다른 감정 느끼신 분들이 많을 거예요.

◇ 채선아> 저도 사진으로만 보다가 영상을 처음 보고 깜짝 놀랐거든요. 지금 띄워드리는 사진을 보면, 고공농성 하는 곳에 네 면이 있는데 양쪽 두 면을 모서리쪽을 포함해서 사다리차가 감싸고 다가오는 그런 모습이에요.

◆ 조석영> 포위하는 모양새죠.

◆ 신혜림> 그렇게 진압을 해서 김씨 머리가 피투성이가 된 거죠. 경찰 입장은 '정글도나 쇠파이프를 휘둘렀기 때문에 경찰봉으로 제압한 거다'라고 설명했고 한국노총에서는 '정글도는 현수막 제거 용도였고, 쇠파이프도 사람한테 휘두르지 않았다. 경찰이 정글도를 빌미로 폭력 진압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렇게 반박하고 있습니다.

◆ 조석영> 여기서 경찰 입장과 한국노총의 입장이 모두 맞다는 전제 하에 살펴보면 됩니다. 그래서 결국 진압의 수준이 적절했느냐가 포인트거든요.

◆ 신혜림> 맥락이 많을 수 있을 거예요. 방어를 위한 휘두름이었냐, 공격을 위한 휘두름이었냐, 어떤 강도였냐, 어디를 가격했냐,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글도와 곤봉이 누구의 도구였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누구의 정글도, 누구의 곤봉이었냐. 시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경찰의 도구가 곤봉이었고, 공권력에 저항하는 시민의 도구가 쇠파이프, 정글도, 이런 거였는데 그걸 같은 선상에서 해석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 것 같고요. 또 경찰은 방패나 헬멧 그런 보호 장비를 다 착용한 상태였고 6:1이었다는 점이 있죠. 경찰 관계자가 이런 인터뷰를 하거든요. "최소한의 물리력을 행사해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한 거다"  

◆ 조석영> 이게 최소한의 물리력이라는 점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채선아> 지금 사진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물리력은 최소한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실제 경찰이 물리력을 사용할 때 기준이 있을 것 같은데요?

연합뉴스


◆ 신혜림> 기준이 있어요. <현장 경찰관 물리력 행사에 관한 기준> 이렇게 딱 문서화도 돼 있고, 여기 보면 저위험 / 중위험 / 고위험 이렇게 나오는데요. 경찰봉으로 신체 중요 부위를 가격하는 거는 권총이랑 같은 급의 '고위험 물리력 행사'거든요. 지금 그걸 한 거죠. 그럼 최소한의 물리력으로 볼 수는 없겠죠. 한국노총 같은 경우는 정부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던 노조잖아요.

그래서 오늘 원래 노사정 간담회, 노동계-경영계-정부가 제대로 대화를 해보는 자리를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릴 뻔 했는데, 이 상황 때문에 한국노총이 불참을 선언하고 결국 이 갈등을 중재할 실마리가 더더욱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강 대 강으로 계속 부딪히는 상황에서 대화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되는 걸까요?  

◆ 조석영> 일단 지금 경찰은 자기가 보호해야 할 시민이 아니라 제압해야 할 범죄자로 보고 이걸 집행한 거예요. 폭력, 강도, 이런 사람을 제압하듯이 제압한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 고공 농성하고 있었고, 이 사람이 다른 시민들에게 무슨 해를 끼쳤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경찰을 정당화할 수 있느냐라고 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포인트가 하나 있고요. 두 번째는 권력 자체가 노동자랑 행정 권력을 비교하면 행정 권력이 훨씬 크잖아요. 그러면 사실 권력자가 손을 내밀어야 되는 거죠.

◇ 채선아> 대화나 협상을 다룬 책을 보면 항상 '누구에게나 출구를 마련해 줘야 된다. 그래야지 협상 결과가 나온다'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400일 가까이 농성을 하는 동안 그런 조율이 노사 간에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이었잖아요. 노사가 할 수 없다면, 그러라고 정치권이 있는 거잖아요.

◆ 신혜림> 지금 노사보다 노정 갈등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 채선아> 사측(원청)인 포스코는 안 보이는 거죠.

◆ 신혜림> 그런 의미에서 이 사건을 좀 더 멀리서, 조망하는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제가 주목하고 싶은 곳은 용산입니다. 대통령실인데, 윤석열 대통령의 패턴이 있어요. 국무회의 시간에 항상 어떤 사람들을 나쁜 사람으로 규정합니다.  

◆ 조석영> 요즘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생중계하면서 이게 대서특필 되고 있어요.

◆ 신혜림> 그리고 그 나쁜 사람들에게 고통을 예고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그 말을 하는 순간 언론과 여당과 경찰이 즉시 움직여요. 대표적으로 2022년 11월 국무회의에서는 '법을 지키지 않으면 법을 지킬 때보다 훨씬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법치주의가 확립된다.' 이런 말을 했는데 그때 파업하던 화물연대의 업무개시 명령을 하면서 하던 말이에요. 그래서 화물연대 어떻게 됐나요?


◇ 채선아> 그때 기억나요. 안전운임제가 일몰 시기였는데 그걸 없애지 말아달라는 요구였거든요. 엄청 고통 받았죠.

◆ 조석영> 안전운임제 자체가 진짜 안전을 위해서 필요한 법이었거든요. 왜냐하면 트럭 기사들이 졸음운전하고 이러니까  

◇ 채선아> 트럭 운전사가 아닌 우리와도 관련 있는 제도였어요. 최저임금 같은 거였거든요.

◆ 조석영> 그 갈등 요인이었던 안전운임제 폐지하면서 정부가 이걸 대체할 수 있는 더 좋은 방안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지금 몇 달이 지났죠? 6개월 정도 지났는데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 게 없습니다.

◇ 채선아> 그래서 지금 실제로 화물차 운행하시는 분들이 사측이랑 협상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 조석영> 왜냐하면 노조랑 사측이 좀 비등비등하게 균형이 있어야 교섭이라는 게 가능한데, 정부에서 노조를 거의 악마 취급을 하니까 사측이 교섭에 안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 신혜림> 그렇죠. 고통 받고 있어요. 2023년 2월로 가보겠습니다. 그때 국무회의에서는 '건폭'이라는 신조어가 나와요. 건설 현장에서의 노조 불법 행위를 '건폭'으로, 그러니까 폭력배랑 동급으로 만드는 신조어를 쓰면서 '건폭을 방치하면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하는데 이때 언론 관련 시민단체인 민언련에서 모니터링 해본 결과, 21일에서 23일, 3일 동안 건폭 관련해서 435건의 기사가 나옵니다. 그 뒤에 경찰은 바로 전국적인 단속에 들어가고, 건설노조 소속 노동자 다수가 구속 기소가 되고요. 그래서 고 양회동 씨가 약 두 달 뒤 노동절에 분신자살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본인도 노조 활동을 하면서 건설사를 협박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그게 억울해서 돌아가신 건데 한마디로 건폭으로 몰린 게 원인이었던 거죠.

◆ 조석영> 이 사태 관련해서 '실제로 나쁜 일 한 사람들은 나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그런 나쁜 일 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죠. 그런데 당시에 건설사측, 현장소장들이 '노조가 잘못한 게 아니기 때문에 처벌하지 말아달라'는 처벌 불원서를 냈어요.

◆ 신혜림> 그래서 이게 건폭으로 몰아갈 행동인가에 대해서는 얘기를 더 해봐야 하는 상황이고, 이 죽음으로 인해서 5월 16일에서 17일에 민주노총에서 노숙 집회를 여는데요. 그것에 대해서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 또 이렇게 말을 합니다. '경찰과 관계 공무원들은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 다음 날 여당이 바로 움직입니다. '야간 집회 금지하도록 법 개정하겠다.'

◆ 조석영> 이건 위헌적인 발상이죠. 집회 자체에 대해서 찬반은 있을 수 있는데 집회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법을 만드는 건 위헌 나올 거예요.

◆ 신혜림> 그리고 다음 날인 25일 바로 벌어지는 일이 있는데요. 2021년부터 3년간 한 달에 한 번씩 대법원 앞에서 열리던 야간 문화제가 있었거든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기업 불법 파견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는, 항상 하는 소규모의 평화로운 문화제였는데 경찰이 갑자기 이날 집회 참가 인원이 90명이었는데 6배가 넘는 600명 경력을 동원해서 행사 전부터 참가자들 포위하고, 항의하면 연행하고, 그래서 3명이 연행이 됐고요. 20분 만에 강제 해산됐습니다.

1일 오후 1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5일 경찰의 집회 강제해산 조치를 규탄했다. 양형욱 기자


◇ 채선아> 90명이 참가했는데 600명의 경력이 왔어요?

◆ 신혜림> 네. 노컷뉴스 양형욱 기자가 취재한 내용에 의하면, 야간문화제를 하던 관계자가 원래는 매번 경찰이 보호를 해줬다는 거예요.  

◆ 조석영> 원래 집회 시위는 경찰이 보호하는 역할을 해요.

◆ 신혜림> 그리고 인도 자리도 다 마련해 줬었대요. '그런데 그 문화재가 어쩌다 하루아침에 불법이 됐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말을 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노숙 집회 있잖아요. 그때도 알고 보니 하루 전날만 해도 경찰 내부에서는 일선에다가 '안정적인 상황 관리를 해라'  

◆ 조석영> 쉽게 말해서 집회에서 (인명 피해 같은) 큰일 안 나게 잘 관리를 하라는 거죠.

◆ 신혜림> 네. 그런데 바로 태도가 돌변한 거죠.

◇ 채선아> 이 사안을 보면 정말 비극적인 사건들이 많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물대포를 맞아 돌아가신 백남기 농민

2015년 11월 14일 서울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에게 경찰이 멈추지 않고 물대포를 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 조석영> 어제 민주노총 집회 앞두고 경찰이 살수차와 캡사이신 얘기를 꺼냈는데 그게 백남기 농민 사망 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죠.

◆ 신혜림> 그리고 경찰과 시민이 대치한 상황들을 생각해 보면 2009년도 생각이 나고요.  

◆ 조석영> 용산 참사죠. 어제 고공농성 보시면서 용산 참사 얘기하신 분들 되게 많아요.  

◆ 신혜림> 이런 폭력 진압이 과거에 있었잖아요. 이런 진압은 해본 적이 있는 역사고 계속 되풀이 되는 건데, 되풀이 안 되게끔 역사를 반복해서 뉘우쳐야 되는 건데

◇ 채선아> 살수차가 그래서 금지됐죠.

◆ 신혜림> 그런데 이렇게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과거가 쉽게 돌아옵니다. 일각에서는 노동자 파업이 좀 폭력적이지 않았냐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세상에 절대적인 선, 절대적인 악이 있지는 않고 또 현장에서 우리가 못 봤던 맥락들이 또 있겠지만, 노동 전문가 하종강 교수는 이런 표현을 했어요. "노동자들의 파업 양상이 지나치게 폭력적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에 앞서 훨씬 더 폭력적인 탄압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노동자들의 '각목'보다 용역 경비들의 '식칼'이 먼저였다." 저는 여기에 덧대서 '날카로운 대통령의 말도 있었다'고 얘기를 하고 싶네요.  

◆ 조석영> 대통령의 말도 그렇고, 지금 경찰이 너무 강경으로 나가는 게, 어제 민주노총 집회 앞두고는 경찰들에게 특진 포상을 걸었어요. 이런 식이면 사실 가서 싸우라는 얘기거든요. 갈등을 조정을 해야 되는 게 정부 역할인데.  

◇ 채선아> 그렇죠. 경찰이 우리의 적은 아니잖아요. 노조도 적은 아닌 만큼, 중재와 화합의 리더십을 대통령이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바람 가지면서 오늘 여기서 인사 나눌게요. 신혜림 PD, 조석영 PD, 고맙습니다.

◆ 신혜림,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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