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와 소설 써보니… 비약적인 전개 많아 기대 이하”[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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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이고 새로운 형태의 글을 선보여온 작가 정지돈(사진)이 이번엔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와 함께 작업한 단편소설을 내놨다.
작업 초반, 챗GPT는 소설이 아닌 시놉시스를 써내 작가를 곤혹스럽게 했다.
챗GPT와 함께한 소설을 포함해 총 8편의 단편을 담은 '인생 연구'는 모든 이분법을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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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상호작용하며 작품 사유
인간-비인간 경계 돌아보게해
실험적이고 새로운 형태의 글을 선보여온 작가 정지돈(사진)이 이번엔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와 함께 작업한 단편소설을 내놨다. 최근 발표된 소설집 ‘인생 연구’에 수록된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복도가 있는 회사’가 그것. 한 신입사원이 기업의 비밀스러운 지하층에서 일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챗GPT와 함께 작업한 소감으로 정 작가가 남긴 말은 “기대에 훨씬 못 미쳤음”. 지난달 31일 문화일보에서 그와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가는 “지난 3월 1일부터 10일까지 유료 서비스인 챗GPT 플러스를 이용해 작업했다”고 했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복도가 있는 회사’, 딱 한 줄에서 시작해 인물 설정, 서사 진행을 모두 챗GPT와 함께했습니다.”
작업 초반, 챗GPT는 소설이 아닌 시놉시스를 써내 작가를 곤혹스럽게 했다. 이에 작가는 다양한 설정과 인물을 반복해 제시했다. “제가 제시한 설정에 챗GPT가 짧은 이야기를 서술했습니다. 그중 필요한 부분들을 차출하고 조합해 소설을 만들었고 만든 부분을 다시 제시해 뒷부분을 쓰게 했어요. 이 과정을 계속 반복했습니다.”
챗GPT가 많은 부분 서사 진행을 이끌어 나가다 보니 소설은 다소 난해하다. “제가 썼으면 정리를 조금 더 했을 텐데, 그러면 제가 쓴 게 되잖아요. 챗GPT가 이끄는 대로 하다 보니 전개가 비약하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글 전체의 의미를 파악해서 새로운 것을 생성해가며 소설을 써야 하는데 챗GPT가 그 능력은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작가는 AI가 인류를 대체하리라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기술의 발전이 놀랍긴 하지만 우리를 대신할 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아직 멀었습니다.”
오히려 정 작가가 의미심장하게 느낀 것은, 챗GPT와 상호작용을 하며 챗GPT의 스타일로 소설을 사유하게 된 것이었다. “인간이 기계화된다는 의미일까요”라고 자문한 그는 “사실 인간성과 비인간성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고 말을 이었다.
인간성과 비인간성은 정 작가가 오래 탐구해온 주제 중 하나. 그는 지난 2016년 낸 소설집 ‘내가 싸우듯이’가 “알파고가 쓸 소설 같다”는 비평을 들은 이후부터 인간적인 소설, 비인간적인 소설에 대해 생각해왔다고 했다. 정보와 지식을 재조합하고 조립하는 방식으로 쓴 그의 글에 일부는 ‘비인간적인 작품’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우리의 삶은 이미 충분히 기계적이에요. 기계적이고 계산적인 것, 비인간적인 것들을 받아들였기에 문명을 만들어냈고 지금의 우리가 된 겁니다. 이제 인간성에 대한 집착은 조금 버려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챗GPT와 함께한 소설을 포함해 총 8편의 단편을 담은 ‘인생 연구’는 모든 이분법을 거부한다. 사실과 허구, 경험과 상상, 인간과 비인간이 뒤섞여 있다. “전 지금이 ‘바뀌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지금까지 가져온 구분, 이분법에 기초한 사고를 넘어 새로운 세계, 새로운 인간에 대한 의미를 묻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곳으로 출발하기 위한 시작인 셈이죠.”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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