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열악함 딛고 은메달, 8강..."아이들 키워야 韓하키가 삽니다"

권수연 기자 입력 2023. 6. 2. 08:31 수정 2023. 6. 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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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규 서울시 하키협회장ⓒMHN스포츠 이현지 기자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스틱으로 공을 쳐 골문에 넣는다', '경기는 빠르고 박진감 넘친다' 아이스하키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퍽'이 아닌 '공'을 사용하는 필드하키다.

필드하키는 구장에서 11명의 선수가 볼을 다투기에 축구와 유사하지만 스틱을 사용한다. 뛰어다니는 아이스하키라 생각할 수 있지만 오직 골키퍼만 보호 장구를 착용하는 경기다. 

한국은 오래 전 필드하키 강국이었다. 거슬러 올라 지난 1986 서울아시안게임에서 남, 녀대표팀의 동반 우승을 시작으로 여자 하키는 1988년 서울 올림픽과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은메달,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남자 대표팀이 은메달을 따냈다. 또한 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 하키가 1986 서울아시안게임,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는 등 선전했다.

지난 1월에는 남자 대표팀이 2010년 대회 이후 13년만에 국제하키연맹(FIH) 월드컵에 진출해 8강까지 오르는 괴력을 발휘했다. 

MHN스포츠가 만난 이진규 서울시 하키협회장은 이런 상황을 지적하며 "아이스하키만 해도 생활체육이 잘 되어있고 동호회가 많은데, 하키는 동호팀의 숫자가 적은 편"이라며 "유소년 클럽부터 팀들이 활성화되어 근간을 튼튼하게 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진규 서울시 하키협회장ⓒMHN스포츠 이현지 기자

이진규 서울시 하키협회장은 어려운 환경을 딛고 하키에 몰두하는 어린 선수들을 보고 메마른 하키 저변 확대에 기꺼이 뛰어들었다. 한 그루씩의 나무를 심어 숲을 키우는 마음으로 고된 길을 선택했다.

이진규 서울시 하키협회장은 "필드 하키를 살리려면 가장 먼저 유소년이 살아나야 한다. 유소년 팀이 활성화가 되지 않으면 선수수급이 막혀 결국 끝난다"며 "그러려면 초등학교 교육 과정부터 차곡차곡 시작해야한다. 방과 후 운동으로도 적극적으로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40~50대의 중년층은 한국 하키가 과거에 국제 성적이 좋았던 것을 모두 알고있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인식이 비교적 떨어지는 현실"이라며 많은 아쉬움을 거듭 전했다.

야구, 농구, 축구 등 메이저 종목과 더불어 테니스 역시 최근 동호인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재미있고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든 스크린과 본격적인 필드 운동이 둘 다 가능한 골프는 두 말 할 필요 없다.

이진규 서울시 하키협회장은 어디서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접근성, 그리고 전용구장의 확대를 강조했다. 현재 서울에 정규 규격(가로 91.4m, 세로 55m)을 갖춘 하키장은 한 곳 뿐이다. 그마저도 관중석이 없어 학부모들이 계단에 앉아 자녀들의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현 필드하키의 열악한 현실이다. 

지난 1월, 2023 하키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한국 남자 필드하키 대표팀, 서울시하키협회
지난 1월, 2023 하키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한국 남자 필드하키 대표팀, 서울시하키협회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의 흥미를 이끄는 것도 과제가 됐다. 차준환, 김연아(이상 피겨), 신유빈(탁구), 김연경(배구), 손흥민(축구)등과 같은 스타 플레이어의 발굴 여부에도 힘이 실린다. 그러나 스타 플레이어의 탄생은 결국 국제대회 성적과 직결된다. 국제대회에서 더 나은 성적을 내려면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이진규 서울시 하키협회장은 "필드하키는 아이스하키 못지 않게 빠르고 박진감이 있는 스포츠다. 일본처럼 영화나 예능프로그램 등의 매체 노출이 이뤄져도 좋고 스타 선수가 탄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이 우상이 되는 선수를 보며 꿈을 키웠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씨를 키우기 위해서는 햇볕이 필요하듯 사각지대에 비추는 한 줄기 스포트라이트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진규 서울시 하키협회장은 "그간 하키가 주목을 못 받았다. 우리 사회가 어려운 사람들을 자주 조명하는데 체육계는 비인기스포츠에 대한 호응도가 떨어진다"며 "주요 스포츠에만 조명을 많이 비추는데 하키에도 정말 주목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하는 필드하키를 굳이 선택했다. 이진규 서울시 하키협회장은 "협회장으로 부임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지만 구상해둔 것은 좀 있다"며 웃었다. 쉬운 길을 가지 않은데 대한 후회는 없을까. 이를 묻자 그는 "그런건 없다"며 손을 저었다. 

"비인기종목이기에 끌렸고 각오하고 왔습니다. 웬만하면 인기스포츠로 가서 편하게 후원도 받고 인기도 얻으면 좋죠. 그런데 그건 제가 할 일이 없어서 재미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할 일이 많고 바빠져야 변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고인물이 되니까요"

필드하키는 프로리그는 커녕 실업팀조차 많지 않다. 또한 타 스포츠에 비해 접근성도 어렵다. 실업팀은 남자 5팀, 여자 6팀, 중학교 28팀, 고교 29팀, 대학은 15팀 가량이 있다. 그나마도 2년 전부터 선수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등록선수 미달이거나 심지어 0명인 학교도 있다. 

이런 환경속에 한국은 꼬박꼬박 세계10강에 들어왔다. 다만 가장 최근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아쉽게 남녀 모두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한국 하키는 이듬 해 열릴 '2024 파리 올림픽' 출전을 향해 정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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