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연기할 기회가 없어, 전 뭐든 준비돼있어요”[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3. 6. 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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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선영, 사진제공|(주)인디스토리



배우 김선영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이다. 갈증을 느끼고, 호소한다.

“정말 제작되는 작품들이 별로 없어요.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혹은 이주일에 한 번 정도 연기하고 있고요. 연기할 기회가 없어진 것 같아요. 아무리 하고 싶어도, 쓰여지는 롤이니까요. 특히 50대 여성들의 서사가 있는 작품들이 많지 않고요. 이건 우리나라만의 실정은 아니고 전세계적으로 그렇거든요? 제게 뭘 시키던 그런 작품이라면 준비가 되어있어요. 제작자, 감독들에게 말해주세요!”

최근 스포츠경향이 만난 김선영은 솔직했다. 호탕하게 웃다가, 고마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늘 아름다운 연기를 꿈꾼다는 그에게 두 여성의 갈등과 서사가 담긴 신작 ‘드림팰리스’(감독 가성문)는 그야말로 ‘놀이터’였다. 마음껏 뛰어놀고 이윤지, 최민영, 김태훈과 호흡을 주고받았던 만큼 사랑하는 작품이라고 주저없이 말했다.

배우 김선영, 사진제공|(주)인디스토리



■“연기적 만족도? 난 모든 장면에 당당해”

‘드림팰리스’는 남편의 목숨값으로 장만한 아파트를 지키려는 ‘혜정’(김선영)과 어린 남매를 키우며 치열하게 사는 ‘수인’(이윤지)의 고군분투를 담은 작품이다.

“이 대본을 읽는데 소설처럼 아주 깊은 울림을 받았어요. ‘혜정’의 삶이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왔죠. 가슴이 아팠고, 출연하지 않으면 이 여자를 외면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요. 또 4050 여배우가 투톱인 영화도 많지 않잖아요. 대부분 ‘50대 여성’은 자식의 결혼을 반대하는 어머니라던가, 모성애 정도로만 활용되는데, 독립적 서사가 있다는 점에서 끌렸어요.”

눈에 띄는 열연을 펼친다. 그것을 인정받아 제20회 아시안필름페스티벌(로마아시아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사실 출품한 걸 까먹고 있었어요. 근데 갑자기 전화와서 상받았다며 축하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도 아니고 이탈리아 로마 심사위원들에게 제 연기가 전달된 것 같아서 굉장한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다른 나라의 사람들에게 내 연기가 먹혔다는 거잖아요! 하하. 기회가 된다면 외국에서도 연기를 하고 싶어요.”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만족하느냐고 묻자 인상 깊은 대답을 내놨다.

“이 영화의 퀄리티와 관계없이 전 모든 장면에 당당합니다. 이 영화에서 단 한 순간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요. 총 2번 봤는데요. 보면서도 ‘응, 난 단 한 순간도 거짓말하지 않았어. 더할 나위 없이 했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쉬운 것도 없고요. 다시 기회가 온다고 해도 똑같이 연기하지 않을까 싶어요.”

배우 김선영, 사진제공|(주)인디스토리



■“아들 役 최민영, 넷플릭스 ‘엑스오(XO), 키티’까지…대성할 거예요”

함께 연기한 배우들은 모두 보석같았다. 특히 아파트 입성을 두고 갈등을 주고받는 수인 역의 이윤지는 호흡을 맞추게 돼 ‘땡큐’였다고 말했다.

“같이 연기해본 적도 없고 관심있게 작품을 찾아볼 기회도 없었는데,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나타났어요. 숨어있는 병기 같은 느낌? 온몸에 감정 저장소가 있는 모양인지, 최선을 다해 제게 뭔가를 던져주더라고요. ‘이런 사람을 내가 만났네? 복 받았다’ 싶을 정도였죠. 끝나고 난 다음엔 이윤지가 더 보고 싶었어요. 최근에도 연락하고 잠깐 만나도 정서적으로 깊게 나누게 되더라고요. 이상한 추억을 공유해서 그런건가봐요.”

‘드림팰리스’에서 연기한 김선영, 이윤지, 최민영(위부터).



아들 ‘동욱’으로 분한 최민영은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엑스오, 키티’ 남자주인공 ‘대’(Dae)로 발탁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말 잘하더라고요. 에너지가 단단했어요. 제가 그 친구보다도 경력이 엄청 많은데 전혀 뒤지지 않더라고요. 위축되지도 않고 정말 멋있었죠. 노래도 잘하고 영어 실력도 좋아서 대성할 스타일이다 싶었는데, 그런 훌륭한 작품에 또 출연했더라고요? 저도 챙겨봤죠.”

실제로도 절친한 사이인 김태훈과 작업도 즐거웠다. 그는 ‘김태훈’이란 이름 석자가 나오자 고맙고 뭉클한 마음에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배우 김선영, 사진제공|(주)인디스토리



“5년 전 남편인 이승원 감독이 만든 연극을 우연히 보러왔다가 이 감독의 극심한 팬이 되었대요. 우리 극단 작품 때마다 어마무시하게 돈을 쓰면서 단원들에게 밥이며 술을 사주기도 하고요. 제게도 든든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사적인 얘기도 다 하는 사이고요. 제가 연기를 하거나 힘들 때 김태훈에게 전화하는데요. 그때마다 힘이 되어줘요. 진짜 친오빠 같아요.”

작은 영화지만 ‘범죄도시3’와 동시기 개봉했다. 그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졌다.

“오히려 좋은 걸요? 사람들이 관심을 한번은 더 가져줄 것 아녜요. ‘대체 무슨 용기로 같은 시기 개봉했을까’ 하고요. 제겐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 같은 영화인데요. 이 작품을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좋았던 시간이었어요. 많이들 기대해주세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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