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추억…조깅화·타자기·독서대·가위, 누가 떠오르나요?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3. 6.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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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 특별전

권력자에게도 생활은 있었다. 그들은 가장자리가 닳은 조깅화로 청와대 경내를 뛰었고(김영삼), 자신과 부인만 만질 수 있는 영문 타자기를 가방에 넣고 다녔으며(이승만), 청색 홍색 흑색 볼펜을 차례대로 끼운 가죽수첩을 늘 몸에 지니기도 했다(박정희).

청와대 개방 1주년을 기념해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의 소품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전 ‘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가 6월 1일부터 8월 28일까지 청와대 본관 세종실과 인왕실에서 열린다. 1일 기자단에 선공개된 청와대 전시 현장을 미리 살펴봤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영문 타자기’. 이 옥색 타자기는 이 전 대통령이 독립운동 시절부터 항상 지녔던 필수품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1948년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 존 하지 미군청 사령관이 참석한 1948년 취임식에서 ‘개화 두루마기’를 입었다. 전통적인 옷 고름 대신 단추 2개가 달린 이색적 유품이다. 그 옆에 놓인 옥색 타자기는 이 전 대통령이 독립운동 시절부터 애지중지했던 필수품이다. 이 전 대통령은 78세에도 타자기를 ‘독수리 타법’으로 누르며 손수 외교문서를 작성했다.
박 전 대통령의 들고다녔던 카메라. 박 전 대통령은 이 카메라로 청와대 일상과 겨울의 대관령을 찍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드로잉 수첩’. 박 전 대통령이 현장 시찰 때 스케치한 경부고속도로 구상안이 남겨져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현장을 시찰할 때마다 드로잉 수첩을 곁에 뒀다. ‘승용차에서 사용하시던 메모철’이라고 겉면에 적힌 하늘색 가죽 수첩이 대표적이다. 이 수첩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스케치한 경부고속도로 구상안이 남겨져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일상과 겨울의 대관령을 찍었던 카메라, 파독광부와 파독간호사의 실사용 헬맷과 청진기도 함께 전시돼 가슴을 울린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조깅 때 신었던 운동화.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석으로 만든 기념품.
김영삼 전 대통령은 새벽 조깅을 자주 즐겼다. 전시실엔 김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신었던 운동화 한 켤레가 방금 벗어놓은 듯 남아 있다. 조깅은 김 전 대통령에게 건강관리 이상의 의미였다. 1993년 8월, 김 전 대통령은 참모도 모를 만큼 비밀리에 금융실명제를 전격 발표했다. 거사를 앞두고 그날 새벽 조깅은 평소보다 2배 빨랐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 성품을 설명하는 ‘대도무문(大道無門)’ 서화,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석으로 만든 ‘기념품’도 흥미를 돋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0년 노벨평화상 메달.
김대중 전 대통령이 꽃나무를 다듬던 화훼용 가위는 가장 상징적이다. 1980년 신군부에 체포된 김 전 대통령은 책 읽기와 꽃가꾸기로 감옥생활을 견뎠다. 평소 ‘인동초(忍冬草)’란 별칭을 가진 김 전 대통령이 가다듬은 건 단지 나무가 아니라 하나의 올곧은 정신이었다. 김 전 대통령의 2000년 노벨평화상 메달도 전시실에서 오롯하게 빛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앤디 워홀의 ‘시베리아 호랑이’ 작품.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이전에 발명가였다. 사법고시를 준비중이던 1974년, 노 전 대통령은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는 개량 독서대로 실용신안권을 획득했다. 당시 그 독서대가 전시실을 찾았다. 2004년 자이툰 부대를 예고 없이 전격 방문해 장병들의 뜨거운 함성을 온몸에 받은 노 전 대통령이 당시 부대원들에게 선물한 손목시계에는 ‘당신이 대한민국입니다’라고 각인돼 있다.

이밖에도 최규하 전 대통령이 사베트 쿠웨이트 국왕에게 선물받은 은제 돛단배,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인한 프로축구 사인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즐겨 불었던 퉁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사용했던 자전거 헬멧, 문재인 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앤디 워홀의 판화 ‘시베리아 호랑이’ 등도 관람 가능하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청와대는 최고 리더십의 드라마가 펼쳐진 곳”이라며“통사적인 전기를 통해 공과를 다뤘던 기존 대통령 기록물 전시와 달리, 이번 전시는 대통령 개인의 삶의 일부를 상징적인 소품으로 들여다보고자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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