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계 노벨상’ 수상자까지…한국 최고 부촌 재건축 설계전 뜨겁네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3. 6. 2.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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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2구역 24일 설계안 선정
프리츠커상 건축가 설계도부터
세계적인 조경업체와도 협업해
사업 수주 위한 경쟁 달아올라

“저희 설계안은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가 그린 겁니다.”

1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사공원 앞 이면도로. 압구정2구역 재건축조합이 주최하는 ‘재건축 설계공모 작품 전시회’가 이날부터 개최됐다. 천막 8개가 세워지고 국내 유명 건축설계업체 3곳이 치열한 홍보전에 돌입했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삼우),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ANU), 디에이건축(DA) 등이다. 재건축 이후의 단지 모습이 궁금한 압구정2구역 주민들이 속속 전시장을 찾자 업체들은 증강현실(AR) 장비까지 동원해 설계안을 설명하고 나섰다.

압구정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국내 설계업체들의 경쟁은 근래 볼 수 없던 스케일이다. 국내 선두권 업체들이 저마다 세계적인 디자인·설계·조경업체와 손잡고 수주전에 나서 관심을 모은다. 압구정이 대한민국 부촌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만큼 설계 경쟁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압구정2구역 재건축 설계공모에 참여한 업체들은 모두 세계적인 건축가나 설계업체와 컨소시엄을 맺었다. 먼저 삼우는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미국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조경 전문가 토마스 볼슬리와 함께 아파트 설계도를 그렸다. 모든 가구가 한강을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게 특징이다.

삼우 컨소시엄이 제시한 압구정2구역 재건축 설계안 조감도
아파트 최상층에는 층고가 11m로 높은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20층 높이에는 한강변을 조망할 수 있는 인피니티풀을 배치했다. 삼우는 “네이버의 두 번째 사옥을 로봇 친화형 빌딩으로 설계한 경력이 있다”며 “압구정2구역도 로봇친화형 주거단지로 만들 것”이라고 내세웠다. 로봇이 보안 순찰에 나서고 택배 배달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ANU는 한남동 나인원한남과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를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ANU는 압구정2구역 설계 수주를 위해 성수동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를 디자인한 미국 설계업체 SMDP와 조경업체 SWA, 구조업체 LERA와 컨소시엄을 맺었다.

ANU 컨소시엄이 설계한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감도
SWA는 두바이 부르즈칼리파와 전세계 디즈니랜드 조경 프로젝트에 참여한 업체고 LERA는 롯데월드타워, 뉴욕 국제무역센터 등 초고층 빌딩 구조설계 경험이 많다. ANU 컨소시엄이 만든 설계도는 아파트 단지를 최대한 한강변에 전진 배치한 게 특징이다. 전체적인 주제는 ‘클라우드 나인’으로 잡았다. 아파트 상층 테라스 공간 디자인에 특히 힘을 줬기 때문이다.

DA건축은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과 조선팰리스호텔 등을 설계하는 업체다. 고급 주거 설계로는 여의도 아크로 더원을 수주한 바 있다. DA건축은 이번 압구정2구역 재건축 설계도를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와 함께 만들었다. 페로 건축가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독일 베를린올림픽 벨로드롬 등에 대한 설계를 맡은 것으로 유명하다. 제3회 서울 도시건축 비엔날레 총감독이기도 했다.

DA건축 컨소시엄이 제시한 압구정2구역 재건축 투시도
DA건축 컨소시엄은 “압구정2구역 디자인 테마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차용했다”며 “단지 안에 공원 면적만 축구장 16개 규모인 약 3만 6000평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1924가구를 약 2700가구로 새로 짓는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은 오는 24일 총회를 열고 3개 업체가 제시한 설계안 가운데 하나를 투표로 선택할 예정이다.

압구정3구역과 4구역도 설계 공모에 나섰다. 압구정3구역은 희림과 해안건축이 2파전을 벌이고 있다. 압구정4구역은 △건원·삼하·SMDP 컨소시엄 △정림·JERDE 컨소시엄 △DA건축·가람·캘리슨RTKL 컨소시엄 △희림 △토문·PLP아키텍처 컨소시엄 등이 수주전을 펼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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