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현상을 언론만의 문제라고 여길 때 [미디어 리터러시]

최지향 2023. 6. 2.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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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에 대한 언급이 최근 부쩍 빈번해지고 있다.

일단 가짜'뉴스'라는 용어 때문에 가짜뉴스의 문제는 뉴스 또는 언론의 문제라고 한정해 생각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를 언론 지원, 연구 및 미디어 교육을 주 업무로 하는 언론진흥재단에 개소한 것도 '가짜뉴스=언론의 문제'라는 인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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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에 마련된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 ⓒ연합뉴스

가짜뉴스에 대한 언급이 최근 부쩍 빈번해지고 있다. 그 심각성을 생각하면 정부가 연일 가짜뉴스 퇴치를 강조하며 관심 가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챗지피티와 같은 생성형 AI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가짜뉴스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데, 해외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생성형 AI에 의존해 가짜뉴스를 대량 생산하는 사이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를 흔히 핑크슬라임(pink slime) 사이트라고 부른다. 본래 소고기 부산물과 화학물질을 섞어 만든 저질의 고기를 뜻하던 핑크슬라임이라는 용어는 제대로 된 취재 과정 없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질 나쁜 가짜뉴스를 대량 생산해 전파하는 사이트를 칭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창립된 메트릭미디어(Metric Media)라는 미국 미디어 기업이 운영하는 핑크슬라임 사이트는 지난해 말 기준 1000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디어 학자인 베넷과 리빙스톤은 가짜뉴스의 확산이 정상민주주의 붕괴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가짜뉴스를 조직적으로 생산·확산하는 주체들이 주로 취하는 전략은 기성 언론을 공격해 신뢰를 떨어뜨리고, 시민들을 기성 언론 대신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는 대안적 정보원에 의존하게 해 프로파간다에 취약하게 만들며, 그 결과 민주주의 기구 전체가 합법성을 잃게 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민주주의의 위기다.

하지만 최근 가짜뉴스 관련 논의를 지켜보면 과연 가짜뉴스의 진짜 해악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 바탕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대부분의 가짜뉴스 대책은 언론에 대한 비판과 규제 논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용어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일단 가짜‘뉴스’라는 용어 때문에 가짜뉴스의 문제는 뉴스 또는 언론의 문제라고 한정해 생각할 수 있다. 또한 많은 정치인들은 자신들을 감시·비판하는 언론을 공격하는 데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애용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오염된 용어인 가짜뉴스는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짜뉴스 유포 세력이 진짜 바라는 것

최근 정부가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를 언론 지원, 연구 및 미디어 교육을 주 업무로 하는 언론진흥재단에 개소한 것도 ‘가짜뉴스=언론의 문제’라는 인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을 하는 것은 허위 정보 또는 가짜뉴스 확산과 관련해 언론의 잘못이나 책임이 없어서가 아니다. 언론은 정확하고 편향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해야 할 규범적 의무가 있다. 더불어 허위 정보를 생산하거나 또는 다른 곳에서 생산한 허위 정보를 무턱대고 확산하기보다는 이를 거르고 검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물론 언론이 그간 이 역할에 매우 충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는 최근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를 한국언론진흥재단에 개소했다.ⓒ한국언론진흥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다만 가짜뉴스는 언론이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생겨나는 것도 아니며, 언론이 잘해야 하지만 언론만 잘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를 하는 언론만이 가짜뉴스인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언론을 콕 집어 가짜뉴스의 원흉으로 삼고 비판을 집중하는 동안,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국내외 조직적 프로파간다 세력이 여론을 조작할 가능성, 언론에 대한 불신이 입법·사법·행정 등 전반적인 민주주의 기구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해 민주주의 전체가 위기를 맞을 가능성 등 가짜뉴스가 가져올 수 있는 더 심대한 해악의 징후를 놓칠 수도 있다. 언론을 적으로 삼는 것은 정상민주주의의 붕괴를 궁극적 목적으로 하는 가짜뉴스 유포 세력이 주로 취하는 전략이기도 하다는 점 역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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