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흥미진진한 내전기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입력 2023. 6. 2.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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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내전

이철의 지음, 앨피 펴냄

“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도 재미있어할 것 같아 내전기를 쓰게 되었다.”

1945~1949년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과 마오쩌둥이 이끄는 공산당이 패권을 놓고 벌인 내전을 다룬다. 5년 동안 양쪽이 각각 500만명이 넘는 병사를 동원한 전쟁이었다. 장제스의 국민당 정권이 타이완으로 가며 내전은 끝이 났다. 철도 노동자로 일하며 노동운동을 해온 지은이는 중국어를 익혀 내전을 다룬 중국 드라마를 보다가 이 주제에 빠져들었다. 여러 차례 배낭여행을 다니며 내전 관련 장소를 방문했다. 국공내전은 전개 양상이 복잡했다. 중국공산당 홈페이지, 번역된 내전 관련 책자들, 미국 필자들의 책 등을 참조해 사실관계를 따져가며 글을 썼고 분량이 748쪽에 이른다. 부제가 ‘신중국과 대만의 탄생’인데, 이 책의 탄생 스토리도 흥미롭다.

 

 

 

 

 

절망의 벼랑에서 새들은 깃을 갈고 둥지를 튼다

김종두 지음, 페이퍼로드 펴냄

“세상살이에 지친 나를 기다리고 토닥거려주는 이는 고향 어귀 팽나무였다.”

지은이는 대학을 다니며 시를 썼다. 졸업한 뒤 대기업에서 30여 년간 일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피가 돌고 살이 되는 따듯한 고봉밥 한 그릇처럼 ‘밥’이 되는 시를 쓰고 싶었던" 그는 퇴직 후에 지난 50년을 찬찬히 돌아보며 이를 담담한 서정으로 풀어냈다. 시인의 첫 시집이다. 한 개인의 삶도 역사다. 지은이는 현대사를 살아간 민중의 삶을 서정적 시어로 전한다. 지은이는 ‘작가의 말’에서 "명징한 시, 그림 같은 시에서 사람 냄새를 맡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그의 소망처럼, 시 한 편 한 편에서 물기 어린 지난 시절의 풍경이 펼쳐진다. ‘꼬면 꼴수록/ 길어지던 가난을/ 아버지는 내내 꼬고 있었다(새끼 꼬기-1970년대 가계부)'라는 시처럼.

 

 

 

 

 

가장 사업처럼 하는 투자 주주행동주의

제프 그램 지음, 이건 외 옮김, 에프엔미디어 펴냄

“주주들은 이제 관중석에 앉아 구경만 하지 않는다.”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기업은 누구를 위해 경영되어야 하는가? 가장 일반적 답변은 ‘주주’다. 그러나 기업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경영자는 얼마든지 주주의 이익을 거스를 수 있다. 주주가 기업 경영에 개입해서 주주 이익을 적극 챙겨야 한다는 주장을 ‘주주행동주의’라고 부른다. 주주행동주의는 때론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과 비리를 바로잡아 기업을 살려내지만, 어떤 경우엔 주주들의 단기적 탐욕을 위해 우량기업을 무너뜨린다. 이 책은 미국 주주행동주의의 100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8대 ‘주주행동 사건’을 생생하고 흥미롭게 소개한다. 노던파이프라인에 쌓아둔 잉여현금을 주주들에게 분배하도록 이끈 벤저민 그레이엄, 사기 사건에 휘말려 저평가된 아메리칸익스프레스를 살려낸 워런 버핏 등 주주행동주의의 다양한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고려거란전쟁

길승수 지음, 들녘 펴냄

“적이 곧 이곳에 당도할 것이다. 우리가 그들을 섬멸한다!”

한반도의 운명을 둘러싼 외세와의 숱한 다툼 가운데 그 역사적 중요성만큼 현대의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 있다면, 10세기 말에서 11세기 초의 고려-거란 전쟁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동아시아 최강국인 요(거란)가 26년에 걸쳐 여러 차례 침공했으나, 고려는 이를 성공적으로 격퇴하면서 이후 100여 년에 걸친 전성기를 이뤄냈다. 요는 물론 송(宋)과도 대등한 국제관계를 형성하면서 ‘동아시아 균형자’ 역할을 해냈다. 이 책은 그동안 ‘사료(史料) 부족’을 이유로 깊이 다뤄지지 못한 고려-거란 전쟁의 역사적 의의와 사실관계들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쓰였다. 당대 국제관계, 정치 지형, 전투 루트 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재현한 지도와 드라마 같은 구성 덕분에 마치 소설처럼 읽을 수 있다.

 

 

 

 

 

목욕탕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책읽는수요일 펴냄

“네가 아니면 도대체 너 누구야?”

통역(번역)은 언제나 불충분하다. 그럼에도 지도와 언어의 경계를 넘나들기 위해 시도된다. 소설 〈목욕탕〉의 주인공은 동시통역사다. 그는 어느 날 말할 수 없게 된다. 일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당연했던 일이 당연해지지 않는 순간들, 소설은 그 시간을 무작위로 탐험한다. 이야기는 때로 소설의 경계마저 넘어서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것을 ‘시’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면 납득할 수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살며 독일어와 일본어로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볼 수 있는 세계를, 덕분에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절판된 책이 10년 만에 복간됐다.

 

 

 

 

 

오월의 정치사회학

곽송연 지음, 오월의봄 펴냄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보다는 권위주의 국가의 국민으로 살아온 세월이 더 길었다.”

‘나 또한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1980년 5월,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저자는 제노사이드와 민주주의 정치 문화를 연구하는 정치학자가 되었다. 이 책은 ‘어떤 의문’에서 시작했다. 군인들은 왜 그런 일을 벌였을까? 왜 다른 어떤 도시는 연대와 지지를 보여주지 않았는가? 기존 5‧18 연구가 피해자 서사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가해자를 둘러싼 정치사회학적 분석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지은이에 따르면, 5‧18은 ‘정치적 학살’이다. 인종, 종교, 국적 때문이 아니라 지배집단에 대한 정치적 반대를 이유로 희생되었다. 왜곡과 망각, 지역감정이 국가 담론으로 활용되었다. 반인권 범죄의 최극단인 학살이 왜 일어났는가라는, 풀리지 않는 의문을 좇아간 기록이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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