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한심한 존재인가?[뉴스레터 점선면]

최미랑 기자 2023. 6. 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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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께선 여론조사 전화를 받아보신 적 있나요. 언젠가 정치 이슈 관련 전화가 제게도 걸려 온 적이 있는데, 문항이 어려워서 내내 갸웃하다 중간에 끊어버린 기억이 있어요.

다음 총선이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국회는 다음 총선의 규칙을 정할 선거법 개정을 진행 중인데요.

선거 제도는 매우 복잡합니다. 기사를 읽어도 아리송할 때가 많고요. 그렇다고 관심을 끄게 되면, 기뻐하는 건 유권자의 무관심을 바라는 방만한 정치인들일 거예요.

선거제 개편이 왜 중요한지, 지금의 국회는 어떤 한계가 있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더 나은 국회를 만들 수 있을지 함께 살펴봅시다.

오늘은 ‘선-맥락들’ 부분을 특별히 강조한 점선면입니다. 선거제 개편을 둘러싼 포괄적 맥락을 경향신문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들어봤어요. 정치부 조미덥·김윤나영·문광호·탁지영 기자가 함께했습니다.

1. 째깍째깍

·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국회가 선거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 이례적으로 전원위원회까지 열어 전체 국회의원 의견도 들었습니다. 전원위가 열린 것은 2003~2004년 이라크 파병 및 파병 연장을 논의한 후 19년 만의 일입니다.

· 선거구 획정은 총선 1년 전까지 마쳐야 합니다. 지난 4월 10일이 법정 시한이었어요. 이미 지났습니다.

· 국회는 매번 이 시한을 지키지 못했어요. 총선을 한두달 앞두고 확정한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 이번에는 여야합의로 6월 중에 선거제 개정안을 도출하겠다는 게 김진표 국회의장이 밝힌 목표예요.

2. 놀라운 결과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시민 500인을 대상으로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공론조사도 벌였습니다.

· 결과가 매우 흥미로워요. 그냥 대뜸 의견을 물은 것이 아니라, 충분한 배경지식을 먼저 제공하고 시민들끼리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게 했는데요.

· 숙의 과정을 거친 후에 많은 분들이 생각을 바꿨어요.

· 숙의 전에는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65%)으로 많았는데, 숙의 후엔 많은 분들이 ‘늘려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그래픽 : 김규연 디자이너

·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구성과 관련해서도 굉장히 큰 변화가 나타났어요.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 비율은 숙의 전에는 27%였는데, 숙의 후에는 무려 70%로 늘었어요. 엄청난 차이이지요.

그래픽 : 김규연 디자이너

· 기존 여론조사에서는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자’는 목소리만 주로 부각돼 왔습니다.

· 하상응 서강대 교수는 이번 공론조사 결과에 대해 “숙의를 통해 국민의 여론이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시민 교육과 정치 교육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평가했습니다.

· 정치권이 이같은 공론조사 결과를 개편에 반영할지는 지켜봐야합니다. 각자 한창 계산기를 두드리는 중이니까요.

3. 잊어선 안되는 것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당 지지율보다 훨씬 높은 의석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뿌리깊은 지역주의와, 지역구에서 한 표라도 더 얻는 쪽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승자독식’의 선거제도가 원인으로 지목돼 왔어요. 선거제 개편은 이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 이외에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의 선거제 개편은 지난 총선에서 거대 양당이 ‘꼼수’를 써서 만든 ‘비례대표 위성정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승자독식’의 문제를 해결하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더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편법을 써서 소수 정당 몫의 의석을 싹 쓸어가버렸지요.

· 이런 꼼수를 막을 해법을 국회가 내놓는지 잘 지켜봐야 합니다.

국회는 상반기 안으로 선거제도 개편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의원 정수와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숙의를 거친 시민들은 숙의 이전보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19~21대 국회를 취재한 네 명의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대체 어떻게 일하고 있나요? 더 나은 국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립’만 있는 21대 국회

지금의 국회를 만든 21대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했어요. 1987년 민주화 이후 한 정당이 이렇게 많은 의석을 확보한 건 처음이었지요. 21대 국회를 지켜보니, 이전의 국회와 어떻게 다른가요?

조미덥 기자(이하 ‘조’) = 20대 국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에서 분리돼 나온 국민의당,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서 분리돼 나온 바른정당 등 중도 성향의 제3정당들이 있었습니다. 그땐 민주당과 새누리당 모두 한 당의 힘만으로는 뭔가를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제3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기도 했고, 다른 당끼리 서로 치열하게 대화하고, 타협도 해서 합의를 이끌었습니다. 중도로 의견이 수렴돼 상대적으로 상식에 기반한 국회 운영이 가능했어요.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대한 국정조사, 특검 수사 등이 그렇게 추진됐습니다.

그런데 21대 국회에 다시 돌아오니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갖고 있고, 국민의힘과 두 당이 양당 구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서로 대립하고 꽉 막혀있을 때 이를 풀어갈 다른 정당이 없으니 취재하면서 보기에도 답답하더군요. 거대 양당의 폐해가 잘 드러나고 있는 게 21대 국회 후반기인 듯 합니다.

2020년 4월 16일 총선 직후 기준

문광호 기자(이하 ‘문’) = 저도 21대 국회의 특징을 ‘중간이 없다’란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0대 국회에서는 제3당이 최대 40여석을 갖고 있으면서 양당의 중재자 역할을 했어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연합으로 ‘평화와 정의’라는 원내교섭단체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반면 21대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의 법안 처리 강행과 국민의힘의 버티기 또는 보이콧이 맞물려 이전에 비해 대화를 통해 합의하는 과정이 많이 생략된 것 같아요. 특히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가능해지자 이 경향이 더 심해졌습니다. 든든한 뒷배가 생긴 국민의힘으로써는 더 배짱을 부릴 수 있게 됐고, 민주당은 견제에 앞장서겠다는 취지로 더욱 ‘강 대 강’으로 붙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3당이 다 합쳐도 원내교섭단체 기준인 20석이 되지 않아서 중재 노력을 하기에 역부족입니다. 이를 타개하려면 소수당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더 촘촘하게 마련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김윤나영 기자(이하 ‘김’) = 저는 19대 국회에서 처음 민주당을 취재하면서 정치부를 경험했습니다. 그때는 친문-비문 간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어요. 박지원 민주당 고문이 매일 아침 ‘문모닝’(매일 아침 문재인 전 대표 비판)을 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국회는 원래 싸우는 곳인가보다’ 생각했고요.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 호남 의원들이 집단으로 탈당해 안철수 전 대표와 국민의당을 창당합니다. 분당 사태 이후 민주당은 단일대오를 유지하더라고요. 분당 트라우마 때문인지 20대 국회, 21대 국회 들어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원들의 강박이 강해진 것 같아요. 당내의 ‘다른 목소리’가 정말 들리지 않습니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당은 혼란스러워졌고 민심-당심 괴리 논란이 불거졌는데도 민주당 내부 성찰이 잘 나오지 않았어요. 요즘 민주당에서는 ‘조국의 강’을 못 건너서 ‘남국의 늪’에 빠졌다는 자성이 나오고 있어요. 이재명 대표 체제를 거쳐서는 팬덤정치 논란이 강화했고, 열성 당원들의 ‘문자폭탄’도 일상화했습니다.

국회의원이 제대로 일할 때

국회의원은 한 명 한 명이 ‘입법기관’이라고 하는데, 현장에서 언제 이 사실을 가장 절감하나요.

= 사회적 참사가 있을 때 특히 절실하게 느껴요. ‘전세 사기’ 같은 이슈도 마찬가지고요. 중요한 이슈는 결국 다 국회로 옵니다. 입법 과정을 거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니까요.

탁지영 기자(이하 ‘탁’) = 국회의원 입법 활동의 정수는 ‘상임위원회’에서 느낄 수 있어요. 국회에는 총 17개의 상임위가 있는데, 300명의 의원들이 17개 상임위에 분산돼서 의정활동을 해요. 법안 발의, 정부 관계자를 상대로 한 현안 질의, 국정감사 등을 합니다.

= 출입 이전에 저는 막연히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한다’고만 생각했는데요. 국회 상임위와 소위원회 활동을 취재하면서 이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어요. 하나의 법안을 의결하기 위해 의원들이 법안의 세부 내용을 치열하게 토론하는 것을 보고 ‘이 과정이 아주 중요하구나’하고 여기게 됐어요.

대표적으로 2021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이 떠올라요. 여야간 이견은 있었지만 상임위, 법사위를 거치는 동안 수많은 토론을 거친 끝에 합의점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의미있었습니다.

= 19·20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을지로위원회를 만들었어요. 정치인들이 도외시하던 우리 사회 ‘을’들의 투쟁 현장에 국회의원들이 한 명씩 담당 의원이 돼 직접 찾아가고 중간중간 성과를 보고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이전엔 경찰들이 농성하는 노동자들을 강제로 해산하기 일쑤였고 사용자들도 노동자들의 협상 요구를 내내 무시했는데, 국회의원이 찾아가서 자리를 함께 하고 사용자에게 협상을 요구하니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한 예로 통신사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자신을 정규직화해달라고 단식에 고공농성을 장기간 진행한 일이 있었는데, 을지로위원회가 나서면서 합의를 이끌어냈어요.

= 정쟁만 일으키는 의원들을 보면 기자들도 속이 터져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현장조사를 벌이던 때가 생각납니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뤄진 2차 현장조사에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사안의 본질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꺼내더라고요. “경기 이천 화재 참사 당시 ‘경기지사 떡볶이 먹방 논란’이 일었던 건 (재난 대응의) 일차적 책임이 지자체장에 있다는 것”이고 “(당시) 행안부 장관이 컨트롤타워이기 때문에 책임져야 한다는 보도는 못 봤다”라고 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이던 때 이천 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났는데, 당시에 한 유튜브 방송에 나가 떡볶이 먹방을 찍어 논란이 됐다는 걸 거론한 거예요.

순간 유가족은 물론이고 현장에 있던 기자들도 모두 한숨을 내쉬었어요. 누가봐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편들기 위해 꺼낸 발언이었죠. 생떼같은 자식들을 한순간에 잃고 국가에 책임을 묻는 자리에서 야당 공세에만 일관하는 걸 보니, ‘입법기관’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 국회의원은 법안을 발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책임이 막중하다고 생각해요. 이태원 참사 직후 의원들이 ‘뒷북 법안’을 우후죽순 쏟아냈는데요. ‘선제적 입법’도 가능한 게 아니었을까요.

저는 단 한 명의 의원이라도 청년층에게 각광받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대해 알고 있었더라면, 축제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법안을 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국회는 연령, 성별, 종사해온 업이 매우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법안의 발굴도 편향될 수밖에 없어요. 사회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보다 다양한 사회 계층의 수요에 반응할 수 있는 의원이 많이 선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2015년에 유인태 당시 민주당 의원이 사형제 폐지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어요. 의원 171명을 모아 공동 발의했습니다.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서 폐지가 현실화하긴 어려웠지만, 국회 의결 정족수인 절반 이상이 사형제 폐지에 공감한다는 걸 보여줬죠.

유 의원은 2004년에도 의원 174명을 모아 사형제 폐지안을 발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두 번 다 법안이 통과되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우리 사회가 사형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계속 만든 겁니다. 의원 한 명 한 명이 실현 가능성을 떠나 신념을 가지고 뚝심있게 입법을 추진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비례대표를 늘려야 할까

현재 47석인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요.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의 의정 활동은 실제로 많이 다른가요? 인상적인 비례대표 의원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 지역구 의원들 일정은 보통 ‘월화수목 금금금’이라고들 얘기합니다. 월~목요일에 국회 일정을 소화하고 주말을 낀 금~일요일에는 지역구 행사를 뛰는 데 바빠서요.

사실 비례대표 의원이라도 다음 총선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지역구 의원들과 크게 다른 의정활동을 하겠지만, 대개 지역구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관심사와 전문성에 집중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 같아요.

= 비례대표 의원들이 확실히 ‘전문 분야’에 올인하는 경우가 많아요. 19대 국회 때 비례대표이던 장하나 의원이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동물원법을 발의하고, 여러 노동 현안에도 중요한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1대 국회에선 김병주 의원의 활동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육군 대장 출신인 김 의원은 용산 대통령실 이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어요.

= 의사·간호사 출신 비례대표 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일하는 경우도 전문성을 살린 대표적 사례예요. 꼭 전문직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닙니다. 코로나19가 심각할 때 민주당의 이동주 의원 등 자영업자를 대표해 비례대표로 들어온 분들이 자영업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국회에 많이 전했습니다.

= ‘제대로 된’ 비례대표가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면 “지난 총선 비례대표 공천은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거든요. 비례대표 의원 중에 논란을 일으키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거죠.

확실한 근거도 없이 마구잡이로 의혹을 제기하는 무리수를 두거나, 강성 팬덤에만 기대는 발언을 하거나….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으니 지역구 공천을 받으려고 돌출 발언을 더 서슴없이 내뱉는 것 같아요. 비례대표를 두 번 할 수는 없으니까요. 물론, 모든 비례대표 의원이 이렇다는 게 아닙니다.

= 저는 비례대표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전장연 시위 당시 직접 지하철역 현장을 찾았던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정치인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야 하는데, 오히려 언급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우리 사회에서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던진 발언이 ‘역풍’으로 돌아올까봐 전전긍긍하고요.

비례대표 의원들은 당사자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구 의원들보다 사회 갈등을 조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고양시정)·김예지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지 않지만 의정 활동이 인상적인 국회의원을 꼽는다면?

=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꼽고 싶어요. 이 의원은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출신으로 금융 전문가예요.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비상장 벤처기업·스타트업에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이 통과됐는데요. 복수의결권은 비상장 벤처·스타트업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예요.

이 의원의 반대 토론이 인상깊었어요. ‘우리나라 상법은 소액주주와 주주에 대한 보호장치가 취약하기 때문에 복수의결권을 가진 창업주가 본인 이익을 위해 자본 거래를 했을 때 다른 주주에 손실을 끼치면 이를 교정할 장치가 없다’는 게 요지였습니다.

이 의원은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이 있기 훨씬 전에 국회의원의 재산등록 대상에 가상자산을 넣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어요. 전문성과 소신을 잘 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경제개혁연대 출신으로 국민의당 소속이던 채이배 전 의원이 떠오릅니다. 비례대표로 정무위와 법사위에서 활동하면서 경제개혁 분야의 주특기를 잘 살려 의정활동을 했습니다. 경제 부문 법안들은 뉴스에 크게 소개되지 않는 편인데요. 중소기업이나 소비자가 불편했던 지점을 개선하고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요.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게 좋을까

국회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상황인데,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게 좋은 걸까요?

= 의사 수가 늘어나고 변호사 수가 늘어나야 기득권이 약해지듯이, 의원 수도 늘어나야 의원 특권·기득권도 작아진다고 생각해요. 국회의원 한 명이 대표해야 하는 국민의 수가 너무 많으면 의정 활동의 질이 필연적으로 떨어져요. 또 국회의원 중에 ‘50대 남성’이 너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의회에 진출해야 하고, 그러려면 수도 늘리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 저도 늘어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의원들은 내가 낸 세금을 쓰기도 하지만,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는 역할도 합니다.

= ‘양질의’ 비례대표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회의원 정수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300명 정원 안에서 해결법을 찾는다면 그것도 방법이겠지만,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구 개수가 줄어드는 걸 절대 양보하지 않거든요. 지역구 : 비례대표 비율이 2 : 1은 돼야 비례성(정당별 득표율과 의석수가 일치하는 것)이 담보된다고 하는데, 지금은 지역구 253석 : 비례대표 47석이라 비율이 약 5 : 1 이나 되니까요.

물론 비례대표 수를 무작정 늘린다고 ‘양질’이 담보되진 않습니다. 정당이 어떻게 공천하는지, 명부 순위를 어떻게 배정하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채이배(20대·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장하나(19대·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전 의원

= 사회의 다양한 인적 구성과 변화상을 반영하려면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게 불가피하다고 생각해요. 인구가 점점 더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상황에서, 지역구 의원 수를 늘리게 되면 지역 간 불균형의 문제도 점점 더 커져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비례대표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게 중요하고요.

어떻게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선거제 개편에 국민의 호응을 얻으려면 국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비례성, 대표성을 늘리는 선거제 개편에 대해 여야가 힘을 합쳐서 국민을 설득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계산기만 두드리지 말고요.

= 투명한 공천 절차 확립을 약속하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할 것 같은데…. 솔직히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유의미한 선거제 개편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 저는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의원들은 지역구 의석을 한 석도 양보하기 싫어서 ‘세비를 줄이겠다’ ‘보좌진 수를 줄이자’ 이런 논의만 하고 있거든요. 국민이 보기에 그보다 더한 특권은 ‘지역구 의석’ 자체 아닐까요.

=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지 말고 대승적 판단을 내렸으면 해요. 개인의 정치적 영달을 위해 신념과 합리성을 포기하는 게 국회의원들에게 가장 많이 실망하는 포인트 같거든요.

쏟아지는 정쟁 기사에 지친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저는 취재를 계속하면서 선거 제도가 바뀌면 그 제도 안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상당 부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희가 기사를 최대한 친절하게 풀어 써볼테니, 앞으로도 선거제 개편 과정을 쭉 지켜봐주세요!

= 정치적으로 성숙한 국회를 만들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독자님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도록, 저희는 더욱 투명하게 의정활동을 보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정치는 생각보다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사람들이 무관심할수록 정치인들은 강성 지지층에 기대게 되고 정치는 더 나빠집니다. 독자님들이 정치에 회의만 느끼지 않도록, 희망을 느낄 수 있는 기사를 많이 발굴하겠습니다.

출입기자들은 21대 총선 이후 양극화된 국회에 ‘합의’와 ‘다양성’이 절실하다고 말합니다. 정당과 국회의원 다양성을 위해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1. “국회는 너무 작고, 세비는 너무 많다”

지난주 ‘미리보는 점선면’을 통해 많은 구독자님께서 선거제 개편에 대한 의견을 보내주셨어요.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게 좋다’는 의견과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그동안의 선거제 개편 논의는 주로 의석의 ‘배분 방식’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박명림 교수는 먼저 ‘수’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해요.

대한민국 최초의 국회인 제헌국회(1948~1950년) 의원 정수는 200명이었습니다. 이때는 인구가 지금보다 훨씬 적어서, 의원 1명이 국민 10만 명을 대표했어요.

지금 우리나라는 의원 1명이 국민 약 17만 명을 대표합니다.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해요.

비례대표 비중도 많이 낮습니다. 우리와 같은 ‘혼합형 선거제(단순다수제와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형태의 선거제도)’를 가진 OECD 국가의 평균 비례대표 의석 비율은 41.6%로 한국(15.7%)보다 훨씬 높거든요.

그래픽 : 김규연 디자이너

최초 제헌 당시 인구비례 원칙을 기준으로 하면 오늘날 국회의원 수는 515명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박 교수는 봅니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되, 1인당 비용은 줄이면 어떨까요. 박 교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3.5배 내외입니다. 세비 외에 매월 지원되는 ‘의정활동 지원 경비’를 합하면 의원 1인당 지급 규모는 1인당 GDP의 5~6배에 달한다고 해요.

복지국가로 꼽히는 스웨덴·덴마크·아일랜드·노르웨이·벨기에·네덜란드·스위스·핀란드 등은 의원 세비가 1인당 GDP의 2배 이하라고 합니다. 의원들의 세비 규모가 일반 국민들 평균 소득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어요.

점선면 구독자님들도 국회가 개선할 부분에 대해 ‘특권을 내려놓는 것’을 가장 많이 언급하셨어요.

2. “선거제도 개혁 만능론은 틀렸다”

보다 근본적으로, 국회가 스스로 제대로된 개편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습니다. 선거제 개혁을 의원들에게 맡길 게 아니라 외부의 전문가나 시민단체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인데요. 뉴질랜드가 이 방식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해요.

무엇보다, 지난 총선 때 좋은 의도로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결국 ‘위성정당 사태’로 이어진 게 큰 불신을 남겼습니다.

“그때 그 제도를 도입하면서 개정을 주도한 민주당이 어떻게 설명했나. 많은 정당이 참여해 다양성이 보장되고 정치가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됐나.”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의 일갈이 서늘합니다.

3. 기득권 내려놓고 설득해야

최소한 지난 선거의 편법을 막을 방안은 제대로 내놓아야 국회가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나은 국회를 만들기 위한 기술적 해법은 사실 무궁무진합니다. ‘백가쟁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전원위에서도 다양한 선거제도 개편안이 제시되었고, 관련 법안도 많이 나와있어요.

개편이 어려운 건 첫째, 각 당의 셈법 때문에 합의가 어려운 때문이고, 둘째로 그동안 국회 스스로 쌓아온 ‘불신의 벽’을 넘을 자신이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되려 논의 시작 때부터 ‘국회의원 정수를 10%정도 줄이자’고 제안하기도 했어요. 야당에선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되는 이유를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국회는) 갈등을 발견하고 그 다음에 그 갈등을 처리하는 지저분한 일을 하는 겁니다. 근데 우리가 화장실이 냄새가 난다고 화장실을 줄이거나 없앨 수는 없잖아요.”

먼저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을 설득하는 게 국회가 주도하는 선거제 개편의 핵심 전제입니다. 국회의원 수는 늘리되 1인당 비용은 줄이는 게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개편을 국회가 아닌 외부 전문가 집단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세 줄 점선면

▶ 국회는 상반기까지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규칙을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 의원 1인당 세비는 줄이고, 국회의원 수는 늘려 비례대표를 확대하면 국회의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선거제 개편을 촉발한 ‘비례대표 위성정당’ 꼼수 문제를 막을 방안이 나오는지도 잘 지켜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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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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