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불이 사랑에 빠지면…미국 사회 이상향 담은 '엘리멘탈' [시네마 프리뷰]

정유진 기자 2023. 6. 2.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엘리멘탈'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디즈니·픽사 신작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원소들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다룬다는 설정 만으로 보면 같은 스튜디오의 영화 '인사이드 아웃'(2015)을 떠올리게도 한다. 하지만 '엘리멘탈'은 인간의 내면 세계라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배경을 갖고 있었던 '인사이드 아웃'과 달리 인간 사회를 상징적으로 비유하고 있는 점에서 성격이 조금 다르다.

영화는 불, 물, 공기, 흙까지 4원소가 뒤엉켜 살고 있는 도시 '엘리멘트 시티'에 사는 앰버와 웨이드의 사랑과 성장을 밝은 톤으로 그려나간다. '파이어 랜드' 출신 이민자인 불 부부는 살기 어려워진 고향을 떠나 4개 원소들이 다함께 모여사는 '엘리멘트 시티'로 이민을 온다. 두 사람은 그곳에서 버니와 선더라는 이름을 받고, 용암 커피와 숯콩 그리고 식료품 등을 파는 '파이어 플레이스'를 운영한다.

두 사람의 딸 앰버는 언젠가 부모님이 일군 '파이어 플레이스'를 물려받을 것이라는 꿈을 갖고 가게 일을 돕는다. 하지만 여러 성향의 손님을 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종종 욱하는 성격을 다스리지 못해 폭발을 하는가 하는 앰버에게 아버지는 손님과 공감하는 법을 알려준다.

'엘리멘트 시티'에서는 서로 다른 원소와 어울리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불과 물은 전혀 다른 성향 때문에 서로를 경계하며, 실제로 각자 다른 성향으로 인해 서로에게 위험이 되기도 한다. 불은 물에 젖으면 불꽃이 꺼져버릴 수 있고, 물은 불 때문에 증발해 버릴 수도 있다. 이 같은 위험 때문에 고지식한 앰버의 아빠 버니는 물을 경계하며 앰버가 그들과 교류하는 것조차 막고싶어한다.

그러던 중에 가게에 수도관이 터지는 일들이 계속 발생한다. 부모님의 가게를 지켜내야만 하는 앰버는 이를 고쳐보려고 노력하던 중에 파열된 수도관을 타고 들어온 시청 조사관 웨이드를 만나게 된다. 누수를 조사하고 있던 웨이드는 우연히 들어온 파이어 플레이스에서 여러 위법 사안들을 발견한 뒤 이를 보고하고, '파이어 플레이스'는 폐업 명령을 받게 된다. 아버지의 전부였던 가게가 자신 때문에 폐업할 위기에 처하자 앰버는 웨이드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사정을 들은 웨이드는 앰버를 도와주기 위해 나선다.

'엘리멘탈'은 다인종, 다문화 국가인 미국 사회의 이상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엘리멘트 시티'는 뉴욕 같은 미국의 대도시를 떠올리게 만들며, 작은 식료품점이나 편의점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앰버와 가족들은 이민자들을 상징한다. 서로 다른 성향 때문에 서로에 대해 오해하고 때로는 갈등하기도 하지만, 치명적인 차이점을 결국 사랑으로 극복하고 마는 앰버와 웨이드의 모습은 여러 문화와 인종이 뒤섞인 사회에서 살아가는 미국인들이 공감할만하다.

각 원소들이 원소에 걸맞은 성격을 지닌 것으로 묘사되는 점은 무척 귀엽다. 불인 앰버는 종종 솟아오르는 성질을 참지 못하지만 그만큼 열정적이고 과단성이 있다. 물인 웨이드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며 공감 능력이 너무 좋아 시도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왔던 앰버가 눈을 뜨게 되는 과정을 통해 부모님이 자신에게 했던 희생에 대한 빚진 마음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는 이민2세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영화의 주제 때문인지 제작진과 성우진도 다양한 인종을 자랑한다. 주인공 앰버 역을 맡은 리아 루이스는 중국 이민자 2세이며 웨이드의 목소리를 연기한 마무두 아티는 모리타니 출신의 흑인 배우이다. 유명 배우 캐서린 오하라가 시청 직원 브룩 리플을 연기했다. 더불여 메가폰을 잡은 이는 픽사 최초의 한국계 크리에이터인 피터 손 감독으로, 손 감독은 이번 이야기에 자신과 부모님의 이야기가 담겨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러닝 타임은 109분이다.

eujene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