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환의 중국은, 왜] #109 먼저 본 미래...'인구엔진' 식는다

정용환 기자 2023. 6. 2.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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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첫 한 자녀 정책 도입
장쑤성 루동현 고령화 현실

60세 이상 인구 비중 39%
중국 평균의 배 이상 높아

초등학교 잇단 폐교되고
70대 이상 양로원으로 대체
〈사진= AP, 연합뉴스〉
여기 충격적인 그래프가 있습니다.

〈그래픽= FT 캡처〉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의 후폭풍을 보여주는 그래프인데요. 마치 먼저 온 미래를 보는 듯합니다. 왼쪽은 한 지역의 인구구조이고 오른쪽은 중국의 인구구조입니다. 중국의 인구구조도 급속히 고령화가 진행되는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지만 왼쪽 그래프의 지역은 기괴할 정도로 인구비율이 기형적입니다.

둘 다 생산가능 연령대의 인구와 연금 및 사회복지 비용이 큰 노령층 인구의 극적인 대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부양할 사람은 많고 일 하고 세금 낼 사람은 소수인 암울한 미래를 단적으로 각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중국, 지난해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구 대국이 겪어 보지 못한 위기 상황입니다. 인구 감소는 세계의 공장, 제조 1번지로 중국을 부상시킨 인구 보너스 시대가 끝났다는 의미입니다. 중국의 고도성장이 정점을 쳤다는 '피크 차이나' 컨셉이 인구 감소와 맞물려 제기되는 것은 우연이 아닌거죠.


〈사진= 셔터스톡〉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1일 생생한 인구 감소 현장 르포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장쑤성(江蘇省)의 루동(如東)현입니다.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1960년대 후반 루동현은 단위 면적당 인구가 너무 많다는 지적 끝에 산아제한 시범 실시 지역으로 선발됐습니다.

먹을 게 부족한 실정이니 입 좀 줄여보자는 당 관계자들의 일차원적 착상과 당시만 해도 군중 동원에 의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지역 리더들의 과업 수행력이 빚은 희비극이 아니랄 수 없습니다.

자발적으로 산아제한에 동참했다는 루동현 사람들. 나중에 국무원 표창까지 받았을 정도였다니까 상당한 실적을 올렸던 모양입니다. 루동현의 '성공'에 고무된 당 지도부는 루동현의 사례를 다듬어 1979년 한 자녀 정책을 전국적으로 실시합니다.

40년이 흐른 지금. 중국의 인구 구조는 한 자녀 정책의 유산이 진하게 각인됐습니다.

〈사진= AP, 연합뉴스〉
중국을 고도 성장으로 이끌었던 원동력, 인구는 풍부한 저임금의 저수지였습니다. 1950~2015년 6억4000만 명의 생산가능인구 증가가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의 광풍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정책 방향을 개혁·개방으로 틀자 고속 성장을 끌어당기는 엔진이었습니다.


개혁ㆍ개방과 함께 농촌에 묶여 있던 거대한 노동력이 도시로 이동했고 이 이동이라는 변수에 기대 부가가치가 생산됐습니다.

산업화 초기 중국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을 대거 유치해 국제 분업 조류에 올라탔습니다. 생산가능 인구가 거의 무한대인 양 쏟아지던 때였습니다.

해외에서 투자 물결이 파도처럼 몰려왔고 공장 부지가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습니다. 지방 정부 재정이 불어났고 이 돈으로 다시 투자 유치에 나서는 등 고도 성장의 선순환이 구현됐습니다.

〈사진= AP, 연합뉴스〉
중국은 노동집약적 산업 구조에서 기반을 닦고 자본과 기술 집약적 산업구조로 변신을 꾀했습니다. 개혁ㆍ개방이 한 세대가 흐른 시점부터 임금이 상승하고 노동력 공급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산업 구조가 고도화되는 자연스런 흐름을 따지기엔 속도가 너무 빨랐습니다. 이 속도를 재촉한 것이 중국의 기상천외한 한 자녀 강제 정책이었습니다.


중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에 들어갔습니다. 2021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14%를 넘어 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앞으로 고령화는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2035년 60세 이상 인구가 4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고령화는 사회의 재정 부담을 의미합니다. 빈약한 사회보장 체계와 중국 인민의 눈높이가 맞지 않을 경우 사회적 불안정의 온상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진= AP, 연합뉴스〉
산아제한을 처음 도입했던 루동현은 어떨까요.

현에서 60세 이상 인구가 39%에 달합니다. 전국 평균(18.7%)보다 배 이상입니다. 시대착오적 저출산 정책의 부메랑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 결과 초등학교들이 폐교하고 속속 양로원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황원정 중국세계화센터 선임 연구원이 FT에 한 말입니다. 다분히 자포자기가 느껴집니다.

“ 보는 현상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루동은 언젠가 유령화 지역이 될 겁니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개혁ㆍ개방 40년 미국의 견제 없이 순탄하게 성장했지만 이제는 중국으로 유입되는 기술을 끊고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중국이 믿을 건 드넓은 내수 시장인데, 인민의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가 본격화되면 내수 소비를 떠받치기도 녹록지 않습니다.

이런 마당에 생산가능 인구마저 줄고 있는 지경입니다. 중국발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중국 경제의 충격파가 미칠 영향에 대해선 다음 칼럼에서 이어가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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