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선 시대와 다른 아이돌? 더 보호받아야 할 존재다

입력 2023. 6. 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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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다이어리] 다중역할론을 요구받는 아이돌과 팬덤

[이종임 문화연대 기술미디어문화위원회 위원(happydayljn @naver.com)]
tvN 예능 <댄스가수유랑단>에 출연중인 김완선은 멤버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대접한다. 하지만 그녀는 음식을 먹는 후배들을 바라볼 뿐 음식을 먹지 않는다. 어린 시절 매니저 역할을 했던 이모에 의해 극단적 다이어트를 훈육 받았던 경험이 몸에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1986년 데뷔했던 그녀의 나이는 당시 만 17세였다. 준비기간을 고려한다면 더 어린 시절부터 이러한 훈육을 받으며 준비했을 것이다. 그녀는 활동기간 중 동료들과 대화도 할 수 없었음을 이미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야기했다. 고립되어 연습하고 무대 위에 올라 환호하는 대중을 바라보며 공연했던 시절을 고백하곤 했다. 당시에 음악 산업에 진출해 활동하던 10대들의 이야기는 크게 공개되지 않았다. 10대 가수가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창구조차도 없었다. 그들은 성인이 되고 대중의 관심이 사라진 후에야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가족이나 작곡가 추천 등으로 이뤄졌던 10대의 가수 데뷔 과정은 1990년대를 거치며 기획사 시스템을 통해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아이돌 연습생 트레이닝 시스템을 통해 아이돌 가수로 데뷔하는 것이 일반적인 룰이 되었다. 그 결과 글로벌 팬덤의 지지를 받는 아이돌 가수가 탄생하기에 이른다. 음반이 발매 될 때마다 수많은 팬들이 환호한다. 아이돌 가수들은 기다린 팬들을 위해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 주려 노력한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글로벌한 인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관심을 갖는 팬들의 증가를 가져왔다.글로벌 음악시장에서 케이팝 음악이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아이돌 가수가 되기는 더 어려워졌다. 미디어가 주목하는 만큼 지원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지원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미디어 플랫폼 환경의 변화도 글로벌 팬덤 형성에 중요한 요인이 됐다. 유튜브의 커버댄스 영상, 뮤직비디오를 보며 반응하는 리액션 영상, 아이돌 가수들의 공식 채널 등을 통해 팬들이 서로 반응을 주고받으며 팬덤 문화를 형성했다. 이러한 변화는 아이돌 가수에 대한 대중과 지원자들의 관심도 이끌어냈다. 청소년이 되고 싶은 직업 순위에서 연예인, 특히 아이돌이 1위를 차지했던 2013년 언론은 '아이돌 연습생 백만시대' 혹은 '아이돌 고시'를 명명하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아이돌 가수가 되기 위해서는 연습생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지원자들의 나이는 중학생에서 초등학생으로 더 어려지고 있다. 안정적인 데뷔를 위해서는 일찍부터 아이돌 가수준비를 하는 것이 기본적인 룰이 되었다. '고시'라는 단어가 붙을 만큼 아이돌 가수 되기는 어렵지만, 지원자들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을 비판하고 대안을 찾는 기사가 많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회적 우려와 진단은 미국 음반시장에서 케이팝 가수들의 성공적 진출과 시상식에서의 수상, 해외 토크쇼의 출연 등이 이어지면서 다시 사그라들었다.

언론이 아이돌의 미국시장 진출이나 경제적 수익을 주목하는 사이, 기획사가 아이돌을 혹독하게 훈련하거나 과도한 스케줄로 활동하게 할 경우, 팬들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계약관계를 문제 삼기도 했고, 대안마련을 위해 단체행동을 하거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능동적 팬덤 활동은 기획사가 팬덤을 관리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게 되면서 변화를 겪게 된다. 여기에 미디어 생태계가 변화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보다 유연한 정보생산과 수집에 익숙한 개별화도 작동했다. 물론 여전히 팬덤 커뮤니티를 통해 비판적 의견을 내는 '디지털 여론'은 존재하지만 팬덤의 비판적이고 생산적 활동은 큰 변화를 맞게 됐다. 비판의 목소리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하이브 엔터테인먼트는 '위버스'라는 팬덤 플랫폼을 만들었다. 2019년 출시 이후 언택트 시대와 맞물리면서 아이돌 가수들의 다양한 정보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위버스 플랫폼 가입자 수는 늘어났다. 위버스는 2023년 현재 전 세계 245개 국가 및 지역의 약 6500만 커뮤니티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개 유사한 기능의 플랫폼이 있지만 하나의 플랫폼으로 이용자수가 몰리듯이, 팬덤 플랫폼 위버스는 하이브와 YG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정보제공 방식과 편리성 등의 이유로 가입자 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이 이제 위버스는 음반 판매·유통, 콘서트 중계, MD 판매, 팬클럽 운영 등을 통해 큰 수익을 얻고 있다.

2020년 서비스를 시작한 SM엔터테인먼트의 팬덤 플랫폼인 '버블'은 2023년 1분기 기준으로 80개 에이전시, 152개팀, 469명 아티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버블은 그룹일 경우 멤버별로 구독권을 결제해야 한다. 팬들이 환호하는 이유는 아이돌 가수와 프라이빗한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동시에 월구독료를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팬들은 버블에서 팬덤 활동으로 소비자 역할을 경험하는 다중정체성을 체험하게 된다.

기획사는 팬 플랫폼으로 아이돌 가수와 팬덤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을 얻는다. 팬들의 구매내역, 플랫폼에 머무르는 시간, 가수별 팬덤의 규모 등 다양한 데이터도 함께 수집할 수 있다. 아이돌 가수와 팬의 관리와 통제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반면 아이돌 가수는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고 팬들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일상을 중계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만큼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자신의 감정이 상품화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아이돌 가수에게 점차 더 많은, 더 과중한 역할이 요구된다.

아이돌 가수는 문화산업과 대중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체다. 대중문화는 대중의 다양한 정체성과 경험, 사유, 역할 수행 등이 상호작용하면서 생산되는데, 아쉽게도 아이돌 산업은 상업적이고 산업적 측면에서만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 산업의 가장 중심이 되는 아이돌 가수들은 지원자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대체 가능한 대상으로 인지된다. 산업화가 가속화하면서 아이돌 그룹의 '7년 징스크'도 공식처럼 존재한다. 아이돌 가수가 되기 위해 10대 시절부터 혹은 더 어린 시절부터 준비하고 노력한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케이팝 산업이 존재할 수 있었다. 그 긴 준비과정이 휘발하는 듯한 '7년 징크스'만 현실이 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다른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과정으로서의 아이돌 가수라는 모습도 상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이돌 가수와 팬덤의 건강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아이돌 산업의 기반이 되는 10대 아이돌/연습생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케이팝 시장이 커진만큼 10대 지원자들이 보호받야야 할 이슈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한국콘텐진흥원은 '대중문화예술인 심리상담 시스템'을 제도화하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중문화예술인 심리상담'을 보도한 <한겨레> 기사(2023년 5월1일자)에 의하면, 심리상담을 받는 연예인은 2021년 176명(상담건수 902회), 2022년 661명(상담건수 2,612회)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10대 연습생들이나 아이돌 가수들의 상담 건수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지만, 상담 건수가 늘어난 배경으로 지원자의 증가와 환경의 악화 등 여러 가지 방식의 해석이 가능하다.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들이 제도화된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숫자가 최근 더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보다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 것은 아이돌 연습생/지원자들의 구체적인 숫자다. 매일 많은 아이돌 가수가 데뷔하지만 소수의 팀만 남기 때문에, 기획사와 소속 가수 등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방법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가수 김완선이 활동했던 1980년대 활동환경과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구축된 지금의 10대들이 경험하는 환경에는 물론 큰 차이가 존재한다.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트레이닝 시스템, 다양한 지원방안, 팬덤의 의견 수렴 등 지금의 아이돌 산업은 과거 그 어느 시기보다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금의 케이팝 산업을 가능하게 했던 수많은 지원자들에 대한 정서적 주목뿐만 아니라 제도화된 보호장치 마련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시스템 내에서 경험한 10대들이 문제들을 개인의 고백/선택으로 정의하는 비생산적 방식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SM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 에스파(사진은 글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이종임 문화연대 기술미디어문화위원회 위원(happydayljn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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