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와 치유, 상처는 세상을 내다보는 마음의 창![이제학의 힐링카페]
“향나무는 자신을 찍는 도끼날에도 향(香)을 묻힌다.”
프랑스 화가 ‘조르주 루오’가 남긴 판화 작품의 제목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맺는다. 그 만남이 소중한 인연으로 평생을 가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악연으로 둔갑하여 우리에게 마음의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입은 마음의 상처는 깊고 오래간다.
이런 마음의 상처가 없는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슈퍼컴퓨터의 수 만 배에 달한다고 볼 수 있는 미묘한 사람의 마음을 전혀 다치지 않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주위 사람들이 나로 인해 상처 받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자신 또한 상처 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상처를 받았을 때 잘 치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많은 상처를 받으면서 산다. 사랑받지 못한 상처, 인정받지 못한 상처, 모욕당한 상처, 이별의 상처, 버림받은 상처, 배신의 상처···, 상처는 곳곳에서 온갖 모양으로 우리의 삶에 등장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상처를 내면화 시키고 그를 통해 인간의 심연을 이해하고 운명도 헤아려 본다.
이에 반해 아무런 상처 없이 고이 자란 사람의 시선은 사물의 표면에만 머물기 쉽다. 인간사의 다양하고 미묘한 내적 감정은 상처를 내면화 시키면서 형성된 경험세계를 통해 비로소 인지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상처는 세상을 내다보는 중요한 마음의 창이기도 하다. 따라서 상처는 우리의 마음에 깊은 음영을 드리움으로써 거취와 언행을 성숙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너무나 심각한 상처는 때로 그것을 치유하고 극복하려는 의지 자체를 압살해 버린다. 얼마 전 모임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여성분이 예전에 비해 술 한 잔 들어가면 자주 우는 모습을 보였다. 큰 딸이 유명(幽明)을 달리한 지 얼마 안 되어 남편이 사망하고 남편 발인 날 작은 딸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 충격으로 예전의 활달하고 예쁜 모습은 우수에 젖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때문에 할 수만 있다면 상처는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 그러나 상처는 우리가 임의로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상처 그 자체는 대부분 우연적이고 개별적인 불행이기 때문이다. 다만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우연성과 개별성을 넘어 필연성과 보편성으로 점철된 한 차원 높은 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나만 희생당한 것처럼 느끼기 쉽다. “나는 정말 운이 없었어!” 혹은 “왜 나쁜 일은 나한테만 일어나지?” 하지만 나만이 희생자가 아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이들이 매일 매일 상처를 받고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받아들이기 전까지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 그래서 고통도 커진다. 우리가 직면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다시 돌아봐야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대해 편안해지기 위해서는 과거를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치유되지 않은 부분을 돌아보는 것을 두려워한다, 언젠가는 사라질 것처럼 무시해버린다. 하지만 이는 환상일 뿐이다.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아프지만, 그것이 상처를 벗어나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이다.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하는 고통이 따라야 하고 그것이 우리를 성장시키는 새로운 동력이 되는 것이다.
한편 크리스토프 빌란트는 “모든 영혼의 상처는 얼마나 깊어 보이는지와 상관없이 시간이라는 위대한 위로가 치유해줄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성경은 ‘삼가 누가 누구에게든지 악으로 악을 갚지 말게 하고 서로 대하는지 모든 사람을 대하든지 항상 선을 따르라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데살로니가전서 5:15-20)’고 주문하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극복하기 어려운 시간을 보낸 적이 있을 것이다. 아픔을 준 사람은 나와 가까운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사람을 미워하고 증오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사람이 보살이거나 보혜사 일 수도 있다.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자신을 괴롭히고 아픔을 주는 도끼날에 독(毒)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향(香)을 묻혀주는 지혜가 필요하지는 않을까?
<사단법인 힐링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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