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손탄 DB하이텍, 외국인이 안사는 유일한 반도체주... 공매도도 급증

오귀환 기자 2023. 6. 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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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DB하이텍 지분율 25.5%→19.96%
KCGI 효과로 급등했다가 분쟁 길어지며 주가↓
공매도 부담도 커져...잔고수량 460% 증가

반도체 업황 개선과 인공지능(AI) 투자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도체주를 대거 매입하는 등 훈풍이 불고 있지만, DB하이텍은 부진한 주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주를 담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DB하이텍에선 발을 빼면서 외국인 지분율이 한 달 동안 5% 이상 빠졌다. 같은 기간 공매도 잔고는 늘어나자 주가 하락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주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DB하이텍 주가는 5월 한 달간 5.6% 하락했다. 같은 반도체주인 삼성전자가 같은 기간 9.17%, SK하이닉스가 20.93%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시가총액 규모가 약 2조5000억원으로 DB하이텍과 비슷한 한미반도체와 서울반도체도 14.43%, 15.6% 올랐다.

DB하이텍 부진은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영향이 크다. 5월 투자주체 중 유일하게 외국인이 DB하이텍에서 매도세를 보였다. 한 달 동안 약 1513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면서 지분율도 25.5%에서 19.96%로 줄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 2조8253억원을 사들이고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를 각각 1조5168억원, 467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이 외에도 SFA반도체는 42억4500만원, 서울반도체는 52억2300만원을 순매수했다.

DB하이텍은 지난 4월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지난 3월 31일 일명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I)가 유한회사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지분 7.05%를 인수했다고 공시한 영향이다. 이에 4월 4일 DB하이텍 주가는 장중 8만36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KCGI가 주주환원 정책 확대 등을 요구하면서 주가가 급등했지만, 상승세는 금세 꺾였다. KCGI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경영권 분쟁이 계속되자 외국인을 포함한 신규 투자자들이 섣불리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크지만, 외국인이나 기관 입장에서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에 뛰어들기는 어렵다”면서 “주가 움직임이 실적보다는 분쟁 이슈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하는 것은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지만 배당 확대 등은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해 신규 투자자에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행동주의 펀드가 들어와 특정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증가에 따른 부담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DB하이텍의 공매도 잔고수량은 4월 24일 기준 15만4819주에서 지난달 26일 86만6112주로 460% 증가했다. 공매도 비중 또한 0.35%에서 1.95%로 확대되며 코스피 공매도 잔고 상위 50종목 중 31위로 집계됐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먼저 판 뒤 나중에 하락할 때 주식을 사들여 갚고 그 차익을 얻는 투자법이다. 일반적으로 공매도 잔고가 늘어나면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DB하이텍의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DB하이텍은 12인치 파운드리 사업 진출계획을 밝히며 실적 개선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으나 당장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DB하이텍은 8인치 아날로그 중심의 반도체 기업이고 첨단 반도체가 아니다 보니 상대적으로 실적을 올리기 어려워 보인다”며 “회사의 12인치 파운드리 사업 진출은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올해 실적은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CGI는 1일 장 마감 후 주주서한을 공개했다. KCGI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자 주주협의를 요청했으나 DB하이텍 측이 주주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서한을 공개했다. 주주서한에 따르면 KCGI는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 ▲내부통제 강화 통한 경영투명성 및 경영효율성 제고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을 담은 주주권익 증진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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