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지구가 행성이 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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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행성시대 역사의 기후> (에코리브르)에서 인도 출신 역사학자 디페시 차크라바르티(75)는 우리가 '지구화'를 말할 때의 지구와 '지구온난화'를 말할 때의 지구가 서로 전혀 다른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행성시대>
인간이 구축해온 역사와 시스템을 '지구적인 것'으로, 인간을 참조하지 않는 행성 그 자체의 역사와 시스템을 '행성적인 것'으로 구분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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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책거리
최근 출간된 <행성시대 역사의 기후>(에코리브르)에서 인도 출신 역사학자 디페시 차크라바르티(75)는 우리가 ‘지구화’를 말할 때의 지구와 ‘지구온난화’를 말할 때의 지구가 서로 전혀 다른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인간이 구축해온 역사와 시스템을 ‘지구적인 것’으로, 인간을 참조하지 않는 행성 그 자체의 역사와 시스템을 ‘행성적인 것’으로 구분하는 것이죠.
기후변화와 생태 위기 앞에서 펼쳐내는 여러 절박한 이야기들 가운데 ‘비인간’ 또는 ‘사물’에 대한 담론들에 끌립니다. 거칠게 말하면, 인간이 비인간 존재들 위에 서 있다는 인간중심주의적 전통이 한계에 부닥친 자리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미래가 피어날 것이라 기대하게 만든달까요. 비인간과 사물을 중심에 놓는 담론은 “세계는 그것을 형성하고 처리하는 인간의 의식에 의존한다”고 고집해온 인간중심주의를 깨뜨리고, 인간이 없어도 관계없이 저 스스로 존재하고 움직일 세계에 대한 시야를 틔워줍니다.
다만 이는 가끔 깊은 허무주의를 느끼게 만들기도 합니다. 인간의 현존에 무심한 세계 앞에서 인간은 이제 어떤 가치와 의미를 말할 수 있을까요? 인간이 상호성을 바탕으로 빚어온 도덕이나 정의 같은 것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이에 차크라바티는 “생물학적 삶의 영역을 인간의 도덕적 삶의 작업에 종속”시켜야 할, ‘인간학적 개간’의 필요성을 말합니다. 지구와 행성은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는 그 둘이 서로 하나로 얽혀 있는 지점에 서 있습니다. ‘행성적인 것’이 ‘지구적인 것’을 압도하고 삼켜버리기 전에, 과거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우리는 인간의 새로운 존재 양식을 만드는 데 서둘러야 합니다.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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