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열한 거리’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죽었는데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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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남자가 탄 차가 움직이고 있다.
고양이를 치는 바람에 급정거한 것이다.
차에서 내린 다섯 남자는 아직 꼬리를 움직이는 고양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한다는 봉구의 주장에 고양이를 차에 들이고, 이들은 결국 차에서 고양이의 죽음과 맞닥뜨리게 된다.
죽은 고양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저주를 받으리라는 생각에 겁을 먹은 달수는 고양이의 장례를 치러주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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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고양이를 태우다
김양미 지음 l 문학세상(2023)
다섯 남자가 탄 차가 움직이고 있다. 재개발 현장을 향해 가는 차다. 무리 중 형님 행세를 하는 달수가 ‘건물에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있는 놈들을 몰아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아, 이들은 철거민들을 폭력으로 몰아내는 ‘용역’들로 보인다. 그런데 가던 도중 갑자기 차가 멈춰 선다. 고양이를 치는 바람에 급정거한 것이다. 달수는 고양이 ‘따위야’ 어떻게 되든 그대로 내버려 두고 가려 하지만, 일행 중 가장 어린 봉구가 울상을 짓는 바람에 차에서 내리게 된다. 봉구는 나이는 어리지만 ‘큰형님’의 연줄로 조직에 들어왔기에 만만하게 대할 수 없는 인물이다. 차에서 내린 다섯 남자는 아직 꼬리를 움직이는 고양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한다는 봉구의 주장에 고양이를 차에 들이고, 이들은 결국 차에서 고양이의 죽음과 맞닥뜨리게 된다.
죽은 고양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저주를 받으리라는 생각에 겁을 먹은 달수는 고양이의 장례를 치러주기로 결심한다. 큰형님에게 전격적인 신뢰를 받는 무당에게 다급히 연락해 이 모든 해프닝이 무당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 말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달수의 결심에 따라, 온몸에 문신을 두른 다섯 사내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으로 간다. 죽은 고양이의 수의를 고르고, 관을 고르고, 유골함을 고른 뒤, 그 자리에서 이름을 지어준다. 그리고 막 세상을 떠난 생명체에게 한 명 한 명 직접 생각해낸 특별한 작별인사를 건넨다.
장례용품의 가격에 혀를 내두르던 달수가 슬며시 중학생 시절 키우던 고양이를 생각하는 장면은 이 짧은 소설에서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장면이다. 고양이의 죽음이라는 갑작스런 사건이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문신투성이의 사내에게서 인간적인 감정이 비어져 나오게 만든 것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을’이다. 동행한 네 명의 사내는 형님인 달수 앞에 을이고, 달수는 전화로 명령을 하달하는 ‘큰형님’ 앞에 을이다. 고양이는 생사여탈권을 쥔 인간들 앞에서 을이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비싼 장례용품들을 사도록 권해야 하는 장례식장 직원은 다섯 사내들 앞에서 을이다. 그러나 갑작스런 고양이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매개로 갑을 관계가 느슨해지면서 을들의 행진에는 균열이 생기고, 인물들은 각자 살아온 인생의 역사에서 형성된 감정과 약한 고리를 내보인다. 그렇게 소설은 현실에서 ‘나쁜놈’임이 분명한 청부폭력업자들이 한 생명체의 죽음 앞에 일제히 숙연해지고 선해지는 순간을 선명하게 형상화한다.
<죽은 고양이를 태우다>는 상황에 배태된 아이러니 때문에 저절로 웃음 짓게 되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상황 하나하나를 들추어보면 그 안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현실에서 타인을 폭력으로 제압하는 것을 직업으로 한 이들이 고양이의 죽음 앞에서 끝내 없애버리지 못했던 인간 본연의 선량함과 망설임을 배출하는 순간을 작가는 일상의 언어로, 유머와 상징을 버무려 천연덕스럽게 풀어놓는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면, 그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일필휘지로 써놓은 것 같은 이 매끈한 이야기에 얼마나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는지 깨닫고 곧바로 맨 앞장으로 되돌아가 다시 읽어보게 된다.
정아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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