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 이들에 맞서는 방법 [책&생각]

노현웅 2023. 6. 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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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정치적 동원의 객체로 여기는 듯한 선동형 정치가들의 득세와 자유를 외치며 법치의 칼날만을 벼리는 통치자를 바라보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생각이 복잡해질 때가 많다.

'민주주의의 아버지들'로 여겨졌던 이들이 사실 대부분 인민에 의한 통치를 거부하고 때론 두려워하기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이 책의 백미인데, 결국 우리의 민주주의가 그만큼 불안정한 개념이며 끊임없이 기능적 보완을 이뤄가야 하는 과제임을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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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
지성사로 보는 민주주의 혐오의 역사
김민철 지음 l 창비 l 1만9000원

대중을 정치적 동원의 객체로 여기는 듯한 선동형 정치가들의 득세와 자유를 외치며 법치의 칼날만을 벼리는 통치자를 바라보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생각이 복잡해질 때가 많다.

프랑스 혁명사와 유럽 지성사를 연구하는 김민철 성균관대 교수(사학)는 이런 조급증을 타이르는 듯,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절대 불변의 고정태가 아니며 오히려 시대 환경과 조응하며 ‘인민에 의한 통치’를 현실로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임을 강조한다. 창비에서 펴낸 <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를 통해서다. 글쓴이는 책에서 공화주의, 사회계약, 인민주권, 대의제 등 민주주의의 인접 개념의 명멸과 홉스, 로크, 루소, 몽테스키외 등 사상가들이 이들 개념을 주창했던 맥락을 2천년 유럽사와 함께 설명한다. ‘민주주의의 아버지들’로 여겨졌던 이들이 사실 대부분 인민에 의한 통치를 거부하고 때론 두려워하기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이 책의 백미인데, 결국 우리의 민주주의가 그만큼 불안정한 개념이며 끊임없이 기능적 보완을 이뤄가야 하는 과제임을 일러준다. 특히 귀족정의 유산으로 봐야 할 대의제가 능력주의와 결합해 민주정 자체를 위협하는 지금, 이런 성찰은 생생한 현대적 의미를 갖는다.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 이들에 맞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표현의 자유, 생명·신체의 안전, 다양성의 보호와 법치주의, 갈등하는 가치들 사이에 토론을 끌어낼 건강한 언론, 무엇보다 공동체성 자체를 지키기 위한 불평등의 완화.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계속해서 촉구해야 할 민주적 가치들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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