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보험 20% 자기부담금 신설 기정사실?…'절판마케팅' 주의보

금감원, 2일까지 회사별 정책 변경 사실 여부·마케팅 통제 방안 등 취합
마케팅 잦자 올초 '소비자경보' 발령도…일선 설계사들 이미 판촉 돌입

24일 오후 광주 서구 유촌동 극락초교 앞에서 운전자가 우회전 신호등을 준수하며 통행하고 있다. 2023.4.24/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손해보험사가 운전자보험에 자기부담금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확산하자 감독당국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가입하지 않을 시 발생할 손해를 부각시키는 '절판 마케팅'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내달부터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해 판촉에 나선 일선 설계사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까지 각 보험사 상품담당과 준법감시인에게 운전자보험 정책 변경 사실 여부, 절판 마케팅 기승에 따른 통제 방안 등에 대한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취합된 자료를 토대로 후속 조치 여부 등을 판단할 방침이다.

이같은 금감원의 조치는 최근 일부 손보사들이 7월부터 운전자보험에 대해 자기부담금을 최대 20%까지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 등이 쏟아진 영향이다. 운전자보험은 자동차보험처럼 가입이 강제되지 않는 임의 보험이다. 자동차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형사합의금, 변호사 선임비용, 벌금 등을 보장한다.

금감원은 이번 사안이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줄이려는 보험사의 자발적인 조치인 동시에, 향후 보험 혜택이 축소될 것이라며 가입을 유도하는 마케팅 차원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사들은 스쿨존 교통사고를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 도입 등 도로교통법 강화에 맞춰 사고 시 배상 금액을 강조하는 공포 마케팅으로 많은 운전자보험 가입자를 유치한 바 있다.

업권 내 경쟁 확대에 형사합의금 보장 금액은 2억원도 등장했으며, 변호사 선임 비용은 5000만원 선까지 보장하고 있다. 이에 손해보험협회 공시 기준 지난해 신계약 건수가 493만건으로 단일 보험 종류 중 가장 많이 판매됐다.

또한 올 초 경찰조사단계까지 변호사 선임비용을 보장하는 특별약관의 배타적 사용권이 풀리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선 판매가 주춤한 것으로 금감원은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이 판촉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보험 상품의 특성도 의구심을 더한다. 운전자보험은 납입한 보험료 대비 발생손해액이 적은 소위 보험사 '효자 상품'으로 꼽힌다. 새 회계기준인 IFRS17에서 수익성 지표로 떠오른 보험계약마진(CSM) 상승 효과도 크다.

보험사들의 경쟁이 심화하자 금감원은 지난 3월 운전자보험은 소비자가 실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제한적이라 피해가 우려된다며 소비자경보를 발령했었다.

특히 경쟁 과열을 이끈 경찰조사단계까지 변호사 선임비용을 보장한다는 내용과 관련해서다. 소비자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운전자가 자동차사고로 타인을 사망하게 하거나, 12대 중과실 등 중대법규위반으로 인한 상해사고 등으로 까다롭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은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기부담금 부과가 신설되면 보험료가 변경될 것인데 보험료 변경을 위한 손해율 산출에 나선 보험사들이 현재로선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근본적으로는 수억원의 보장 대비 보험료는 매달 만원대, 적게는 천원대로 구성할 정도로 지급률이 낮은 상품이기에 정책 변경의 효과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31일 손보협회에서도 "운전자보험 개정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일선 설계사는 이러한 소식을 바탕으로 판촉까지 나서는 실정이다. 일부 법인 판매대리점(GA)은 7월부터 소비자의 자기부담금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구체적인 숫자까지 명시하면서 모집인들에게 가입 전략을 교육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ellsi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