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년 풍화가 만든 서부의 황야는 이토록 아름답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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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살 청년 에드워드는 미국 유타주 남동부의 '아치스 내셔널 모뉴먼트'(준국립공원)의 공원관리원으로 취직한다.
지은이는 1956년 4월부터 9월까지 국립공원에 거주하며 사막의 지형, 식물, 동물, 서부의 역사 그리고 환경 파괴에 대한 비판 의식까지 꼼꼼히 일기로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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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고독
황야에서 보낸 침묵의 날들
에드워드 애비 지음, 황의방 옮김 l 라이팅하우스 l 1만9800원
29살 청년 에드워드는 미국 유타주 남동부의 ‘아치스 내셔널 모뉴먼트’(준국립공원)의 공원관리원으로 취직한다. 그곳에 도착한 첫날 그는 적었다. “장엄한 경관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우스꽝스러운 욕심과 소유욕이 나를 사로잡는 것을 느꼈다. 그 모든 것을 알고 소유하고 싶었다.” 그가 바라보고 있던 것은 수십만년의 풍화 작용을 견뎌내고 아치를 이룬 사막의 바위들이었다.
<사막의 고독>은 미국의 대표적인 생태주의 작가 에드워드 애비가 사막에서 직접 겪은 독특한 모험담을 담고 있다. 지은이는 1956년 4월부터 9월까지 국립공원에 거주하며 사막의 지형, 식물, 동물, 서부의 역사 그리고 환경 파괴에 대한 비판 의식까지 꼼꼼히 일기로 기록했다. 아름답고 자유로운 자연뿐 아니라 필연적인 고독에 대한 성찰까지 수려하게 담아낸 글들은 1968년 이 책으로 출간된다.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단호하고 애정이 넘치는 첫 문장이다. 서부의 황야에서 보낸 침묵의 날들은 외롭지만 슬프지 않고 적막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숙소인 트레일러에 도착한 첫날 밤, 그를 맞은 건 생쥐들이었다. 곧이어 찾아온 것은 각종 뱀들과 각종 자연의 소리들이었다. 주변 32㎞ 내외에 사람이라고는 혼자뿐이지만 그는 원시 그대로의 자연, 그리고 고독 그 자체에서 “조용한 환희”를 발견한다.
그가 묘사하는 사막의 생태는 흔히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황량하지 않다. 5월엔 온갖 야생화와 선인장 꽃, 절벽장미가 피어나고, 모두 비슷한 바위처럼 보이지만 옥수, 홍옥수, 벽옥, 녹옥수와 같은 이름들이 줄줄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척박하고 빈곤하기만 한 줄 알았던 사막에서 자연의 경이를 읽어내는 그의 맑은 눈은 독자를 황야의 아름다움으로 인도한다.
그렇다고 자연에 대한 찬탄만 있는 건 아니다. 그는 ‘관광산업과 국립공원’이라는 챕터를 할애해 국립공원 보존의 3원칙을 제시한다. 국립공원에 더이상의 동력장치를 끌어들여선 안 되고, 도로를 건설해서도 안 되며 공원관리원은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서 그는 스스로를 ‘지구교도’(earthiest)라고 소개한다. 세상은 오로지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책은 출간 뒤 미국에서 전국적인 ‘컬트’의 대상이 됐다. 후속작인 책 <몽키 렌치 갱>은 급진적인 환경보호단체인 ‘어스 퍼스트’(Earth First)의 결성 계기가 된다. 그가 ‘서부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고 불리는 이유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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