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E아닌 CHIIE?…실수와 오류에도 역사는 계속된다

류재민 2023. 6. 2.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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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대문자 I(아이)와 소문자 l(엘)은 모양만 보면 큰 차이가 없다.

역사는 대개 딱딱하고 어려운 영역으로 보이지만,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가 모였다는 걸 생각하면 의외로 재미 있는 일이 많다.

역사학자이자 문학가인 저자는 '실수와 오류의 세계사'를 통해 "역사의 이면에는 실수와 기괴함, 그리고 바보 같지만 사랑스러운 행적들로 가득 차 있다"면서 말랑말랑한 세계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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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와 오류의 세계사/소피 스털링 지음/김미선 옮김/탐나는책/304쪽/1만 8000원

영어 대문자 I(아이)와 소문자 l(엘)은 모양만 보면 큰 차이가 없다. 눈이 나쁘면 그게 그거처럼 보이기도 한다. 까딱하면 오타를 낼 가능성도 있는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모든 역경을 이겨 내고” 만들어진 칠레의 동전 이야기다. 2008년 칠레의 조폐국장이던 그레고리오 이니구에즈는 새 동전 제작을 승인했는데, 반짝반짝 빛나는 이 아름다운 동전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으니 바로 CHILE가 아닌 CHIIE로 찍힌 것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동전에 한국은행이 아닌 한국은햄으로 나왔다고 해야 하나.

1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고 이니구에즈와 몇몇 책임자들은 결국 물러나게 됐다. 그런데 이 동전 인기가 상당하다. 한국돈으로 80원짜리 동전이 1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역사는 대개 딱딱하고 어려운 영역으로 보이지만,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가 모였다는 걸 생각하면 의외로 재미 있는 일이 많다. 역사학자이자 문학가인 저자는 ‘실수와 오류의 세계사’를 통해 “역사의 이면에는 실수와 기괴함, 그리고 바보 같지만 사랑스러운 행적들로 가득 차 있다”면서 말랑말랑한 세계사를 전한다.

요즘은 치아가 하얀 걸 선호하는 시대지만 일본은 과거에 치아를 검게 물들이는 화장법인 ‘오하구로’가 있었다. 메이지 유신으로 일본이 근대화되기까지 유행했던 풍습이다. 한때는 잠을 깨워 주는 직업도, 겨드랑이털을 뽑아 주는 직업도 있었다는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이런 일이 종종 그리고 지금도 발생하는 건 인간은 실수투성이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당대 지식수준이 거기까지가 한계였을 수도 있다. 별난 역사를 한가득 펼쳐 낸 저자는 “우리의 선조들을 너무 가혹하게 평가하지 말자. 어차피 수백년이 지나면 우리도 자신이 도대체 뭐하고 있는지 모르는 정신 나간 선조가 되어 있을 것”이라며 찬란하면서도 부족하며 독창성이 넘치는 호기심을 독려한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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