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김성태에 '대북송금' 재판 공회전…증언거부 노림수는

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CBS노컷뉴스 김태헌 기자 2023. 6. 2.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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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이화영 뇌물·대북송금 재판에 2차례 증인출석
"수사중이어서"…모두 증언 거부
쌍방울 횡령 사건에선 "내 책임"…돌연 입 열어
대북송금 말 아끼고, 쌍방울 명운 걸린 횡령은 적극 변론
법조계 "실익 염두에 둔 재판 전략"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황진환 기자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두 번이나 출석했지만 돌연 증언을 거부하면서 재판이 공회전하는 모양새다.

이에 재판부와 검찰,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모두 답답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런 김 전 회장의 갈팡질팡 행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김 전 회장이 '정치적 논란'과 거리를 두면서 자신의 횡령·배임 혐의는 적극적으로 방어 논리를 펴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회장은 지난달 이화영 전 부지사의 뇌물 및 외국환관리법 위반 재판 33·34차 공판에 연이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두 차례 모두 석연찮은 이유를 들며 증언 거부권을 행사했다. 33차 공판 당시 "죄송하지만 저도 기소됐고 수사를 받고 있다. 사건 기록을 아직 못봤기 때문에 증인 신문을 하기 어렵다"고 했고, 34차 때도 증인석에 섰지만 곧바로 증언을 거부한 채 법정을 나갔다.

재판부가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며 증인 신문의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김 전 회장은 "송구하다"며 재차 거부하기도 했다. 이렇듯 이 전 부지사의 대북 송금 혐의와 관련한 핵심 증인이 신문을 거부하면서 재판은 사실상 공회전하고 있다.

증인석에서 침묵했던 김 전 회장의 입은 피고인석에서 열렸다. 지난달 26일 자신의 횡령·배임 사건 첫 공판에서다. 김 전 회장은 그룹 임직원 명의로 만든 비상장사 자금 592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김 전 회장은 "김씨(전 재경총괄본부장)는 내 동생의 남편이고, 양(선길) 회장은 사촌형"이라며 "양 회장은 유일하게 집에서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녔고 내가 쌍방울로 영입했는데 이렇게 다같이 구속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큰 틀에서 비상장법인 문제 등의 책임은 모두 나에게 있다"며 "양 회장이 김씨 모두 내 지시를 받고 한 것이라 책임도 내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의 모습. 류영주 기자


법조계에서는 이런 김 전 회장의 '선택적' 진술이 실익을 염두에 두고 계산기를 철저히 두드린 셈법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한다. 이 전 부지사뿐 아니라 이해찬 전 총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 인사로 논란이 번질 수 있는 '대북송금' 사건에서는 말을 아끼는 대신, 김 전 회장 자신의 돈과 회사의 명운이 걸린 횡령 재판에서는 적극적으로 변론한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이 횡령·배임 사건 재판부에 제출한 A4용지 12장 분량의 의견서를 보면, 이런 분석에 무게를 더하는 정황들이 발견된다. 김 전 회장 측은 전체 의견서 중 절반 이상을 할애해 자신의 횡령 혐의를 부인했다. 김 전 회장 변호인은 "문제가 된 비상장사는 모두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1인 회사이며 조달 자금은 피고인 주식 등 개인 재산을 담보로 빌린 돈"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자기 돈을 스스로 사용한 것인데 어떻게 횡령 혐의가 적용되느냐'라는 취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은 어떻게든 회사(쌍방울)를 살리기 위해 재판 전략을 세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가 한 번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 다시 일어나기 힘들다고 판단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쌍방울 계열사 광림이 한국거래소 상장폐지 결정을 받는 등 그룹 안팎에서 느끼는 불안감과 위기 의식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김 전 회장은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 혐의로 계속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조사 시 진술 태도 등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지난달 30일 김 전 회장의 증언 거부로 재판이 끝난 뒤 "(김 전 회장이) 우리한테 말했던 것과 전혀 다른 입장인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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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w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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