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베트남 새 한류 아이돌은 'LYW'

양승준 2023. 6. 2.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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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새 물결>
K팝이 달군 한류 열풍 트로트로 옮겨붙어 
이영애 주연 '사임당~' 한국 드라마 첫 스페인 지상파 진출 ...아시아서 서유럽 안방극장까지 
"고조선" 미드서 韓 역사 공부... 해외 드라마까지 바꿔
한국 남자 솔로 가수 중 베트남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연예인으로 지목된 임영웅. 해외에선 "LYW"로 불린다. 그의 이름 영어 이니셜 앞 글자를 딴 약자다. 물고기뮤직 제공

이영애 주연의 '사임당 빛의 일기'(2017)가 한국 드라마 최초로 스페인 지상파 방송사를 통해 전파를 탔다. 베트남에선 트로트 가수가 한류 아이돌로 급부상하고 있다. K콘텐츠가 넓히고 있는 세계 속 한류의 새 물결이다.

스페인 지상파 방송사 노바가 4월부터 방송중인 한국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포스터. 노바 홈페이지 캡처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속 한 장면. 노바 홈페이지 캡처
스페인 안방극장에 한복 입은 이영애 등장

"한국의 5만 원권 지폐에 새겨진 19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예술가 신사임당의 삶에 상상력을 가미해 재창조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다." 스페인 영화지 포토그라마스가 '사임당' 현지 시사회 후 내놓은 평이다.

1일 드라마 제작사 그룹에이트와 주스페인한국문화원 등에 따르면 '사임당'은 4월 24일 스페인 지상파 노바 채널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편성 시간은 평일 황금 시간대인 오후 11시. 세계에서 주목받는 K콘텐츠로 스페인 방송사가 시청자 붙들기에 나섰다는 게 현지 일간 엘 콘피덴시알의 분석이다.

노바 채널을 보유한 아트레스메디아의 호세 안토니오 살소 바라타스 해외콘텐츠 담당 이사는 "K콘텐츠는 몇 년 전부터 큰 반향을 일으켜 왔다"며 "그중 '사임당'은 한국의 현대와 조선시대를 넘나드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흡인하는 굉장한 매력이 있는 콘텐츠라 처음 보자마자 강하게 끌렸다"고 밝혔다. 그간 K드라마의 해외 TV 수출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남미, 아랍권에 쏠렸다. '사임당'의 이번 서유럽 안방극장 진출은 한류의 커진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인지도 톱10 중 6명이 트로트 가수... 베트남서 무슨 일

K팝이 달궈 놓은 한류 열풍은 베트남에서 트로트로도 번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베트남 한류 동향 변화 조사'를 보면 베트남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한국 남자 솔로 가수는 임영웅(32%)으로 조사됐다. 박재범(29.6%·2위)과 강다니엘(25.6%·4위), 지코(23.0%·5위) 등 K팝 아이돌을 모두 따돌렸다.

물고기뮤직에 따르면 임영웅은 베트남에서 공연한 적도 없고 그의 공연 실황 등을 담은 다큐멘터리 '아임 히어로'가 현지 극장에 걸리지도 않았다. 현지 활동 없이 한국 트로트 가수가 해외에서 이렇게 인지도를 쌓는 일은 이례적. 한국 남자 솔로 가수 인지도 톱10엔 임영웅을 비롯해 이찬원(26.8%·3위), 김호중(21.6%·6위), 영탁(18.4%·7위), 장민호(15.8%·8위), 정동원(14.6%·10위) 등 총 6명이 이름을 올렸다. K팝으로 한국 음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트로트에 관심도 덩달아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콘진원 베트남 센터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베트남 팬들로 구성된 임영웅 온라인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등 현지에서 K트로트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K팝이 이끄는 베트남 한류의 새로운 추세"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K팝 기획사 한 관계자는 "K팝 시상식이 전 세계로 생중계될 때 해외 팬덤에서 'LYW(임영웅) 인기 무섭다' 'LYW, 그는 누구인가' 등의 반응이 적잖이 올라와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드라마 '엑스오 키티'에서 주인공 키티(애나 캐스카트, 오른쪽)가 한국 기숙학교에서 부채춤을 배우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엑스오 키티'에서 학생들이 한국의 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장면. 넷플릭스 캡처
미국 드라마 '엑스오 키티' 속 고등학생들의 데이트 장소는 한옥이 줄줄이 늘어선 북촌동이다. 넷플릭스 제공
미드에 등장한 '후삼국' '고조선'

점점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한류는 미국 드라마까지 바꿔놨다. '살다 살다 미드에서 후삼국시대랑 고조선이라는 단어를 보게 될 줄이야 ㅋㅋ'. 지난달 넷플릭스를 통해 미국 드라마 '엑스오 키티'가 공개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엑스오 키티'는 한국계 미국인인 주인공 키티(애나 캐스카트)가 서울의 기숙학교로 유학을 와 벌이는 좌충우돌 학교생활과 로맨스를 그린 작품. 드라마에서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어 역사를 공부하고 기숙사에서 추석에 전을 부치고 잡채를 만들어 나눠 먹는다. 키티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축제 때 부채춤을 춘다. 그가 즐겨 찾는 데이트 코스는 한옥이 줄줄이 늘어선 서울 북촌. 한국관광공사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한국 홍보 영상에 나올 법한 '한국적인 장면'들이 드라마에서 쉴 틈 없이 쏟아진다. '엑스오 키티'는 넷플릭스 미국 본사에서 오리지널 시리즈로 투자하고 현지 스튜디오(오섬니스)가 만들었다. K콘텐츠 열풍으로 한국뿐 아니라 한국 청춘에 대한 관심까지 뜨거워지면서 해외 콘텐츠 업계가 'K스토리'를 직접 기획하고 나선 것이다. 샘 리처드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사회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넷플릭스에서 '엑스오 키티'와 한국계 미국인인 스티븐 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성난 사람들'(4월 공개) 등을 줄줄이 선보였다는 건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한국인을 내세우고 한국을 다루는 게 이제 '보통의 일'이 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엑스오 키티'는 지난달 15일부터 28일까지 2주 동안 넷플릭스에서 영어·비영어권 통틀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재생됐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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