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전 막차 타자"…올해만 채권개미 15조 폭풍매수
올들어 채권개미 순매수 전년 5배 증가
예금금리 낮아지면서 안정성 더한 채권 매력
하반기 경기 침체 우려 커져…"선별적 투자 필요"
[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기자] ‘채권 개미’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예금금리가 3%대까지 떨어지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하반기 들어서는 경기 침체 가능성 증가 등 변동성 확대로 인해 우량채 위주의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채권 개미, 올해 15조원 ‘폭풍매수’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15조9821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7380억원 대비 5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한 달동안에만 4조2479억원의 채권을 말 그대로 ‘폭풍매수’하면서 역대 최대 월간 순매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달에도 3조788억원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낮아진 시중은행 정기 예금 금리도 채권 인기에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시중은행 정기 예금 금리는 연 2~3%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보다 높은 수익률에 안정성까지 보유하고 있는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상반기 회사채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분위기다. 전날 기준 회사채 3년(AA-) 신용 스프레드는 80.3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로 연초와 비교할 때 50bp 이상 축소됐다. 지난해 연말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커졌던 스프레드가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준까지 좁혀진 것이다.
다만 하반기 채권 시장, 특히 회사채 시장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다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리스크 역시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PF의 경우 이와 관련된 신용 이벤트가 발생하게 된다면 회사채 시장도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금융시스템 및 국내 부동산금융 부실화 우려가 완화되는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면서 “테일 리스크(tail risk,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발생하면 큰 충격을 일으키는 리스크)가 잔존하고 있다”고 봤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일부 회복 신호가 나오고 있고 PF 자율협약 시행 등으로 부동산금융 부실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레버리지가 높은 일부 저축은행의 우발적인 상황 발생 여지도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하반기 국내 크레딧 채권 신용 스프레드는 완만한 확대를 예상한다”면서도 “PF 관련 신용 이벤트가 연이어 발생한다면 가파른 스프레드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량 부담도 존재한다. 특히 은행채는 2~3분기 만기 도래가 많아 발행액이 회사채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작년 회사채 시장 부진으로 대기업 대출이 증가하면서 은행채 발행이 늘었고, 이 만기가 올해 대거 도래하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미발행 물량과 특례보금자리론 취급 건까지 더해지면서 최근 발행량이 큰폭으로 늘어난 주택저당증권(MBS) 역시 채권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전채의 경우 전기료 인상으로 한국전력(015760) 적자폭이 축소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발행량은 상반기보다는 줄어들 전망이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채권시장 강세 요인인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적으로 다가오고 있고, 채권수요가 크레딧 캐리로 집중될 수 있는 여건이라는 설명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채금리 급등으로 크레딧 금리 매력도 회복되면서 재차 수요 확대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4분기는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 채권시장 강세 분위기 조성으로 연초 기관 자금집행 재개에 따른 연초효과를 겨냥한 선제적 크레딧 수요 유입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선별적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 연구원은 “상위 등급 위주로 회사채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그룹 산하로 지원 가능성이 크고 펀더멘털이 양호한 기업의 선별적 투자를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안혜신 (ahnh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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