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태그플레이션 상태… 금리 더 올려 물가 확실히 잡아야”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2023. 6. 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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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성태윤 교수의 경고
성태윤 연세대 교수

“임금과 관련된 서비스 부문의 물가가 많이 올라가면서 물가가 아직 안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조금 더 인상해야 하고 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추가 경기 침체는 감내해야 합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올해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물가 안정보다는 경기 방어를 위해 금리를 동결하거나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신파다. 그는 최근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문제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금리 인상을 너무 일찍 중단해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바람에 외환 시장이 급격하게 불안해질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며 다시 한번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3.50%로 미국(5.00~5.25%)과의 금리 차이가 역대 최고인 1.75%포인트로 벌어져 있다.

성 교수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를 거쳤다. 2015년에는 가장 연구 성과가 뛰어난 만 45세 미만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한국경제학회 청람상을 수상했고, 2016년부터 2년간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을 지낸 금융·경제 전문가다.

성 교수가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까닭은 “지금 한국 경제 상황이 스태그플래이션(stagflation·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이라고 진단하기 때문이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면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물가가 오르면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고통을 받고 빈부 격차도 심화된다.

한국 경제 성장률은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2020년에 -0.7%를 기록했다가 이듬해 기저 효과로 4.1%로 올랐다. 2022년 2.6%로 둔화됐고 올 1분기에는 0.9%(전년 동기 대비)로 다시 추락했다.

성장률이 하락하는 반면, 물가는 고공 행진 중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가격 변동이 심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이다. 이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코로나 팬데믹이 발발한 2020년 1월에는 0.6%였지만, 2022년 11월 4.3%로 정점을 찍었다. 5개월이 지난 올해 4월에도 4.0%로 아직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성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성장률이 상반기에 낮지만 하반기에는 높아질 것이라는 당국의 ‘상저하고’ 기대와 달리 침체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가격 변동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해 고물가가 고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물가 관리의 책임을 지고 있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국민들에게 충격을 가장 적게 주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을 탈출하기 위한 해법으로 성 교수는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조금 더 올리되, 대출 금리나 통신비 인하를 통해 실생활 물가 부담은 낮춰주자는 것이다. “은행·통신처럼 독과점 업종에 경쟁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그래야 대출 금리나 통신비가 낮아져 국민들의 물가 부담이 줄어들고 실질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의 물가 부담을 낮추려면 금융개혁을 통해 은행들의 대출이자를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 지난 5월 22일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 앞에서 한 시민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둘째, 한국 경제가 어려운 이유는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인 만큼, 반도체 외에도 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될 만한 사업을 육성하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기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인구·연금·교육·재정 등 여러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성 교수는 “생활이 어렵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늘어날수록 경제가 점점 수렁에 빠지게 된다”며 “국민들의 소득이 하락해 소비 구매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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