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고 악취난다”… ‘빛고을의 골칫덩이’ 광주천
“산책하다 보면 위험하죠. 앞뒤로 자전거와 엉켜버려요.”
날마다 광주천 변을 산책한다는 박모(여·70·서구 양동)씨는 “잠시 걷다 보면 자전거가 와서 비켜줘야 하고, 부딪힐 것 같은 위험한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며 “편안하게 걸어다닐 수 있도록 자전거길과 인도가 모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 시민들이 산책과 운동, 휴식을 하는 광주천 둔치에는 상류에서 하류 쪽으로 왼쪽(천변 좌로)은 자전거길, 오른쪽(천변 우로)은 인도가 따로 조성돼 있다. 시민들은 구분하여 걷는 것이 오히려 불편하다고 말한다. 산책을 하려면 오른쪽, 자전거를 타려면 왼쪽 둔치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광주천은 광주시 동구 학동 원지교에서 영산강과 합류하는 서구 유덕동에 이르는 구간(12.2㎞)이다. 광주시 동구에서 서·남·북구의 경계를 거치며 광산구 방향으로 광주 도심을 관통해 서울의 한강 같은 곳이다. 산책과 운동을 즐기는 시민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광주천이 시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한 건 벌써 십수년 째다. 천 양쪽을 자전거길과 인도로 갈라놓은 것뿐 아니라 둔치 전체적으로 조명이 약하고 일부 지역에선 악취가 심하게 나기도 한다. 북구 유동에 사는 정모(59)씨는 “밤에는 어두워서 무섭고, 양동 부근에서는 악취까지 난다”고 말했다.
양동시장과 붙어 있는 양유교 상류 쪽은 둔치가 좁다. 그런데도 운동기구까지 설치해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 걷는 사람, 운동하는 사람이 뒤엉키는 곳도 있다. 양동교 아래 잠수교 부근에는 시민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친수 공간이 있지만, 그 역시 밤에는 어두워서 스쳐 지나기만 할 뿐이다.
광주천 공간이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주천 주변 도심이 개발된 것처럼 그에 맞게 시민들 휴식 공간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광주는 과거 도심 공동화 현상을 빚어왔지만, 몇해 전부터 재개발·재건축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2018년 이후 동구 인구가 늘고 있다. 광주천과 인접한 북구 누문동·유동·임동 등지에도 주택단지가 잇따라 들어설 예정이다. 임동·유동에는 내년 2월 아파트 2500여 가구가 입주한다. 천변과 맞붙은 옛 전남·일신방직 부지 30만㎡에는 4000여 가구가 들어설 전망이다.
특히 이곳에는 복합쇼핑몰 건립도 추진되고 있다. 이곳은 광주천을 가운데 두고 대규모 유통·문화·교통 시설이 있는 광천동 일대와 마주 보고 있다. 역시 천과 인접한 광천동에도 5000여 가구의 아파트가 세워지고 있다. 영산강 합류 지점과 인접한 동천지구는 이미 대규모 택지지구로 기능하고 있다.
이처럼 천을 사이에 둔 도심 일대에서는 새로운 변화가 꿈틀대고 있다. 오광록 서구의원은 “시민들과 유통·문화 시설이 모여드는 도심 속을 광주천이 흐르고 있어, 앞으로 광주천 ‘르네상스’가 올 텐데 이에 맞춰 천변 공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우선 하천 시설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관리 기관을 일원화하고 하천관리팀을 별도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이와 관련해 ‘광주천 생태힐링벨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천 주변의 유통·체육·문화 등 핵심 시설과 연계해 광주천의 공간을 확장, 시민이나 관광객이 광주천을 이용해 자전거나 도보로 문화·쇼핑·힐링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재욱 시 친수공간과장은 “광주천 변 개선을 위해 현재 연구 용역을 줬다”고 말했다.
먼저, 하천의 수질을 향상시킬 예정이다. 시는 매일 10만t의 물을 상류에서 방류하고 있는데 이 물은 정수를 거친 3급수다. 광주천의 경우, 상·하류 간의 낙차가 커서 유지 용수를 늘리는 방안은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시는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으로 3급수를 2급수로 개선해 공급하기로 했다.
또 시는 2026년까지 대규모 주거지가 있는 상무·동천·광천동(양산강 합류부~광천2교), 야구장·쇼핑시설이 있는 친수공간(광천2교~천교), 아시아문화전당·양림동과 광주공원을 연결하는 문화공간(천교~학림교) 등 3개 권역으로 나눠 광주천을 도시 생활 공간으로 새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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