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만에 부활한 울산공업축제… 이름 놓고 논란

김주영 기자 2023. 6.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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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까지 민속예술경연대회·불꽃축제 등 행사 다채
개막 퍼레이드 - 1일 오후 울산 남구 달동사거리 인근에서 시민들이 ‘2023 울산공업축제’의 카 퍼레이드 행렬을 구경하고 있다. 이날 개막한 축제는 오는 4일까지 태화강국가정원 남구 둔치 일원에서 열린다. /김동환 기자

1일 오후 울산 남구 공업탑 로터리. 알록달록한 퍼레이드 카(car) 10여 대가 줄지어 이동했다. 배 모양으로 꾸민 HD현대중공업, 기름 방울 캐릭터 ‘구도일’을 앞세운 에쓰오일 등 기업과 5개 구·군이 저마다 꾸몄다. 옷을 맞춰 입은 근로자들, 이주 외국인들 등 1000여 명의 행렬도 뒤따랐다. 퍼레이드는 공업탑에서 출발해 울산시청, 태화강국가정원 남구 둔치까지 3㎞ 구간에서 2시간 10분간 펼쳐졌다.

35년 만에 부활한 ‘울산공업축제’가 1일 개막했다. 4일까지 나흘 동안 중구 태화강국가정원 일원에서 열린다.

◇시민대축제, 처용문화제… 돌고 돌아 다시 공업축제

울산공업축제는 56년 역사를 가진 울산의 대표 축제다. 196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울산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1967년 울산에 공업탑을 세우면서 축제도 시작됐다. 볼거리가 없던 당시 울산에서 가장 큰 잔치였다. 당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유공 등 기업 근로자들이 제품을 앞세워 행진을 하고, 중·고교생들이 매스게임 등을 펼쳤다.

축제는 1988년까지 22년간 이어지다가 ‘공업’이 공해를 연상시킨다는 여론에 1989년 ‘시민 대축제’로 이름을 바꿨다. 이어 1991년 고(故) 이어령 당시 문화부 장관이 삼국유사 속 처용(處容)설화가 발생한 곳이 울산 처용암이라며 ‘처용문화제’라는 이름을 제안했고, 1995년 처용문화제로 이름을 또 바꿨다. 그러나 처용문화제는 일부 기독교계 반발에 부딪혔다. 설화 속 역신이 처용의 아내를 범하는 내용이 외설적이고, 프로그램도 처용에 한정돼 시민 전체가 즐길 콘텐츠가 부족하단 지적이 나왔다. 축제는 점차 규모가 줄었고 시민들 관심에서 멀어졌다.

◇“촌스럽다” vs. “레트로 감성 좋다”... 명칭 논란

지난해 7월 김두겸 울산시장이 취임하며 공업축제의 부활을 알렸다. 울산시는 “시민 모두의 축제를 만들겠다”며 이름 공모에 나섰고, 울산공업축제, 굴뚝축제, 태화축제 등 세 후보 중 가장 많이 득표한 ‘공업축제’를 새 이름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축제 명칭을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왔다. ‘공업’이란 이름을 놓고 “옛 이름을 되찾아 반갑다”는 쪽과 “지금 시대에 공업은 안 어울린다”는 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공업축제를 경험한 중·장년층은 “요즘 레트로, 복고가 인기 아니냐”고 말한다. 시민 김상철(64)씨는 “젊은 사람들도 곰표 맥주를 즐기고, 70·80년대를 재현한 관광지를 찾지 않냐”며 “과거 공업축제의 규모와 재미를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했다.

2030세대의 불만은 촌스럽다는 것. 대학생 이정우(21)씨는 “공업축제가 뭐냐. 말만 들어도 촌스럽지 않냐”며 “옛 축제를 부활하는 것은 좋은데 이름이라도 많은 세대가 공감하게 지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했다. 회사원 박기연(36)씨는 “최근 제조업이 부진해 울산도 첨단 산업을 키우는데, 공업이 지금 시대에 어떤 미래 가치를 보여주는 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에 대해 김두겸 울산시장은 “공업축제라는 명칭을 다시 쓴 것은 울산이 살기 좋은 도시가 된 것을 보여주는 자신감의 발로”라고 했다. 김 시장은 “더 이상 울산에서 공업은 공해가 아니다”며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해 온 울산의 제조업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주는 한편 전 시민이 좋아하는 축제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음악다방 DJ, 문방구·교실... “옛 추억 되살렸다”

올해 축제에선 거리 퍼레이드와 불꽃축제, DJ가 있는 음악다방, 추억의 교실 체험 등이 다채롭게 마련된다. 개막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이튿날 민속예술경연대회와 울산 5개 구·군 향토문화 공연, 근로자 패션쇼와 가요제 왕중왕전 등이 열린다. 셋째 날엔 근로자 스포츠 한마당과 떡 방앗간 공연 등이 열리고, 마지막 날엔 일산해수욕장 일원에서 3만 발의 불꽃을 쏘아 올리는 불꽃축제와 드론쇼가 밤하늘을 수놓는다. 256개 전시·체험·먹거리 공간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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