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연소 3스타 셰프 “별 따려 요리하지 않는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엔 만점인 3스타를 받은 식당이 두 곳 있다. 광주요가 운영하는 한식당 ‘가온’과, 2스타에서 올해 3스타로 처음 등극한 이노베이티브(창작 요리) 분야 ‘모수(MOSU)’다. 3스타였던 라연은 2스타로 떨어졌다. 2016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처음 발간된 이후 3스타 식당이 바뀐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여기에 최근 가온이 영업을 종료하면서, 모수는 사실상 국내에서 유일한 3스타 식당이 됐다.
정작 파란의 주인공인 모수 안성재(41) 셰프는 “미쉐린을 보고 요리를 한 적은 없다”고 했다. “미쉐린 3 스타 셰프라는 게 너무 영광스럽지만, 미쉐린만을 위해 요리하는 사람들은 결국 잘하지 못하더라. 그 무게가 너무 부담이라서.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잘하면 별도 얻게 된다.”
국내 최연소 3스타 셰프란 타이틀을 단 그가 요리를 시작한 것도 남들은 이미 진로를 다 정했을 24살 무렵이다. 가족들과 13세 때 미국에 이민을 간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학비를 벌고자 미군에 입대, 이라크 파병도 다녀왔다. 제대 후 자동차 정비공이 되려고 정비 전문학교 입학 절차를 다 마친 어느 날, 거리에서 프랑스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 학생들이 흰 조리복을 입고 서 있는 모습을 봤다. “그 모습에 이끌려 따라가 보니, 거기엔 다른 세상이 있더라. ‘아, 요리로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네’란 걸 그때 처음 자각하게 됐다.” 그는 이날로 정비학교 등록을 포기하고, LA에 있는 요리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어찌 보면 오래전부터 그의 DNA에는 요리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북 출신인 안 셰프 할머니는 개성 약과 등 궁중 요리 전수자였고, 그의 부모님은 미국에서 작은 중식당을 운영했다. 그 역시 부모님을 도와 튀김과 칼질 등 요리를 가까이했다. “할머니 집에선 늘 생강과 계피 냄새가 났다. 어릴 땐 그 냄새가 너무 싫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너무 그립다.”
2015년 안 셰프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모수’를 처음 오픈하고, 2017년 한국으로 온 이후에도 한 번도 빠지지 않은 메뉴가, 바로 이 할머니의 레시피를 토대로 만든 ‘개성 약과’다.
재학 중엔 미국에서 고급 일식당 최초 미쉐린 스타를 받은 ‘우라사와’에서 일했고, 훗날 미쉐린 3스타를 받은 ‘베누’가 오픈할 때부터 멘토격인 코리 리 밑에서 배웠다. 201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안 셰프가 오픈한 ‘모수’는 8개월 만에 미쉐린 1스타를 획득했다.
“미쉐린 별을 받은 레스토랑에서 수련하면서, 그들에게서 배운 방향대로 일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식당에서는 ‘김 컵’이란 전채요리를 낸다. 그런데 비가 오거나, 조금 습하면 이 김이 평소보다 눅눅해질 수밖에 없다. 그때 고민을 한다. 사람들은 잘 모르고, 조금 눅눅해도 여전히 맛있을 텐데, 이걸 낼까 말까. 이런 아주 작은 상황에서도 돈을 더 버는 방향이 아닌, 손님들이 더 좋은 방향으로 선택하는 게 내가 배운 철학이다. 또 가장 중요한 것. 무엇보다 식당은 청결해야 한다.”
‘모수’는 CJ제일제당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2017년 서울 용산구 한남동으로 옮겨 문을 열게 됐다. 2019년 1스타, 2020년 2스타에 이어 올해 3스타까지 착실하게 성장했다. 그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국 파인 다이닝 전체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늘 많은 고민과 부담을 안고 있다”고 했다.
‘요리사’란 직업이 힘들진 않으냐는 질문엔 “직업적으로 일이 힘든 건 당연한 힘듦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워라밸’이란 말을 많이 하는데, 밸런스를 찾으려면 언밸런스가 뭔지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력을 착취하겠다는 게 아니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결과도 생기는데, 요즘엔 그런 게 없어지고 ‘내가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생각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때론 올인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나 자신과 남들이 인정하는 창작물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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