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민주당, 왜 “임금님 벌거벗었다” 외치는 사람 하나 없나

전성철 IGS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 2023. 6. 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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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사람의 ‘품격’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사람의 처신에서 느껴지는 그 ‘사람의 값’이다. 주로 특정 에피소드를 통해 나타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1981년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한 청년이 암살을 시도했다. 총알이 몇 발이나 몸에 박힌 채 응급실로 실려간 그는 그 심한 통증 속에서도 온 국민을 한번 크게 웃게 해 주었다. 진찰하러 들어온 의사에게 그가 던진 “당신 (나와 같은) 공화당원이지요?“라는 그 질문, ‘그래야 내가 안심하겠다’는 의미의 그 조크는 온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위기 속에서도 내면의 여유를 잃지 않을 수 있는 ‘우리 대통령’의 그 느긋함을 읽은 것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앞에서 노래를 한 곡조 뽑았다. 노래가 끝나자 박수 속에서 만면에 웃음을 띤 바이든 대통령이 그를 포옹하는 장면은 두 나라 국민 모두를 흐뭇하게 해 준 장면이었다. 일국의 국가원수로서 자신의 외적인 위엄을 포기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은 윤 대통령의 인간적 품격에 다소 플러스가 되었을 것이다 .

대통령의 품격 노출은 이렇게 긍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기준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정의감, 애국심, 상식, 용기, 결단력 등이 다 ‘품격’ 소재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적 품격이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그중 하나다.

2017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문 대통령은 3박 4일간 방문 기간 총 열 끼니 중 여덟 끼를 사실상 혼자 먹었다. 누구보다 중국인 친구가 절실히, 또 많이 필요한 나라의 대통령이 그런 기괴한 처신을 한 데에 참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분명히 그는 ‘품격’ 면에서 손해를 보았다.

그러나 그보다 심각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문 대통령을 수행한 대한민국 기자단 중 여러 명이 공항에서 중국 공안들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마디로, 세계 외교 사상 유례가 없는 기괴한 사건이었다.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은 그에 대한 문 대통령의 침묵이었다. 중국 정부에 항의하기는커녕, 진상 조사 요구조차 하지 않았다. 그냥 내내 침묵을 지키다 조용히 한국으로 돌아와 버렸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심히 굴욕적인 결말이었다. 그런 굴욕을 태연히 자초하는 대통령의 그 품격,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때는 그의 임기 초반이었다. 그 후 4~5년간 그의 통치 스타일을 보면서, 나는 그가 자신의 통치 기간 내내 거의 모든 면에서 그 ‘굴종’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느꼈다. 그가 중국에 보였던 바로 그 ‘굴종’의 모습이다. 다만 그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바로 ‘진보’ ’내 편’이었다. 그는 임기 중 내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들에게 무조건 퍼 주고, 봐 주고, 챙겨 주었다. 한마디로 그의 ‘품격’이었다. 나는 이에 대해 많은 대한민국 국민이 공감하리라 믿는다. 그의 그 조건 없는 굴종은 참 많은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또 그것은 더 큰 국민적 불행을 불러와 버렸다. 바로 ‘국민 분열’이다. 즉 ‘환호하는 진보’와 그에 반발하는 그 이외의 사람들 간의 대결과 갈등, 그것이 낳은 분열이었다. 대한민국 70여 년 역사에서 우리 국민이 이런 식으로 두 조각으로 ‘쫙’ 갈라진 적은 정말 없었다.

그것은 비극적 현상을 또 하나 낳아 버렸다. 불행히도 바로 문재인의 그 낮은 ‘품격’이 우리 국회까지 전염되어 버렸다는 불행한 사실이다. 한마디로 ‘우리 국회의 최악 저질화’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이모’ 등의 단어들이 상징하는 야당 의원 질의의 ‘저급성’ ‘저질성’ ‘경박성’ 등은 정말 우리가 일찍 보지 못했던 현상이다. 이제 상당수 국민은 그 야당 의원들 ‘질의’를 질의라기보다 일종의 ‘생떼’라고 느끼는 듯하다. 참으로 품격의 심각한 추락이다. DJ, YS, 노무현 같은 비전을 가진 리더들, 그리고 그들의 수제자들이 대정부 질문에서 보여주었던 그 진정성, 용기, 기개 넘치는 질의는 이제 우리 국회에서는 완전히 아득한 옛 추억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금 우리 야당에는 또 다른 거대한 폭풍이 함께 덮치고 있다. 바로 당의 근간이 되는 리더들의 ‘범죄 혐의 퍼레이드’다. 한마디로 근대 선진국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듣도 보도 못한 전무후무한 진풍경이다. ‘처럼회’ ‘개딸’이라는 이름이 상징하는 거의 광신적 지지 그룹이 있는 그 과격하고도 불길한 열기와 합쳐져 이 나라 야당은 정말 전무후무한 ‘품격’ 추락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모든 추락이 문재인 집권 5년 동안 일어났다. 불과 5년 만에 ‘문재인급’ 품격으로 이 나라 국회마저 추락해 버린 것이다. 문제는 미래다. 지금 이대로 간다면, 민주당의 쇠망은 거의 불가피하리라고 나는 본다. 의원 수백 명의 제1 야당에서 의원 1명의 정당으로 폭삭 망해버린 일본 사회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우리 국민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우리 국민은 엄청나게 똑똑하며 동시에 용감한 국민이다. 우리는 세계 선진국 중 유일하게 20세기 들어 소위 민중 혁명을 두 번이나 일으킨,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경력을 지닌 국민이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은 ‘정의’를 위해 ‘분노’할 줄 알고 또 그 분노를 실행에 옮길 만한 용기를 충분히 가진 국민이다. 그런 국민 앞에서 한 정파가 ‘정의’를 저렇게 함부로 짓밟다니…. 나는 솔직히 그들이 너무나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하루빨리 대오각성하고 새 출발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그 품격, DJ·노무현급 품격을 되찾아야 한다. 한때 그 당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묻고 싶은 질문이 하나 있다. 도대체 이 당에는 어찌하여 ‘광야에서 외치는 외로운 늑대’가 한 마리도 없는가? 그것이 도저히 어렵다면 “임금님 벌거벗었다”고 외치는 어린아이라도 하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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