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가짜뉴스를 대하는 자세

경기일보 2023. 6.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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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태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초빙교수

사람들이 메신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유하는 글 중에 가짜뉴스가 자주 눈에 띈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첨예화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그런데 예전에는 얼핏 봐도 말이 안 되는 황당한 내용이 주를 이뤘지만 요즘엔 진짜인 ‘척’하는 뉴스가 많아졌다. 이들 ‘가짜뉴스’는 사실과 허구를 뒤섞고, 사실을 교묘하게 짜깁기해 사람을 현혹한다. 실제 있을 법한 사례와 출처를 거론하고, 구체적인 수치와 통계를 제시하고, 유명 언론사나 전문가의 이름을 갖다 붙여 ‘정말 그런가 봐!’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정교한 거짓 사진과 거짓 영상까지 덧붙여지고 있다. 이른바 ‘딥페이크(deepfake)’라고 불리는데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기술을 활용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GAN이란 가짜 데이터를 생성하는 Generator와 이 데이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판별하는 Discriminator를 경쟁시켜 완성도를 높여 가는 방식을 말한다. 시간과 노력만 충분히 투입한다면 이제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힘든 수준까지 도달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가짜뉴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가짜뉴스도 ‘표현의 자유’에 속하니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걸러주길 기대하며 두고 봐야 할까? 정확한 정보가 왜곡된 정보에 의해 무너지고 균형 있는 정보가 편견에 싸인 정보에 밀리면 사람들은 더는 올바른 판단이 어려워진다. 최근의 일들만 봐도 그렇다. 미국 펜타곤 근처에서 폭발이 있었던 듯한 가짜 사진이 공개되자 미국 국채와 금값이 치솟았고 우크라이나에선 자국 군인들에게 무기를 내려놓으라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가짜 영상이 유포되면서 혼란이 발생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체포되는 가짜 영상으로 지지자들이 크게 동요한 적도 있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공동체의 신뢰를 붕괴시키고 갈등과 분열을 조장함으로써 민주주의에 큰 해악을 주는 사건으로 진행될 우려도 크다. 사회적 에너지가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것이다.

따라서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윤리적 저널리즘을 확립해 가짜뉴스를 근절해야 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의식 전환이다. 그저 내가 원하는 뉴스라 해서, 내가 믿고 싶은 뉴스라 해서 무조건 퍼 나를 게 아니라 내용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정보의 참과 거짓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익명 뒤에 숨어 오가는 말과 뜬소문들은 본래 정제되지 않았을 뿐더러 근거도 부족하다. 곰곰이 따져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그러지 않고 함부로 떠들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퍼뜨리면 나 또한 사회가 어지러워지는 데 일조하는 셈이다. 일찍이 공자는 “길에서 듣고 길에서 말하면 덕을 버리게 된다”(논어 ‘양화’편)고 했다. 이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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