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태악 위원장 사퇴는 아주 작은 도리다

경기일보 2023. 6.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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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현직 대법관이다. 평생 법조계에 몸담아 왔다. 판결의 최고 가치는 공정에 있다. 그 가치를 유지하는 기본은 재판부 신뢰다. 이를 유지하는 많은 규범적 절차가 있다. 제척, 기피, 회피도 그런 제도다. 특정한 상황의 법관을 당해 재판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제척은 법률로 배제하고, 기피는 당사자가 요구하고, 회피는 법관 스스로 피한다. 각 조건은 ‘재판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만으로 충분하다. 그런 게 재판부의 신뢰다.

선관위 신뢰 유지도 가볍지 않다. 선관위가 신뢰를 잃으면 선거 불신으로 이어진다. 선거는 현대 민주사회의 근간이다. 그 근간이 흔들리면 사회 혼란으로 간다. 선거관리위원회라는 조직 구성에도 이런 취지가 배어 있다. 중앙선관위원장은 현직 대법관이 맡고 있다. 지역선관위원장은 현직 지방법원장이 맡고 있다. 가장 작은 단위 선관위원장도 현직 부장판사 등이 맡고 있다. 비상근의 불편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현직 법관에게 맡겨 있다.

이번 선관위 사태는 역사에 전례가 없다. 선관위 직원 개인의 일탈은 간혹 있어 왔다. 그때마다 구속 등의 강경한 조치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선관위 자체의 부패 사태다. 신뢰가 통째로 무너졌다. 선관위 최고위 간부의 특혜 채용 비리다. 그들의 자녀를 특별 채용했다. 선관위 얼굴이던 사무총장과 사무처장이 그랬다. 관여한 적 없다던 해명도 거짓이었다. 면접 직원에게 자신의 자녀임을 알렸다. 심사에 들어가 자녀 합격 절차를 처리했다.

고구마 줄거리 같다. 고위직 4명이 수사 의뢰됐고, 4·5급 직원 6명도 추가로 적발됐다. 직원 전수조사는 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다. 공정하라고 독립성 지켜줬다. 신비할 정도로 보호해줬다. 그랬더니 그 속에서 직장 대물림 하고 있었다. 감사원이 감찰 카드를 꺼냈다. 그런데 선관위는 거부하는 모양이다. 공무원법 17조를 얘기한다. ‘선관위 사무 감사는 선관위 사무총장이 실시한다.’ 지금 사무총장이 이번 사건 당사자 아닌가. 정신이 있나.

노 위원장의 사퇴 거부는 차라리 의외다. 앞서 법관의 제척·기피·회피를 설명했다. ‘공정을 해할 가능성’만으로도 법관은 빠졌다. 기관장이 무과실 책임을 지고도 남을 부패다. 혁신없이 끌고 가 총선 치르려 하면 안 된다. 위·적법 가리고, 당·낙선 선언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는가. 해묵은 선거 부정 반발이 대폭발할 수 있다고 보지 않나. 노 위원장의 사퇴는 자성으로 가는 아주 작은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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