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중국 빈자리… 유럽·북미 프리미엄으로 채웠다

박순찬 기자 입력 2023. 6. 2. 03:00 수정 2023. 6. 2.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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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벗어나니 세계가 보인다] [3] 삼성·LG전자 신흥 시장 개척

세계 1위 스마트폰, 가전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에서 0%대라는 치욕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올 1분기(1~3월) 중국에서 삼성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0.8%, LG의 TV 시장 점유율 역시 0.8%다.

삼성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중국에서 폴더블폰에 ‘황금색’을 입힌 ‘삼성W’라는 특수 모델을 팔고 있고, LG도 세계 1위 점유율을 자랑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앞세워 현지 시장을 두드리고 있지만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샤오미, 하이센스 같은 중국 자체 브랜드가 프리미엄, 보급형 시장을 꽉 잡고 있는 데다 ‘애국 소비’로 똘똘 뭉친 중국 소비자는 각종 마케팅과 신제품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전통적으로 시장을 내주고 기술을 취한다는 ‘시장환기술(市場換技術)’ 전략을 쓴다”며 “처음엔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듯하지만 자국 기업이 노하우와 기술을 재빨리 베낀 뒤엔 배척하고 거대 내수 시장을 차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월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삼성전자 스마트폰 신제품 공개 행사에 참석한 현지 인플루언서들이 이날 공개된 갤럭시 S23으로 셀카를 찍어보고 있다. 한때 중국 스마트폰 판매 1위 기업이었던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18년부터 0%대로 주저앉았다. 그 후 삼성은 인도·베트남 등 신흥 시장 공략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초저가·맞춤형 공략

삼성은 중국 시장을 대체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인 인도와 베트남 등 동남아 신흥시장을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다. 생산 거점을 옮겨 ‘Made in India(인도산)’ ‘Made in Vietnam(베트남산)’ 전략을 구사하면서, 소비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삼성은 이 시장에서 중국 샤오미, 미국 애플과 경쟁하기 위해 특유의 장기인 ‘현지 맞춤형’ 공세에 나섰다. 예를 들어 오토바이를 많이 타는 베트남에선 갤럭시J 시리즈에 ‘S-바이크 모드’를 탑재했다. 오토바이 운전 중 전화가 오면 메시지가 자동 응답해 주는 기능이다. 중국산에 맞설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조의 삼성’을 과감하게 양보하고,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전략을 통해 10만원대 초저가 ‘갤럭시M’ 시리즈를 내놓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중국과 인도 간 국경 분쟁으로 ‘반중(反中) 정서’가 일고, 동남아에선 ‘K팝’ 한류 열풍이 부는 정치·문화적 움직임 역시 기회가 됐다. 삼성이 오는 7월 말 폴더블폰 언팩(공개) 행사를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여는 것 역시 전 세계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그 결과 삼성은 올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20.2% 점유율로 샤오미(16.9%)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고,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도 중국 브랜드를 제치고 안드로이드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존재감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세계 1위 점유율을 꿋꿋하게 지키는 비결이다. 중국에서 삼성폰이 인기를 끌었던 2015년 22.2%였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역시 작년에도 21.7%로 큰 변화가 없다.

◇로고까지 지우고 고급 가전 승부수

가전이 주력인 LG전자도 중국 시장에서 고전이 거듭되자 북미·유럽 중심의 ‘프리미엄 전략’으로 재빨리 선회했다. 다른 시장에서 매출을 두배로 늘려 중국의 빈자리를 채운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프리미엄 가전의 원조인 유럽·북미 시장의 콧대는 높았다. 밀레, 키친에이드 같은 고급 가전을 쓰던 고객들로부터 ‘아시아 브랜드 같은 건 쓰고 싶지도 않다’는 냉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현지의 대세 시장이었던 맞춤형 ‘빌트인(built-in)’ 시장을 파고들기 위해 LG는 로고까지 지우고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라는 새 브랜드를 앞세우는 강수를 뒀다. 레인지, 오븐, 쿡탑, 후드, 식기세척기 등으로 구성된 패키지 하나에 2만달러 이상 하는 초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LG전자는 2015년 3조2600억원이었던 중국 매출이 지난해 2조6000억원대로 줄어드는 와중에도 유럽·북미는 시장을 거의 1.5~2배씩 늘리며 미국 월풀을 제치고 세계 가전 1위를 꿰찼다. 삼성전자도 좀처럼 뚫기 어려운 현지 영업망 장악을 위해 2016년 현지 럭셔리 가전업체 ‘데이코’를 1600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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